[백세시대 / 기고] 청춘의 미련
[백세시대 / 기고] 청춘의 미련
  • 추병직 경북 경산시 강학1리경로당 회장
  • 승인 2020.09.25 14:11
  • 호수 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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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병직 경북 경산시 강학1리경로당 회장
추병직 경북 경산시 강학1리경로당 회장

단 하루만이라도 청춘의 신혼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하루는 욕심이고 몇 시간만이라도.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시지 않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성심으로 간구하고 애걸복걸 구해야지.

나는 왜 청춘의 신혼을 허무하게 보내야만 했을까. 무엇 때문이었을까. 무엇이 그토록 우리를 덤덤한 청춘으로 만들었을까. 아직 청춘이라는 느긋함 때문이었을까. 혹여 삶의 현장에 매몰돼 신혼의 꿈을 즐길 겨를이 없음은 아니었을까. 여유로운 미래에 취해 사랑을 미루어 온 삶은 아니었을까. 

아마도 아직은 여유로운 생애라고 믿은 자만심 때문이었으리라. 내 생애가 주야장천(晝夜長川)이라고 생각하며. 이는 나만의 한이며 미련의 후회일까.

비록 생각으로 나타내지 못하고 전하지 못할 뿐이지 지난날 우리들은 팍팍한 현장의 삶 속에서 애틋한 신혼을 다듬어 사랑을 속삭였다. 허망한 미련에 한숨 짓고 있는 황혼에 접어든 이들에게 청춘의 신혼을 몇 시간만이라도 돌려줄 수 없을까. 만약에 청춘을 돌려 받는다면 시간이 아쉽지 않도록 사랑하는 이와 함께 차를 타고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싶다. 은빛이 아닌 검은 머리를 휘날리며.

명산대천을 두루 살펴 즐길 시간이 없기에 그저 당신과 마주해 사랑의 눈빛을 나누고 싶다. 서로를 바라보고 쓰다듬어 주면서 식어버린 내 사랑의 불씨를 살려 못다한 사랑을 미련 없이 나누면서 자지러질 행복을 누리고 싶다.

사랑의 꿈이 흘러간 내 젊음의 미련. 신혼의 짧았던 감미로운 인생사를 아득한 삶의 무덤에 지우고 무엇이 그리 바빠 허겁지겁 한순간에 여기까지 달려왔을까. 나만은 영원불멸일 것이라는 헛된 망상이 오늘의 나를 슬픈 미련에 사무치게 하는 것은 아닐까.

모처럼 한가한 날 현실을 잠시 묻어두고 계곡에 발 담그며 나에게 화사하고 해맑은 미소를 보내는 당신. 그 감미로움에 취해버린 짧았던 청춘의 한순간. 지금은 되돌아올 수 없는 요단강을 건너 저 황혼의 뒤안길을 느릿느릿 걸어가는 고개 숙인 만년의 그림자.

내 청춘의 몇 시간만이나마 신혼으로 돌려준다면 사랑에 불타오른 빛나는 눈동자로 당신을 바라보며 뜨거운 가슴과 끓어오른 감정으로 거친 숨결 나누면서 다시는 타오르지 못할 내 영혼을 불사르고 싶다.

임이여 나의 하느님이시여. 이 애절한 우리들의 헛된 소망이오나 성심으로 간구 하나니 임의 그 거룩하신 그 이름으로 허락을 성취케 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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