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빙 도는 이석증, 머리 거꾸로 하는 자세 피해야
빙빙 도는 이석증, 머리 거꾸로 하는 자세 피해야
  • 이수연 기자
  • 승인 2020.09.25 14:54
  • 호수 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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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증의 증상과 치료

신체 균형 유지하는 귓속 전정기관서 이석이 이탈하면서 생겨

증상 의심되면 과도한 움직임 삼가야…물리치료로 대부분 호전

[백세시대=이수연기자] 경기도에 사는 박 모 어르신은 최근 심한 어지럼증 때문에 하던 일을 멈추는 일이 많아졌다. 박 어르신은 어느 날부턴가 가만히 멈춰있는 상태에서도 코끼리 코를 여러 바퀴 돈 것처럼 머리가 핑 돌며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났다. 처음엔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잠잠해져 병원 가는 걸 미루다가 증상이 자주 나타나게 되면서 참기 어려워 병원을 찾은 박 어르신은 이석증 진단을 받았다. 

이석증이라는 병명은 이석(耳石)이 빠져서 생긴 병으로 발병 원인을 설명한 데서 유래했다. ‘양성자세현훈’이라는 의학용어는 따로 있지만, 병의 원인이 함축된 병명으로 인해 의사들도 이석증이라는 명칭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국내 이석증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4년 30만명이었던 이석증 환자는 2018년 37만명으로 연평균 4.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석증은 내이의 전정기관에서 이석이 이탈하면서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그림=대한의학회
이석증은 내이의 전정기관에서 이석이 이탈하면서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그림=대한의학회

◇이석 이탈하면서 생겨…심한 어지럼증 동반

이석증은 귀의 가장 안쪽인 내이의 전정기관에서 이석이 이탈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전정기관은 머리의 수평, 수직 가속도, 회전 운동을 감지하고 뇌의 중추평형기관에 전달해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기관이다. 

전정기관은 이석기관과 반고리관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석기관 속에는 두 개의 작은 주머니인 난형낭과 구형낭이 있다. 이 두 개의 주머니가 앞뒤, 좌우로 머리 움직임을 감지하게 해주고 세 개의 고리 모양의 반고리관이 머리의 3차원적인 회전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난형낭 속에는 전정기관의 역할 수행에 중요한 이석이 있다. 이석은 일종의 칼슘 성분의 결정체로 난형낭 속에서 운동의 방향과 움직임을 감지한다. 그런데 다양한 이유로 이석이 본래 있던 자리인 난형낭을 탈출해 연결된 반고리관으로 잘못 흘러 들어가면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강한 어지럼증이 생긴다.  

이석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오는 이유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종종 외부 충격이나 바이러스 감염,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이석증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나이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중년 이후에 더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지럼증은 경미한 증상부터 공포를 일으킬 정도로 심한 경우까지 다양하다. 회전하는 느낌이 특징인데, ‘코끼리 코 돌기’ 이후의 느낌이나 놀이공원의 빙글빙글 돌아가는 놀이 기구 안에 앉아 있는 느낌과 비슷하다. 

고개를 젖힐 때, 혹은 누울 때 등 머리를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빙빙 도는 심한 어지럼증이 10~20초 정도 지속하다가 저절로 없어진다. 하지만 특정 방향으로 머리나 몸을 움직이면 다시 같은 증상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심하면 메슥거리는 증세와 함께 구역, 구토, 안구의 비정상적 움직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난청이나 이명, 귀의 통증 등 귀와 관련된 다른 증상은 동반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석증이 의심되면 먼저 의사와의 상담이나 검사를 통해 이석증이 맞는지 판단해야 한다. 이석증은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아도 수 주 이내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고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많이 없다. 다만 빨리 진단받고 치료하면 어지럼증이 줄어들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진찰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석이 제자리 찾도록 가급적 머리나 몸 움직이지 말아야

이석증 검사는 머리와 몸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안구에서 나타나는 안진을 관찰하는 체위안진검사를 시행한다. 

안진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안구가 특정한 방향으로 반복해서 튀는 움직임을 말한다. 체위안진검사는 머리를 좌우로 45도 회전시킨 상태에서 뒤로 눕히거나 누운 상태에서 머리를 좌우로 돌리는 방법으로 시행한다. 

일단 이석증이 의심된다면 이석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가급적 머리나 몸을 급격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머리를 돌리거나 뒤로 젖히는 등의 과도한 움직임을 줄이고, 취침 때까지는 되도록 머리를 세운 채로 앉은 자세를 유지한다.

이석증 치료는 ‘이석정복술’이라는 물리치료로 시행될 수 있는데, 이 치료는 반고리관의 림프액 속에 흘러 들어간 이석 입자를 제 위치인 난형낭 쪽으로 돌려보내는 방법이다. 치료 중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대개 두세 번 정도 치료하면 약 90% 정도가 낫는다.

몇 달 동안 치료해도 낫지 않는 난치성 이석증은 반고리관을 막는 반고리관 폐쇄술이라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반고리관 폐쇄술은 후반고리관의 기능을 차단하는 수술로 다른 치료에 반응이 없는 때에만 시행된다. 

이석증은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독일 뮌헨대 신경과 연구진이 이석증 환자 125명을 6~17년간 관찰한 결과 5년 이내 평균 재발률이 33~50%였다. 

전은주 교수는 “이석증 재발을 방지하는 뚜렷한 방법은 알려진 바 없지만, 평소 가벼운 운동과 규칙적인 야외활동을 통해 골대사와 혈액순환을 증진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생활 수칙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평소 머리를 거꾸로 하는 등의 자세를 피하고 머리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하는 등 자세 유지에도 계속 신경 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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