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마인물형토기, CT로 찍어보니 주전자였다
기마인물형토기, CT로 찍어보니 주전자였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10.12 09:49
  • 호수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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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전
이번 전시에서는 적외선, 자외선, 컴퓨터 단층촬영 등 과학 기술을 활용해 찾아낸 문화재의 숨겨진 비밀을 소개한다. 사진은 조각상인줄 알았다가 컴퓨터 단층촬영을 통해 주전자였다는 사실을 밝혀낸 국보 제91호   ‘기마인물형토기’를 CT로 찍은 모습.
이번 전시에서는 적외선, 자외선, 컴퓨터 단층촬영 등 과학 기술을 활용해 찾아낸 문화재의 숨겨진 비밀을 소개한다. 사진은 조각상인줄 알았다가 컴퓨터 단층촬영을 통해 주전자였다는 사실을 밝혀낸 국보 제91호 ‘기마인물형토기’를 CT로 찍은 모습.

적외선, 자외선, 단층촬영 등 이용한 문화재 보존과학의 세계 소개

목간을 적외선 촬영해 지워진 글씨 복원… 복잡한 내부구조도 밝혀

[백세시대=배성호기자] 1924년 경북 경주 금령총에서 발굴된 ‘기마인물형토기’(국보 제91호). 주인과 하인이 각각 말을 탄 모습을 담은 이 토기는 신라인의 의복과 말갖춤(말을 부리는데 사용되는 도구를 통칭함) 등 당시 생활상을 정교하게 표현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조각상인줄로만 알았던 이 토기는 약 240㏄의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주전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컴퓨터 단층촬영(CT) 결과 조각상 인물 뒤에 액체를 따라 넣을 수 있는 깔때기 모양의 구멍이 있고, 말 가슴에는 액체를 따라낼 수 있는 대롱이 달려 있었던 것.

이처럼 첨단과학을 활용해 문화재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1월 15일까지 진행되는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전에서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78호)과 처음 공개되는 ‘경복궁 교태전 부벽화’ 등 67점에 대한 조사과정을 들여다보고,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당초 이번 전시는 8월 개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박물관이 휴관하면서 그동안 일부 영상자료만 박물관 홈페이지에 공개해왔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는 가시광선, 자외선, 적외선, 엑스선 등을 이용해 문화재의 안팎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보존과학의 세계를 보여준다. 먼저 1부 ‘보이는 빛, 문화재의 색이 되다’에서 태양빛을 모아 하늘과 교감하려 했던 청동기 시대 청동거울을 비롯해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다양한 빛깔의 ‘유리구슬’,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 출토된 국보 제193호 ‘유리잔’과 ‘앵무조개 잔’, 수많은 비단벌레로 만든 경주 금관총 출토 ‘금동 말안장 가리개’ 등을 선보인다.  전복껍데기를 두께 0.3mm 정도로 가공해서 장식한 ‘고려나전향상’, 오방색의 ‘활옷’과 ‘수장생문오방낭’ 등 한국 전통의 빛과 색을 만나 볼 수 있다.

이어지는 2부 ‘보이지 않는 빛,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에서는 적외선, 자외선, X선으로 숨겨진 비밀을 밝혀낸 문화재를 보여준다. 가시광선에 비해 파장이 긴 적외선은 공기 중에서 흩어짐이 적고 표면층을 투과할 수 있다. 고대 유적에서 출토된 목간(종이가 발명되기 전 문자를 기록하기 위해 일정한 모양으로 깎아 만든 나무)의 글씨는 오랜 세월이 지나면 지워져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적외선으로 촬영하면 나무의 표면 속에 스며있던 먹을 인식하기 때문에 글씨를 판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주 안압지 출토 항아리와 함께 발견된 목간을 적외선으로 촬영하자 ‘가화어(加火魚)’란 글씨가 나타났는데, 이를 통해 젓갈 재료로 가오리가 사용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부여 쌍북리와 김해 봉황동 저습지에서 출토된 목간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백제시대 구구단과 통일신라시대 논어 공야장편이 쓰여진 목간이 확인된 바 있다. 이러한 목간들의 기록을 통해 삼국시대 음식과 교육 문화를 알 수 있었다.

자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고 형광 작용이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도자기나 금속 문화재 등의 수리된 부분을 찾는데 많이 이용된다. 특히 도자기는 파손 부분을 새로 붙이거나 성형한 후 육안으로는 구분이 힘들 정도로 유약층 복원도 한다. 이 경우 자외선 조사로 복원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엑스선은 다른 빛에 비해 파장이 훨씬 짧다. 이 때문에 물체 투과력이 강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물질의 종류나 두께에 따라서 투과력이 달라진다. 즉, 엑스선 촬영 결과로 다양한 재질의 문화재 내부 구조나 상태 그리고 성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문화재의 단면 조사 등에 컴퓨터 단층촬영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기마인물형토기’ 외에도 국보 제95호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금강산 모양 연적’과 ‘계영배’ 등의 내부 구조를 알아내기도 했다. 

또 원형, 다각형, 산형(山形) 등 다양한 형태의 연적(硯滴)도 내부가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고 컴퓨터 단층촬영 결과로 물을 넣고 물이 나오는 물길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과도한 음주를 경계하라는 뜻에서 만든 조선시대 계영배가 관형과 종형의 두 가지 형태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계영배에 채워지는 술이 가득 채워지지 않는 이유 역시 구부러진 관을 이용해 액체를 높은 곳에 위치한 병이나 통에서 낮은 곳에 위치한 그릇으로 흐르게 하는 사이펀의 원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 공간인 ‘빛, 문화재를 진찰하다’에서는 여러 빛을 이용해 문화재의 보존 상태를 점검하고 진단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사람이 정기 건강검진을 받듯 문화재도 적외선, 자외선, 엑스선 등 갖가지 빛을 이용해서 보존상태를 점검한다. 개마총 ‘삼족오’ 벽화편의 경우 파손과 퇴색이 심하여 그림의 원형을 확인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적외선 촬영으로 넓은 띠 안에 구름무늬와 해 안에 삼족오(세 발 달린 상상의 까마귀)가 그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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