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수사’, 필리핀서 범죄 누명 쓴 시골형사의 좌충우돌 액션
영화 ‘국제수사’, 필리핀서 범죄 누명 쓴 시골형사의 좌충우돌 액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10.12 09:52
  • 호수 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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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의 생애 첫 코미디 연기 도전으로 주목받은 이번 작품은 시골형사가 필리핀에 가족여행을 갔다가 살인 누명을 쓰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고 있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곽도원의 생애 첫 코미디 연기 도전으로 주목받은 이번 작품은 시골형사가 필리핀에 가족여행을 갔다가 살인 누명을 쓰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고 있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옛 일본군이 숨긴 ‘야마시타 골드’와 셋업 범죄 소재로 한 코믹 수사극 

코론섬, 성어거스틴 성당 등 명소 볼거리 푸짐… 곽도원, 김대명 등 열연

[백세시대=배성호기자]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사령관 야마시타 도모유키(山下 奉文, 1885 ~1946)는 패색이 짙자 동남아시아에서 약탈할 전리품을 필리핀 전역에 숨긴다. 당시 야마시타는 이 보물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보물을 땅에 묻게 하고 매장 작업에 참여했던 필리핀 노동자들 역시 생매장하는 등 악랄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야마시타 골드’라 부르는데 실제 필리핀에선 이중 일부로 추정되는 금이 발견됐으며, 지금도 이를 찾는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야마시타 골드와 ‘셋업 범죄’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결합한 영화 ‘국제수사’가 추석 시즌에 개봉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품은 대천경찰서 강력팀 형사인 병수(곽도원 분)가 죽마고우 용배(김상호 분)의 배신으로 전 재산과 다름없는 집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하면서 시작된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아내 미연과 딸 지윤은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해외여행을 가자고 조른다. 난감해하던 병수는 용배가 필리핀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여행을 핑계 삼아 필리핀으로 떠나게 된다. 

필리핀에는 용배뿐만 아니라 고향 동생 만철(김대명 분)도 있었다. 관광 가이드로 일하는 만철을 우연히 만나게 된 병수는 대한민국 형사라는 직함을 내세워 살인 누명을 쓰고 필리핀 감옥에 갇힌 용배를 함께 구하자고 제안한다. 

용배를 함정에 빠트린 사람은 패트릭(김희원 분)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인. 필리핀 범죄조직의 정체불명 킬러인 패트릭은 일본군이 필리핀 어느 바닷속에 묻어놨다는 금괴 ‘야마시타 골드’를 찾고 있었고, 금괴의 위치를 알고 있는 용배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려 한다. 

우여곡절 끝에 병수는 만철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돈을 떼먹고 도망간 죽마고우 용배를 만난다. 그는 병수에게 ‘야마시타 골드’가 묻힌 곳에 대한 단서를 건네주며 자신의 누명을 벗겨줄 증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수사를 진행할수록 예기치 못한 일들에 휘말리게 된 병수는 휴대폰, 여행가방, 돈, 여권까지 잃어버린 데다 살인 누명까지 쓰게 되며 큰 위기를 겪는다.

이번 작품은 그간 조명되지 않았던 ‘셋업 범죄’를 주요 소재로 내세운다. ‘셋업 범죄’는 실제 범죄 상황을 조작해 무죄인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이다. 피해자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에 걸려들기 때문에 덫에 빠졌음을 깨달아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피해자가 생기면서 세계적인 사회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작품에서는 시골 형사 병수가 거대 조직을 상대로 필리핀 구석구석을 발로 뛰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셋업 범죄’의 심각성을 전달한다.

또 아름다운 필리핀 현지를 눈으로 감상하는 것도 볼거리다. 영화의 80%를 필리핀에서 촬영했는데 코로나19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관객들에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제작진은 약 1년간 사전 조사를 진행해 필리핀 영화진흥위원회부터 각 주와 시의 자치단체, 관광청 등 수많은 기관에 직접 촬영 허가를 받았다. 제작진이 현지에서 수많은 태풍을 뚫고 담아낸 설레는 휴양지 풍경부터 마닐라 도심, 코론섬, 그리고 해외 영화 최초로 촬영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성어거스틴 성당까지 볼거리가 다채롭다. 특히 영화 말미 필리핀의 코론섬 푸른 바다에서 펼쳐지는 영상은 관객들에게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주연을 맡은 곽도원을 비롯해 김대명, 김희원, 김상호 등 일명 ‘믿고 보는 배우’들의 조합도 눈길을 끈다. 

‘강철비’ 등을 통해 간간히 코믹한 연기를 보여준 곽도원은 이번 작품에서 본격적인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다. 중심에서 변두리로 밀려난 ‘꼰대’ 느낌의 형사 캐릭터를 맛깔나게 살려냈다. 복싱 챔피언 출신으로 “나 형사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가족들에게 대우받지 못하는, 애잔한 가장으로서도 공감대를 형성한다. 수중 액션부터 맨몸 추격 액션, 그리고 용배 역의 김상호와의 수중키스신이라 오해까지 받았던 인공호흡신 등 다양한 연기를 통해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큰 사랑을 받은 김대명의 연기도 역시나 눈에 띈다. 현지 관광 가이드 ‘만철’로 분한 그는 실제 가이드가 아닐까 싶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곽도원과의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준다. 또한 김희원과 김상호의 존재감도 돋보인다. 김희원은 인간적인 면모를 찾아볼 수 없는 악랄한 킬러로 섬뜩한 공포를 안기지만 때때로 코믹한 상황에 놓여지며 큰 웃음을 선사하고, 김상호는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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