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 잇따라… 신속한 원인 규명으로 우려 해소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 잇따라… 신속한 원인 규명으로 우려 해소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10.23 11:14
  • 호수 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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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18세 청소년에 이어 전북 고창, 대전, 제주, 대구 등에서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독감 백신에 대한 공포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작은 지난 10월 16일 비염 빼고는 건강했던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었다. 그는 독감 백신 무료접종 뒤 이틀 만에 숨졌다. 이후 전북 고창의 78세 여성, 대전 82세 남성, 제주 68세 남성, 대구 78세 남성 등 고령자 12명이 숨졌다. 

이들은 지난 19일 시작된 국가 독감 무료접종 대상자들로 접종 후 하루에서 이틀 사이에 사망했다. 사망자들이 접종한 백신 종류는 제각각이다. 

이에 보건당국은 부검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과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특정 백신에서 중증 이상 반응 사례가 높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망자 중 대부분은 과거에 접종했던 이력이 있는데다 거주지나 접종 백신도 달라 구조적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이다. 특히 사망은 별도의 기저질환이나 특이체질 등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며, 오히려 적기에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독감이 유행하는 경우 사망자가 더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예방접종을 계속 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질의에 “현재 갖고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예방접종과 직접 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면서 “WHO는 지난달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고령자, 임산부, 기저질환 있는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꼭 실시하도록 강력히 권고한 만큼 예방접종을 지속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전국 보건소와 병원에는 독감백신이 안전한지를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접종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례도 나온다. 

아이들에게 독감백신을 접종시킨 부모들은 좌불안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무료 접종한 분들 괜찮은가’, ‘유료 접종을 해야 하나’와 같은 글이 쏟아지고 있다. 

22일까지 국가 무료 접종 사업을 통해 접종한 인구만도 1000만 명에 육박하고, 정부와 민간 의료기관이 확보한 독감 백신은 전체 국민 57%가 접종 가능한 2964만 명분이다. 만약 이대로 백신 접종이 진행될 경우 사망 사례가 더 나올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백신 접종 사업은 시작 단계부터 관리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백신이 배송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접종이 중단되는가 하면 일부 백신에서 항원 단백질이 응집되는 것으로 보이는 백색 입자가 검출돼 다시 접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사망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백신 안전성에 대한 걱정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백신은 안전성이 입증된 것으로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사람에 따라 과민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접종 후 급성 과민반응을 보일 경우 신속히 대처하고, 기저질환자는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백신 접종을 미루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백신의 품질 결함이나 접종 과정에서의 과실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서 국민이 바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사망 사례가 잇따르는 것이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면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국면에서 백신 접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다.  질병관리청은 신속한 원인 규명을 통해 백신에 대한 국민적 공포를 해소할 방안을 하루속히 내놓아야 한다.

백신 품질과 접종 단계에 대한 조사가 미진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책을 찾을 필요가 있으며, 고령자들의 기저질환과 사망 사이의 연관성을 검증하려면 부검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 

과도한 공포감은 경계해야 마땅한 일이지만 백신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대혼란이 초래되는 만큼 신속한 원인 규명과 함께 그에 상응한 대책을 하루 빨리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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