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대화로 퀴즈 푸니 인지기능 좋아져요”
“AI와 대화로 퀴즈 푸니 인지기능 좋아져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10.23 14:44
  • 호수 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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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지능 스피커, 치유농업, 유튜브 등을 활용한 이색 치매 예방법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한 어르신이 인공지능 스피커가 내는 퀴즈를 풀며 치매를 예방하는 모습.
최근 인공지능 스피커, 치유농업, 유튜브 등을 활용한 이색 치매 예방법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한 어르신이 인공지능 스피커가 내는 퀴즈를 풀며 치매를 예방하는 모습.

서울 성북구, 경증치매 노인에 AI 스피커 제공해 돌봄서비스

대구시, 기억학교TV 개설해 유튜브로 어르신 가정학습 지원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제가 불러드리는 단어 중 다른 종류를 골라서 말씀해주세요. 독도, 태권도, 울릉도, 제주도.”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영란 씨(가명‧65)는 얼마 전부터 치매예방을 위해 ‘아리아’의 도움을 받아 퀴즈를 풀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리아’가 제시하는 퀴즈를 김 어르신이 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태권도’라고 답했고 인공지능(AI) 스피커 아리아는 다음 문제를 제시했다. 김 씨는 “치매 예방을 도와주는 말동무가 생겨서 하루하루가 즐겁다”라고 말했다.  

최근 AI 스피커를 비롯해 치유농업, 유튜브 등을 이용한 색다른 치매 예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먼저 서울 성북구 치매안심센터는 관내 사례관리 대상자들에게 ‘인공지능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섰다. 센터에 등록된 대상자들에게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무료로 보급한 것. 

AI 스피커는 감성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라디오 청취, 긴급 SOS 등 유용한 기능이 첨부돼 있다. 특히 서울대 보라매병원 이준영 교수팀, 차의과대 윤정혜 교수팀과 의기투합해 만든 치매예방프로그램인 ‘두뇌톡톡’도 제공된다. 

두뇌톡톡은 두뇌운동 프로그램 ‘메타기억교실’의 콘텐츠를 음성인식 퀴즈 형태로 바꾼 것이다. 사용자가 “아리아, 두뇌톡톡 시작해”라고 명령하면 시작된다. 이어 12가지 게임 유형 가운데 무작위로 뽑은 질문을 사용자에게 던진다. 이때 사용자는 정답을 찾느라 고민하는데 이 과정에서 뇌 손상 방지에 도움을 주는 인지예비능(cognitive reserve)을 강화할 수 있다. 퀴즈를 푼 날짜와 기록 등은 통계 데이터로 관리되는데 치매 발현이 지연되는 효과도 있다.

이준영 서울대 의대 교수는 “두뇌톡톡을 꾸준히 이용한 어르신들은 장기 기억력과 주의력·집중력이 향상됐다”면서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2년 정도의 치매 발현 지연 효과가 예견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건강톡톡’도 제공된다. 건강톡톡은 건강 서울대병원에서 제공한 의료 콘텐츠를 음성으로 안내하는 일종의 팟캐스트 서비스다. 고혈압, 관절염, 당뇨 등 질환에 대한 증상‧진단‧치료 방법을 알려주며, 심리적 돌봄을 위해 잡지 ‘좋은생각’에 실린 이웃들의 따뜻한 사연들을 들려준다.

치유농업을 통한 치매예방을 시도하는 곳도 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와 서울시광역치매센터는 최근 업무협약을 맺고 치유농업을 활용한 치매안심센터 인지강화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손을 잡았다.

이를 통해 처음으로 시작한 것이 서초구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되는 ‘희망틔움 치유농업 프로그램’이다. 서초구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어르신을 대상으로 10월 14일부터 진행된 사업으로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전문 강사, 서초구치매안심센터 작업치료사로 구성된 전문가들과 주 2회, 총 8회 동안 농업기술센터 치유농장에서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치유농장을 활용한 텃밭 활동, 치유농장 식용꽃정원 가꾸기, 허브정원을 활용한 실용적 활동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전·사후평가를 통해 프로그램의 효과를 확인할 예정이다.

조상태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치유농업을 활용한 인지기능 강화 프로그램이 우울증상 조절과 치매 예방 등 참여자의 인지건강,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게 되길 바란다”며 “치매환자와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경증치매 어르신들을 위해 유튜브 ‘기억학교 TV’ 채널을 개설했다.

대구시가 2013년부터 경증치매 어르신을 위해 전국 최초로 운영 중인 기억학교는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하는 경증치매어르신과 가족들에게 주간보호서비스, 인지재활 프로그램, 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해 왔다. 현재 15개소가 설치돼 600여 명의 어르신들이 이용하고 있다.

기억학교는 2월부터 비대면 서비스와 격일제 수업 등으로 대체됐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잦은 휴관으로 이용 어르신들의 불편이 잇따랐다. 이에 10월 1일부터 완전 비대면 서비스인 유튜브 ‘기억학교 TV’ 채널을 개설한 것.

‘기억학교 TV’는 인지 및 신체의 잔존기능을 유지·개선시키기 위한 가정 학습 지원을 주 내용으로 하며, 인지지원 영역, 정서지원 영역, 신체지원 영역 등 다양한 콘텐츠가 주 2회 업로드 될 예정이다. 또한 컴퓨터,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어려운 가정에는 종사자들이 직접 방문해 유튜브 사용법 교육 등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경증치매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어르신들에게 기억학교 TV의 전문화된 인지재활 프로그램이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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