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코로나 시대의 이별법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코로나 시대의 이별법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10.30 13:36
  • 호수 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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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 연휴 직후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몇 해 전 위암에 걸렸는데 지난해 뼈로 암이 전이됐고 긴 투병 생활을 하다 끝내 눈을 감으신 것이다. 소식을 듣자마자 지인과 합류해 빈소가 있는 춘천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지인에게서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지인의 직장동료가 얼마 전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 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식사 제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식사는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것에 있지 않다. 빈소를 바로 떠나지 않고 밥을 먹는 것을 구실 삼아 유족을 위로하고 고인을 애도하는 시간을 좀더 갖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이유로 식사조차 제공하지 못하게 했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다행히 친구의 장례식장에서는 식사를 제공해 긴 시간 동안 머물 수 있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상여를 운구하는 인원이 모자랐던 것이다. 보통 상여는 고인의 자식들의 친구와 남자 친인척이 운구하는데 현재 30~40대의 경우 형제자매가 많지 않기 때문에 최근 장례식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부조금만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한몫했다. 또 다른 친구가 급히 연차를 쓰고 운구에 참여해 불상사는 면했지만 가장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필자의 마음에 빚으로 남을 것 같다.

그리고 며칠 전 장례식 이후 처음으로 친구를 만났다. 장례 이후 절차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친구가 밥 한끼 하자고 해 나간 자리에서 긴박했던 임종 전후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던 중 서글퍼졌다. 2017년부터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응급실에는 보호자가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부터는 보호자도 방호복을 뒤집어써야 한다. 문제는 임종 직전의 환자에게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가족이 많아도 응급실에서 임종을 맞는다면 가족 중 단 한 사람만 고인의 곁을 지킬 수 있다고 한다. 

친구는 이에 격분해 작은 소란을 피웠고 의사에게 “당신 아버님이 돌아가셔도 똑같은 원칙을 적용할 거냐”고 물었다. 이에 의사는 대답하지 못했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연명의료를 할 건지 말 건지를 물었다. 그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도 호흡기를 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자식의 슬픔,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결국 친구의 아버지는 응급실 근처 1인실로 자리를 옮겼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코로나의 시대, 많은 것이 바뀌었고 장례 풍속 역시 변하고 있다. 다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코로나 시대 세상을 떠난 모든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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