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사라져야 할 ‘사이버 렉카’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사라져야 할 ‘사이버 렉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11.06 13:32
  • 호수 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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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현장에 누구 보다 먼저 도착한다는 렉카(wreck car). 일부 몰상식한 업자들이 자동차 견인을 보다 먼저 하기 위해 불법을 자행하다 되레 사고를 일으키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들을 비하하는 ‘렉카충’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여기에서 파생된 ‘사이버 렉카’가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사이버 렉카란 유명인들의 스캔들을 비롯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각종 사건‧사고를 동영상 등 콘텐츠로 제작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유튜브에서는 주로 ‘이슈 유튜버’를 자처하며 활동하는데 최근 도를 넘어서는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가령 유명 연예인 A씨가 음주운전을 저질렀을 경우 각종 언론을 통해 이러한 사실이 보도된다. 최대한 추측을 자제하고 사실에 입각해 보도하는 게 언론의 정도다. 하지만 ‘사이버 렉카’라 불리는 상당수 유튜버들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덧붙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A씨가 어디서 어떻게 음주운전을 저질러 현재 어떤 상황’이라면서 사실에 입각해 알리면 상관없지만 ‘A씨가 음주운전을 할 때 부인이 아닌 묘령의 여자가 동승했다더라’, ‘A씨가 이혼소송 중이어서 홧김에 술을 마시고 사고를 일으켰더라’ 같은 확인되지 않은 사족을 붙여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이슈 유튜버들이 제기한 의혹 중 일부가 사실로 밝혀진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허위 주장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이들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 이슈 유튜버가 지난여름 큰 히트를 기록한 군대 체험 콘텐츠 교관에게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했고 결국 교관의 아내가 과도한 스트레스로 유산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 해당 유튜버는 폭로라는 이름 하에 ‘몸캠’(몸을 노출하는) 영상을 불법으로 공개해 현재 법의 심판을 앞두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고인이 된 유명인들을 대상으로도 자행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2일 개그우먼 B씨의 부고 소식이 전해지자 유튜브에는 ‘충격’, ‘사망 원인’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단 콘텐츠 수백 개가 게시됐다. 심지어 기 치료를 한다는 유튜버 C는 ‘쥐띠 B씨 지병은 신병’이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게재하기도 했다. 누가 보더라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제목의 콘텐츠에서 이 유튜버는 자신의 업소를 홍보하기도 했다.

콘텐츠의 완성도도 형편없다.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영상과 사진에 근거도 없는 자기 생각을 곁들이는 내용이 태반이다. 설사 신빙성 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돼야 할 이유가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에 혐오와 논란을 증폭시켜 갈등을 조장하는 유튜버들을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뾰족한 방안이 없다. 

고인마저 능욕하는 사이버 렉카를 처벌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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