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편 가로등이 숙면 방해” … 우리나라 ‘빛 공해’ 심각
“건너편 가로등이 숙면 방해” … 우리나라 ‘빛 공해’ 심각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11.06 13:57
  • 호수 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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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공해의 종류와 대책

침입광·눈부심 등 다양한 유형… 집안 불빛도 너무 강하면 이웃 피해

불면증·우울증 등 건강에 부정적… 불필요한 빛 차단하는 노력 필요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이승우(55) 씨는 최근 이사한 이후로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다. 바로 빛 공해 때문이다. 이 씨는 “집 근처 가로등 불빛 때문에 잠을 못 잔다”며 “비염이 심해 암막 커튼도 못 치는데 정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빛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빛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공조명이 너무 밝거나 지나치게 많아 야간에도 낮처럼 밝은 상태가 유지되면 생체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다. 

‘빛 공해’는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해 과도한 빛 또는 비추고자 하는 조명영역 밖으로 누출되는 빛이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거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말한다.

최근에는 현대적인 공해의 하나로 빛 공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빛 공해는 고도로 발전된 산업화의 부작용 중 하나이면서, 고도로 공업화되어 인구가 밀집된 곳일수록 그 폐해가 심각하다.

◇빛 공해의 종류

▶침입광= 빛의 침입을 의미하며, 원치 않는 빛이 주거지에 들어갔을 때 나타나는 빛 공해를 말한다. 예를 들면 이웃집 담장 너머를 비추는 빛을 의미한다. 통상의 빛 침입은 강한 불빛이 외부에서 누군가의 집에 들어갈 때 문제되며, 불면증을 유발하거나 조망권을 해치기도 한다.

▶과도조명= 필요 이상의 빛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과도조명은 시한·감지 장치를 사용하지 않아 필요하지 않는데도 조명을 사용하는 경우, 부적당한 설계로 필요한 것보다 많은 조명을 지정한 경우 등을 말한다. 

▶눈부심= 약한 빛이 불쾌감을 주는 정도라면 빛의 세기가 강해질수록 사물을 분별하기 어려워지고 일시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게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두운 밤에 차를 운전하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차의 헤드라이트에 시야가 가려진 경우도 빛 공해에 해당한다.

▶빛의 혼란= 밀집되어 있는 조명이나 광고물이 강한 빛을 낸다면 시선이 분산된다. 이로 인해 판단력이 저하되고 사고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화려하고 과도하게 보이는 네온사인으로 인해 시선을 뺏기거나 불쾌함을 느끼는 것 역시 이에 속한다.

▶밤하늘도 영향= 도시가 계속 내뿜는 빛 때문에 하늘이 밤에도 어두워지지 않는 현상이다. 

◇빛 공해가 불러오는 영향

인공의 빛은 햇빛, 달빛, 별빛과 같은 자연의 빛에 맞게 적응해 온 많은 동물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예를 들어, 매미는 원래 밤이 되면 잠을 자느라 울지 않지만 가로등 불빛으로 인해 밤을 낮이라 착각해 하루 종일 운다.

또한 철새들이 도시의 불빛을 별빛으로 착각해 떼죽음 당한다든가, 바다거북이가 산란 후 해변가의 불빛 때문에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헤매다 아사하는 경우도 있고, 아침 해가 뜰 때 우는 닭이 인공적인 빛으로 인해 한밤중이나 꼭두새벽에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기도 한다. 

식물 또한 밤과 낮을 구분하지 못해 정상적인 성장을 하지 못한다. 실제로 밝은 가로등 옆에서 장시간 빛을 받는 가로수들은 단풍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수명이 짧아진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인체는 생체시계에 따라 낮과 밤의 24시간 주기에 맞춰 살아간다. 밝은 낮엔 활동을 하고, 어두운 밤에는 잠자는 리듬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체 리듬이 깨질 경우, 다양한 건강상 피해를 입게 된다.

빛 공해에 의해 생체 리듬이 교란될 경우 비만, 당뇨, 우울증 등의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더불어 야간조명에 주로 사용되는 LED 조명이 방출하는 청광은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방해해 수면 장애를 일으킨다.

이러한 생체시계 변화는 적절한 시간의 수면, 각성 능력을 손상시키며 신진대사 과정을 저해해 심하면 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국은 빛 공해가 심각한 나라

한국의 빛 공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16년 이탈리아·독일·미국·이스라엘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전 세계의 빛 공해 실태를 분석한 연구 결과,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빛 공해에 많이 노출된 국가’ 2위로 나타났다. 전 국토에서 빛 공해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 방지법’을 제정했다. 해당 법에 의하면, 주택가로 들어오는 인공조명 밝기가 10럭스(촛불 10개를 켠 정도의 밝기)를 넘으면 빛 공해로 간주한다.

하지만 미국은 주거지역에 한해 우리 보다 훨씬 낮은 3럭스, 독일은 1럭스 이하로 빛 공해 규제가 엄격하다. 직간접적인 빛 공해를 모두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

또한 골목길, 공공구역 등의 가로등은 치안 유지에 필요한 빛만 비추도록 조명환경이 확립돼야 한다. 가로등의 경우 위쪽은 반사재가 있는 덮개를 붙여 놓는 것으로 불필요한 방향으로 빛이 새는 것을 막고, 적절한 반사로 필요한 방향에만 높은 효율로 빛이 닿도록 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

집 밖으로의 불필요한 조명을 막는 것도 빛 공해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같은 대책이 우리 사회에서 적절하게 지켜질 경우, 빛 공해를 막는 것은 물론 에너지까지 절약할 수 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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