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에 문 연 ‘국립기상박물관’, 90년 된 관측소 건물에 측우기 등 기상유물 전시
서울 종로에 문 연 ‘국립기상박물관’, 90년 된 관측소 건물에 측우기 등 기상유물 전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11.06 14:04
  • 호수 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기상관측소 1932년 건축 당시 모습 복원… 기상 유물 150여점 

근‧현대 기상측정 장비도 소개… 일조계, 모발 이용 습도계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일제강점기인 1932년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 문을 연 서울기상관측소. 원기둥을 중심으로 육면체가 결합해 있는 형태로 원통형 옥탑 구조물, 곡면의 현관과 캐노피(지붕덮개), 상층부 돌림띠의 요철장식 등 근대 건축 기법을 잘 보여주는 건물로 현재까지도 서울 날씨를 측정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 때문에 2017년 세계기상기구(WMO)는 ‘100년 관측소’ 중 하나로 서울기상관측소를 선정하기도 했다. 

이 서울기상관측소가 지난 10월 30일 큰 변화를 맞았다. 우리나라 기상 역사를 소개하는 국립기상박물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등록문화재 제585호인 서울기상관측소 건물을 건립 당시 모습으로 복원했다. 박물관은 2층에 걸쳐 7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는데 ‘날씨의 역사, 기상문화 이야기’를 주제로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기상 관련 유물을 선보인다. 

세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강우량 측정기구인 ‘공주 충청감영 측우기’(국보 제329호)와 측우기를 올려놓았던 ‘대구 경상감영 측우대’(국보 제330호), ‘관상감 측우대’(보물 제843호) 진품을 만나볼 수 있다.

1전시실에서는 조선시대 이전의 기상관측의 역사를 삼국유사, 삼국사기, 고려사 등 고문서를 통해 알려준다. 고대부터 시작된 빗물 측정방식인 우택(雨澤)을 통해 정확한 기상관측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민간에서 날씨의 영향을 받은 세시풍속, 농사법 등 기상 문화를 소개한다.

이어지는 2전시실에서는 과학적으로 강우량을 측정한 측우기와 도성과 한양, 전국으로 펼쳐진 조선의 강우 측정활동을 정리했다. 영상을 통해 강우량을 측정하는 방식 등 측우기의 우수성과 가치를 설명하는데 특히 공주 충청감영 측우기, 대구 경상감영 측우대, 관상감 측우대를 볼 수 있다. 

지난 2월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한 공주 충청감영 측우기는 근대 이전 강수량 측정기구 중 세계에서 유일하게 현존한다고 알려졌다. 1837년(헌종 3년)에 만들어져 조선시대 충남지역 감독관청이었던 공주감영에 설치된 것으로 일본인 기상학자 와다 유지에 의해 국외로 반출됐다가 1971년 환수됐다. 

높이는 1자(尺) 5치(寸), 지름 7치, 무게 11근인데 오늘날 치수로 환산하면 높이 31.9㎝, 지름 14.9㎝, 무게는 6.2㎏에 해당한다. 세종대왕이 만든 측우기 제도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또 바닥면의 명문을 통해 통인(通引), 급창(及唱), 사령(使令)의 직책을 가진 관리들이 관련 업무를 담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공주 충청감영 측우기와 함께 국보로 승격된 대구 경상감영 측우대는 영조 대에 새롭게 확립된 측우대 제작을 증명해주는 유물이다. 세종 때 확립된 측우기 제도는 임진왜란 등을 거치면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다가 1770년(영조 46년)에 부활했다. 영조는 세종 당시의 측우기를 재현해 팔도감영에 보내고 측우대는 세종 때의 척도를 고증한 포백척(布帛尺·조선 후기에 주로 사용한 도량형 척도)을 따라 설치하도록 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졌으며 전후면에는 ‘측우대(測雨臺)’라는 표기와 함께 ‘건륭 경인년(1770년) 5월에 만듦(乾隆庚寅五月造)’이라는 제작시기가 새겨져 있다. 크기는 상면 길이와 폭이 36.7×37.0㎝, 높이 46㎝, 윗면 가운데 구멍은 지름이 15.5㎝다. 측우대 규격을 공식화한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증명해준다는 점에서 역사·학술면에서 가치가 크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조선의 개항 이후 서양의 기상원리를 이해하는 서적들과 근대 측후도구를 소개한다. 또한 전국 기상관측소에서 관측한 기록과 근대 일기도를 전시해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기상관측 활동을 소개한다. 인간의 머리카락이 습도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성질을 이용해 만든 ‘모발자기 습도계’, 유리구를 통과하는 빛의 광학적 특성을 이용해 일조시간을 재는 ‘캠벨-스토크스 일조계’, 전기적 위치에너지인 전위차를 이용해 일사량을 측정하는 ‘차온식 전천일사계’ 등 다양한 근현대 기상관측장비를 만날 수 있다.

국립기상박물관은 매일 오전 10시~ 오후 6시에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월요일 휴관),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당분간 소규모의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측우기와 측우대 만들기 체험이 운영되며, 초청강연회, 특별 전시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