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미국은 더 이상 선진국이 아니다(?)
[백세시대 / 세상읽기] 미국은 더 이상 선진국이 아니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11.13 13:42
  • 호수 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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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더 이상 ‘아메리칸 드림’의 국가가 아니다. 코로나 사태, 대통령 선거 과정과 그 이후에 벌어지는 작금의 일들을 두고 볼 때 ‘퍼스트 아메리카’(일등 미국)가 아님이 드러났다.

미국은 지금까지 특별한 존재였다. 세계 제1경제 대국이고 군사 강국이었다. 한국인에게는 특히 그랬다. 공산화로부터 우리를 지켜준 은혜의 나라이고 달러 원조로 압축 성장에 큰 도움을 준 생명의 은인 같은 존재였다. 일부 한국인은 위장결혼을 해서라도 그 나라 시민이 되려고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실망감은 전 세계에 자유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한 미국이 더 이상 민주주의 국가의 리더 답지 못한 찌질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변화를 주도한 이는 말할 것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한 사람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멸로 몰고 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50개 주를 아우르는 연방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일개 비즈니스맨처럼 국가 정책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개인적인 선호와 탐욕에 의한 통치를 했고 독립기관들의 자율성을 침해했다.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계층에 잘 보이기 위해 분열과 적대감을 부추기고 공공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국민을 피아(彼我)로 나누고 반대자를 공격하고 잘랐다. 그 결과 미국은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쪼개졌고 선거 결과를 두고는 총까지 들고 나와 서로 대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트럼프는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터무니없게도 트럼프 행정부 2기를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를 보면서 민주주의가 이 시대 최선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아니라 대통령 한 사람의 횡포에 의해 쉽게 무너지고 후퇴할 수 있는 나약한 제도라는 걸 깨닫게 됐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미국은 후진국 양상을 보였다. 민주주의 하에서의 선거는 공정하고 정확하다는 신념을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런데 IT(전기통신) 기술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대통령 당락을 가릴 수 있는 개표 진행에 무려 5일이나 걸리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특히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인 조지아주의 전자투표기는 지난해 업데이트한 것으로 6월 예비선거 때 컴퓨터 미작동 때문에 한차례 혼란을 겪었다고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코로나 방역에서도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방역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현실은 반대로 나타났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1000만명)와 사망자(24만3000여명)가 발생했다. 그들은 한국이 사스와 메르스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눈여겨보지도 않았다. 

미국 국제개발처(AID) 국장을 지낸 제러미 코닌다이크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국이 코로나 대응에서 실패한 주된 요인은 과학이나 의학적 결함이 아니다. 미국은 특별한 나라이고 미국 방식이 항상 최고라는 미국 특별주의가 지도자와 시민들의 눈을 가렸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적어도 코로나 방역에서 미국보다는 선진국임이 증명됐다. 그러나 정치 분야에선 트럼프 정권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우리 사회는 정파적으로 심각하게 양분돼 있고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의 정점에 서 있다. 권력분립과 상호견제는커녕 모든 권력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집중됐다. 의회 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은 대통령 친위대가 됐고 그래서 의회 정치는 제 역할을 잃었다. 사법부의 독립성은 심각하게 의심 받고 있고 독립적이어야 할 감사원이나 검찰은 노골적인 정치적 공세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민주화 세력의 집권 하에서 가장 민주주의적이지 않은 일들이 다반사가 됐고 과거 정권의 적폐가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미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나라를 정상화 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참모들과 자기편의 얘기만 듣고 선택적 침묵 뒤에 숨지 말고 반대편과 소통하며 화해와 통합을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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