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대한노인회의 새로운 탄생을 촉구한다 / 최성재
[백세시대 / 금요칼럼] 대한노인회의 새로운 탄생을 촉구한다 / 최성재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0.11.13 13:45
  • 호수 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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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65세 이상 전 노인 대표하도록 

대한노인회 조직 개편하고

역할과 사업 확대해야

다양한 정책‧서비스 개발하고

국제활동에도 적극 참여를

대한노인회는 1969년 창립 이후 51년을 맞았고 회장도 10번 넘게 바뀌었다. 60년대 말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녀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노인 세대의 권익 신장과 노후복지 및 사회공헌을 내걸고 대한노인회가 창립된 것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난 50여 년간 대한노인회 활동을 뒤돌아보면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수명이 연장되고, 노인 인구 비율도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20년 현재 출생 시 평균수명은 남자는 80세, 여자는 86세로 OECD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 국가가 되었다. 3년 전 세계 유명 학술지(LANCET) 논문에서 2030년이면 남녀 모두의 평균수명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9년간 태어난 720여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도 속속 65세 이상 노인 세대로 편입되고 있다.     

지난 50여 년간 노인 세대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가치와 욕구도 크게 달라졌다.  오늘의 노인 세대는 연령층 간 약간 차이는 있지만, 구태의연한 노인들(소위 “꼰대”라고 손가락질 받는 노인들)이 아니라, 민주주의, 평등과 공평, 정의, 인권과 사회공헌을 중시하는 가치관 위에서 다양하고 의미 있는 노후생활을 원하는 세대이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800만을 넘어섰지만, 노인 세대를 대표하여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노인 당사자 단체는 거의 없는 데다 있어도 단체의 운영비 조달 어려움 등으로 활동이 크게 제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로 정부지원금과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대한노인회가 노인 세대들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적인 단체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시대적 요청이라 생각한다. 이제 대한노인회는 지금까지와 같은 이미지와 활동 그리고 지도력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야 할 것이다. 대한노인회가 새로 태어나야 할 중요한 측면을 제시해본다. 

첫째, 노인 세대를 대표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 현재 대한노인회 일선 조직은 경로당으로 되어 있고 회원가입과 관리도 경로당에서 한다. 말하자면 대한노인회는 전국의 6만6737개(2019년 현재) ‘경로당 연합회’라 해도 과언 아니다. 경로당 회원의 평균연령은 75세가 넘고, 80세 이상이 훨씬 많다. 경로당 중심 조직은 젊은 60대와 70대 노인층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65세 이상 노인 세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없다. 대한노인회는 이 같은 경로당 중심 조직에서 속히 벗어나 65세 이상을 고르게 대표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역할과 사업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 현재 대한노인회의 주요 사업은 (1) 노인 취업 알선, (2) 경로당 관리, (3) 노인대학 운영, (4) 노인자원봉사 지원이다. 이 같은 사업은 노인 세대 일부의 욕구에 맞는 것이기는 하나 노인 세대 전체의 더 크고 중요한 관심사나 욕구는 거의 외면하고 있다. 노인 인권 문제, 노후 소득보장 문제, 건강관리와 돌봄 서비스 문제, 다양한 일자리 (재)취업을 위한 교육과 훈련, 체계적인 노인교육 문제 등으로 역할과 사업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노인의 이미지를 개선하여야 한다. 노인 이미지 개선은 주로 노인들 스스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 체계적 교육과 자기계발 기회 제공, 그리고 (재)취업을 위한 체계적 교육 훈련을 통해 이미지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노인은 비생산적이고, 능력이 떨어지고, 생각과 행동이 고루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넷째, 노인들의 기본적 욕구를 해결하는 데 적합한 다양한 정책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국가와 사회에 제시하여 호응을 얻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국제적 활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까지 대한노인회는 국제적인 활동에는 거의 눈을 감고 있었다. 해외지회를 두고 있는 것은 국제적 활동과는 무관하다. UN이나 여타 국제기구 활동에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의 노인단체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대한노인회는 물론 이외 국내 노인단체들은 한 단체도 없다.

여섯째, 대한노인회 선거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어떤 면으로 가장 심각하고 즉각 개혁되어야 할 과제는 대한노인회 중앙회장, 연합회장, 지회장, 경로당 회장 선거이다. 특히 중앙회장 선거공약에서 투표권을 가진 지회장들의 이해관계 사항을 제시하여 표심을 얻으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선거문화는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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