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웃사촌’, 1980년대 정치인 ‘가택연금’ 소재로 한 휴먼코미디
영화 ‘이웃사촌’, 1980년대 정치인 ‘가택연금’ 소재로 한 휴먼코미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11.13 14:14
  • 호수 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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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가택연금된 유력 정치인과 그를 감시하는 정보부 요원이 서서히 우정을 쌓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다. 사진은 극중 유력정치인을 감시하는 정보부 요원 ‘대권’(정우 분, 왼쪽)이 자신이 감시하는 ‘의식’을 잘 이해하기 위해 그의 행동을 따라하는 장면.
이번 작품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가택연금된 유력 정치인과 그를 감시하는 정보부 요원이 서서히 우정을 쌓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다. 사진은 극중 유력정치인을 감시하는 정보부 요원 ‘대권’(정우 분, 왼쪽)이 자신이 감시하는 ‘의식’을 잘 이해하기 위해 그의 행동을 따라하는 장면.

‘7번방의 선물’ 만든 이환경 감독의 신작… 오달수‧정우 등 찰떡연기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다 정이 드는 이야기… 40년전 풍경 재현 실감나

[백세시대=배성호기자] 군부에 의해 강제로 가택연금된 유력 대권주자 ‘이의식’(오달수 분). 어느 날 그의 옆집에 어딘가 수상해보이는 대권(정우 분)이 이사를 온다. 낮에는 따뜻한 이웃처럼 행동하던 대권은 실상은 의식을 몰락시키기 위해 투입된 도청팀장이었다. 대권은 의식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그의 행동을 일일이 따라 한다. 심지어 못먹는 우유까지도 마시면서 말이다. 하지만 자꾸 훔쳐보고 따라하다 보니 이상하게 정이 든다. 의식 역시 대권이 밉지만은 않다. ‘가짜’ 이웃사촌이었던 두 사람은 ‘진짜’ 이웃사촌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7번방의 선물’로 1280만 관객을 웃기고 울렸던 이환경 감독이 7년 만의 신작 ‘이웃사촌’으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1980년대 유신 정권을 배경으로 꿈틀거리는 민주화 움직임과 그를 누르려는 수뇌부의 줄다리기를 가족애와 두 남자 간의 우정을 중심으로 코믹하게 그린다. 유명정치인의 이야기를 연상시키지만 ‘가택연금’이란 소재만 동일하다. 

영화는 왼손으로 밥을 먹는 것조차 ‘좌파’처럼 보여서 매우 싫어하는 정보부 도청팀장 대권(정우 분)과 야당의 유력한 대권후보 이의식(오달수 분) 총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대권은 비밀리에 입국해 가택연금을 당한 이의식 총재의 모든 것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고 그의 옆집으로 이사를 온다. 낮에는 평범한 이웃사촌인척 하고 밤이 되면 그의 대화나 통화내용 등 모든 소리를 엿듣는다. 

투철한 안보관 탓에 의식에게 주저 없이 ‘빨갱이’라고 말하던 대권은 감시하는 나날이 늘어갈수록 자연스럽게 의식의 인간적인 면에 매료된다. 결국 목욕탕에 함께 가게 된 두 사람은 알몸 상태로 서로를 마주하면서 진짜 이웃사촌이 된다.

그러나 유력 대통령 후보이자 진보적 사상을 가진 의식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정보부 김실장(김희원 분)이 개입하면서 두 사람은 위기에 빠진다. 대권이 감시를 소홀히 하는 것도 모자라 의식을 두둔하기까지 하자 김실장은 그를 골칫덩이로 치부하면서 의식을 암살할 계획을 세운다.

대권은 이 사실을 의식에게 알리지만 의식은 각자 맡은 일을 하면 된다는 말과 함께 정치적 동지의 노제(路祭)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서고 극의 긴장감도 절정으로 치닫는다. 

작품은 전반부에 웃음을 배치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감동 코드를 부각시키는 ‘7번방의 선물’과 비슷하게 전개된다. 

도청기로만 의식을 만날 수 있는 ‘대권’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나미의 ‘빙글빙글’과 밤마다 부스럭거리는 수상한 소리를 엉뚱하게 의심하는 장면은 작은 오해가 큰 웃음을 불러오게 하는 영화의 웃음 포인트 중 하나다. 

시대를 풍자한 장면들도 돋보인다. 의식이 가수 나미의 ‘빙글빙글’을 좋아하는 걸 알게 된 도청팀이 상부에 이를 보고하자 ‘돈다’는 의미가 담긴 모든 노래를 금지곡으로 지정하는 장면은 실제 황당한 이유로 금지곡을 지정했던 과거 군사정부의 처신을 떠올리게 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가까워진 의식과 대권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해 힘겹게 담벼락 위로 고개를 내밀어 인사를 건네고, 옥상으로 편지를 던지며 남몰래 소통하는 등 주변의 모든 것을 활용해 자택격리를 극복하는 모습도 색다른 웃음을 선사한다. 이처럼 웃음을 자아내던 이웃사촌의 비밀 소통 작전은 후반으로 갈수록 감동코드로 바뀐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목숨을 걸고 서로를 위한 비밀작전을 펼치는 장면은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충실한 시대 재현도 돋보인다. 제작진은 1980년대 풍경을 재현하기 위해 대권과 의식의 집을 비롯해 골목 전체를 꾸몄고 당시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 50대를 공수하는 노력을 보여줬다. 또한 옛 소주병, 전화기 등 소품을 제작해 마치 1980년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코믹연기의 달인 오달수의 귀환이 반갑다. 그는 누적 관객 1000만명을 동원한 국내 영화 17편 중 ‘괴물’(괴물 목소리 출연),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 ‘신과 함께: 죄와 벌’ 등 8편에나 출연했을 정도로 흥행 보증수표다. 2년 만의 복귀작에서 그는 기존의 코믹 캐릭터가 아닌 진중하고 정의로운 모습을 연기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실제 부산 출신인 정우는 대권으로 분해 완벽한 사투리를 구가하며 오달수와 완벽한 호흡을 선사한다.

이와 함께 김병철, 조현철, 염혜란 등 조연 배우들의 색다른 호흡 또한 영화에 다채로운 매력을 더한다. 특히 ‘의식’의 집에 잠입한 도청팀 ‘동식’(김병철 분)과 ‘영철’(조현철 분)이 ‘여수댁’(염혜란 분)과 펼치는 아슬아슬한 집안 숨바꼭질은 큰 웃음을 자아낸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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