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김해신공항 백지화, 가덕도 신공항 추진… 정치논리로 뒤집으면 ‘뒤탈’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김해신공항 백지화, 가덕도 신공항 추진… 정치논리로 뒤집으면 ‘뒤탈’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11.20 13:26
  • 호수 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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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김해신공항 사업 추진을 백지화했다. 4년 전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지었던 동남권 신공항 사업 계획이 선거를 앞두고 뒤집힌 것이다. 이에 정치권은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사실화하며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부터 김해신공항 사업 타당성을 검증했던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1월 17일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증위원회가 지적한 결격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국토교통부가 2년 전 발표했던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의 법률적 문제와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의 확장성 제약 등이다. 

검증위는 신설 활주로의 장애물인 공항 인근 오봉산, 임호산, 경운산 등을 깎아 내거나, 존치시키려면 지자체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이를 고려하지 않은 김해신공항 계획안이 위법하다고 봤다. 

또한 김해신공항은 관문공항의 요건인 연 최대 3800만 명의 수요를 처리할 수 있으나 활주로 신설 등이 불가능해 확장성이 제약된다고도 지적했다.

검증위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가덕도 신공항 사업 추진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추진단’을 발족하고 이달 안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일사천리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서면 이동과 물류망 확대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법에는 공항 개발 사전 용역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사전 절차를 단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착공으로 아예 신공항 입지를 ‘가덕도’로 쐐기를 박으려는 심사로 보인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는다. 내년 4월에 열리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해서다. 이어 2022년 3월엔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이에 따라 가덕도 신공항 구상은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커졌다.

동남권 신공항은 수조원이 투입될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기존의 개발 계획을 뒤집으려면 합리적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검증위의 발표도 기존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의 추진을 중단하라는 것이지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라는 제안이 아니다. 검증위는 오히려 “김해 신공항은 관문공항 기준을 충족해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더불어 김해신공항 결정 당시와 달라진 상황과 여건, 새 입지의 조건 등을 전문가들이 면밀히 따져보고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신공항 건설의 목적에 가장 잘 부합하는 최적의 대안을 찾아내는 게 올바른 자세다.

차제에 동남권 신공항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도 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사태로 올해 항공 수요는 지난해의 절반으로 급감했고, 5년 뒤 세계 항공 승객수도 2019년 전망한 수치보다 10%가량 밑돌 것이라고 한다. 신공항 수요 예측을 다시 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어렵사리 결정된 국책사업을 정치논리로 뒤집는다면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쌓일 수 없다. 정권마다 다르게 나오는 검증 결과를 누가 믿겠는가. 이런 점에서 민주당의 이번 가덕도신공항 밀어붙이기는 나쁜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은 규모가 작아도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이 요구된다. 하물며 수 조원이 투입될 국책사업이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해타산에 의해 추진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신공항을 선거 수단으로 이용하는 한 검증위 결론은 언제든 또 뒤집힐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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