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서울284 ‘레코드284-문화를 재생하다’ 전…추억의 LP판, 현대미술과 만나 새롭게 조명
문화역서울284 ‘레코드284-문화를 재생하다’ 전…추억의 LP판, 현대미술과 만나 새롭게 조명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12.04 15:02
  • 호수 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되살아난 LP판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와 이를 활용한 설치작품들을 선보인다. 사진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감상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전시에서는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되살아난 LP판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와 이를 활용한 설치작품들을 선보인다. 사진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감상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레코드 산업 이끈 장인들 이야기, 다양한 설치미술 작품 등 선봬

우주비행사 헬멧형 턴테이블 눈길… 음반에 대한 향수와 흥미 불러

[백세시대=배성호기자] LP판 혹은 레코드판이란 이름으로 친숙한 ‘장시간 음반’(Long Play Record). 1948년 컬럼비아 레코드에서 개발한 것으로 지름 30cm 크기의 한 면에 22분을 녹음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녹음 분량으로 인해 빠르게 음반 산업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 영광은 잠시였다. 카세트테이프와 시디(CD)의 등장으로 완전히 밀려난 것이다. 그러다 최근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LP판은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올 상반기 LP판 매출이 CD 매출을 34년 만에 추월하기도 했다.

이러한 LP판을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레코드284-문화를 재생하다’ 전은 올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진행된다.

LP판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발견하고자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는 레코드판의 제작에서부터 유통, 소비, 문화 창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룬다. 이를 통해 LP판을 단순한 음악 저장 매체를 넘어 일상 속 창작의 원동력이자 영감의 매개체로 바라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전시는 크게 ‘레코드 마스터’와 ‘레코드 문화’라는 주제로 구성된다. 먼저 ‘레코드 마스터’는 레코드 문화와 산업을 이끌어온 장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잊혀져 가는 LP판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레코드가 가진 가치를 전달한다.

레코드의 전 공정 생산 시스템을 갖춘 국내 대표 기업 마장뮤직앤픽처스가 걸어온 길은 장인정신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다. 한국일보 기자와 편집위원을 지낸 대중문화평론가 최규성이 선별한 1980~90년대 명반 20선도 옛 향수를 자극한다. 조용필 1집, 정태춘‧박은옥의 ‘92년 장마, 종로에서’ 등 레코드판 표지에 얽힌 상세한 이야기는 새삼 흥미롭게 다가온다.

희귀 음반과 턴테이블 수집가 레몬이 소개하는 턴테이블들도 인상적이다. 1960년대 초기 다소 큰 편이었던 휴대용 턴테이블은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 내장된 진공관을 빼고 비로소 휴대하기 편한 크기가 됐다. 

우주인 헬멧을 연상케 하는 턴테이블.
우주인 헬멧을 연상케 하는 턴테이블.

전시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시대별 턴테이블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대 출시된 우주왕복선과 우주비행사 헬멧 형태의 턴테이블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1968년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개봉과 1969년 아폴로 11호 달 착륙 등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을 반영한 제품이다.

‘레코드 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에서는 동시대 디자이너와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 안에서 재해석한 설치미술 작품을 소개한다. 장유정 작가는 ‘손길이 필요한 일’을 통해 레코드를 시각, 청각, 촉각이 동원되는 경험으로 재해석했다. 6개의 작품을 둥글게 배치해 하나로 만든 작품으로 각각의 구역엔 턴테이블과 레코드, 앨범 표지를 담은 영상, 사진, 조각 등이 자리하고 있다. 빔 프로젝터와 조명이 순차적으로 켜졌다 꺼지는 이 공간 속을 거닐다 보면 자연스럽게 옛 레코드에 관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1970년대 미국에서는 실내 식물로 집안 곳곳을 꾸미는 것이 유행했다. 국내에서도 유명 S사 침대를 사는 사람들에 한해 캐나다 출신 가수 모트 가슨이 식물을 위한 음반인 ‘플란타시아’(Plantasia)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선미와 베리구즈, 레몬이 함께 만든 ‘에버 그린’(Ever Green)은 상록수의 초록빛으로 가득한 공간에 ‘플란타시아’를 재생하고, 이와 동시대인 1970년대에 제작된 턴테이블, 스피커를 함께 전시함으로써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실내의 작은 숲속에서 자연과 레코드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조화, 상록수의 색과 질감과 아날로그가 선사하는 따뜻함은 과거의 추억과 그 속에 담겨있는 감정을 되살아나게 한다.

디자이너 문성원과 디자인 스튜디오 오리진(Orijeen)은 재생을 위해 끊임없이 회전하는 레코드의 물리적 특성에 착안한 회전 작품을 선보인다. 

디자인 스튜디오 비 포메티브는 시대에 따라 목재에서 다양한 소재로 변화해온 레코드 가구에 주목했다. 이들은 레코드를 수납하는 가구 시리즈 ‘DC-20’은 LP판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한다. 또 스튜디오 워드가 레코드판을 듣는 일련의 과정에 상상력을 더해 시각화한 작품 ‘사운드 메이커’ 등도 인상 깊게 다가온다.     

배성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