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3분 이상 기계 멈추면 경보음’…생산 독촉에 목숨 잃는 노동자
한국타이어 ‘3분 이상 기계 멈추면 경보음’…생산 독촉에 목숨 잃는 노동자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12.10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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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공장 중태 노동자 끝내 사망, 과도한 생산량이 원인
“중식‧야식 거르고, 화장실도 못 가”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대전공장 40대 노동자가 머리를 포함한 상반신이 기계에 끼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끝내 목숨을 잃었다. 본지는 지난 11월 30일 한국타이어 노동자 재해와 관련한 기사를 보도했고 문제점을 들여다봤다.(관련기사 : 산재협 “한국타이어, 안전센서 작동 안하게끔 기계 변형” 주장) 이번 노동자 사망 이후 더 많은 퇴직‧현장 노동자 사례를 취합해 연이은 사고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추적했다. 그들은 “과도한 생산량”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9일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은 공장 내 성형기에 큰 부상을 입고 12월 5일 목숨을 잃은 A씨가 근무하던 대전공장을 찾아 조문을 마쳤다. (사진=노동자)
지난 9일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은 공장 내 성형기에 큰 부상을 입고 12월 5일 목숨을 잃은 A씨가 근무하던 대전공장을 찾아 조문을 마쳤다. (사진=한국타이어 노동자)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은 공장 내 성형기에 큰 부상을 입고 12월 5일 목숨을 잃은 A씨가 근무하던 대전공장을 찾아 조문을 마쳤다. A씨는 지난달 18일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성형기에 상반신이 끼어 중태에 빠졌고 입원 치료 18일째 결국 숨졌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노동청)은 이번 사고를 중대 재해로 규정하고 오는 18일까지 열흘간 중대재해 특별감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노동청은 “현행법에 따라 사고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대재해로 보지 않고 있지만, 특별근로감독에 준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노동청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성형기의 안전센서가 “작동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난 설비에는 사람이 접근하면 작동을 멈추는 센서가 장착돼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최근 재확인됐다.

한국타이어 노조는 A씨 사고부터 사망까지 노동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즉각 제정”과 “한국타이어 특별근로감독 촉구”를 주장하며 피켓 시위와 천막 시위를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달 17일 관훈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밥도 거르고 화장실도 못 가고 일합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21년 근무한 송 모 씨는 산재신청을 승인 받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기나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일에도 송 씨는 서울행정법원에서 진술을 마치고 내달에 다시 있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송 씨는 2015년 2월 오전 6시경 자택에서 취침 후 기상해 출근준비를 하던 중 왼쪽 팔, 다리가 심하게 마비되는 증상을 겪고 충남대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은 과도한 생산량 목표치입니다.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작업자들이 중식, 야식도 거르고 화장실도 못갑니다.”

송씨는 이번에 사망한 A씨가 다룬 성형기도 다뤄 본 경험이 있었다. 부상이나 사망사고도 결국 생산량 독촉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기계가 24시간 돌아가요. 고무 같은 재료들을 자르고 붙이고 하다 보니 기계가 트러블이 생기고 오작동이 될 때가 있죠. 그것을 작업자가 육안으로 기계를 들여다보다가 사고가 생기는 거죠”

안전센서 미작동에 대해서 송씨는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계에 ‘반사판’이 부착돼있는데 그게 계속 서로 반사되면서 레이저 쏘듯 비춰야 하거든요. 만약에 사람 신체라도 기계에 닿아서 반사가 멈추면, 그때 기계가 동작을 멈춥니다. 그게 안전센서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러나 대부분의 작업자들이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반사판’의 각도를 틀거나 떼어 버리고 작업을 한다고 했다. 제대로 반사판이 작동할 때라면, 살짝이라도 기계에 신체가 닿을 시 기계가 멈추는데 그러면 기계가 다시 작동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 많은 하루 생산량을 맞춰야 하는데 기계 멈춤이 번거롭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게(반사판). 원활하게 작업하고 싶으니까.”

익명을 요구하는 노동자 B씨도 송씨의 말에 동의했다. B씨도 성형기를 작동시켜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회사가 생산량 갖고 쪼니까 그 자체가 압박이 되는 거예요. 센서(반사판) 틀어서 작업하는 것은 예사예요. 기계에 트러블이 생기면 원칙적으로는 기계를 수동으로 전환하고 기계 살펴보라곤 해요, 회사에서. 그러면 또 기계가 또 꺼지니까 그냥 자동으로 해놓고선 트러블 해결하다가 변을 당하는 경우가 있죠.”

B씨에 따르면 최근 한국타이어는 코로나 영향으로 한동안 공장을 가동시키지 못했고 여름부터 ‘풀생산’에 돌입했다고 했다.

송씨는 한국타이어 공장의 노동자 부상이나 사망사고도 결국 생산량 독촉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사진=제보자 송모씨)
송씨는 한국타이어 공장의 노동자 부상이나 사망사고도 결국 생산량 독촉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사진=제보자 송모씨)

3분 이상 기계 멈추면 상황실 경보음 울려…생산량 미달 추궁도 다반사 

송 씨는 한국타이어 자회사인 대화산기(현 한국엔지니어링웍스)에서 유럽과 일본에서 들여온 기계를 한국형으로 개조한다고 했다. 이는 지난 취재에서도 언급됐던 부분이다.

송씨는 기계마다 생산량을 상황실에서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가 부착돼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하루 생산량을 작업자에게 알리고 행동을 제어하기까지 했다.

“생산계획이 모니터를 통해 뜹니다. 기계가 3분 이상 서면 상황실(사무실)에서 경보음이 울려요.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려고 하면 휴식 버튼 터치하고 다녀오고요. 이거 통해서 생산량 미달 추궁하기까지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회사나 관리자가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작업자 출신이 주임되고 그 위엣 사람 되고 그러는 거예요. 모를 리가 없죠. 그냥, ‘알아서 빨리 하라’고 할 뿐입니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노동자 사고와 사망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밝히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본지는 △안전센서작동 관리 △대화산기에서의 기계 변형 △과도한 생산량 △중앙통제실과 연결된 모니터 등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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