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부동산 문제, 독일에서 배워라”
[백세시대 / 세상읽기] “부동산 문제, 독일에서 배워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12.11 14:01
  • 호수 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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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홍은~홍제동에 걸쳐 있는 백련산에 주말이면 등산객들이 몰린다. 부부 또는 직장인, 동호인들이 줄지어 산을 오르내린다. 그 사이를 산악자전거들이 비집고 내달린다. 소나무 수천그루에 둘러싸인 백련공원의 풍취, 한양을 보호하는 4대 비보사찰(裨補寺刹) 중 하나인 백련사, 오래된 선지해장국집의 담백한 국물이 입소문을 타서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도 백련산 아래 아파트에 기거할 때 아침마다 이곳 등산 코스를 애용했다. 

요즘 백련산 아래 은평구 녹번·응암동에 고층아파트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등산객의 눈높이로 아파트 꼭대기 층 거실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이곳만의 이상 현상이 아니다. 서울을 비롯 수도권 곳곳에서 20층 이상의 대단위 고층아파트 단지가 레고로 만든 성처럼 삐죽삐죽 들어서고 있다. 

이처럼 자연 경관을 해치면서까지 아파트가 줄기차게 늘어나지만 왜 집은 여전히 부족하고 아파트 시세는 수직 상승하고 있는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자기와 후손의 부와 안위를 보장 받으려는 인간심리 때문이다. 쇼핑몰·교육기관·병원 등 생활편의시설이 잘 발달해 있고,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대도시를 마다하고 교통도 불편하고 불빛도 없는 인적 드문 변두리를 택할 리도 없다.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대도시 집중을 막을 도리가 없다. 후진국일수록 더 심하다.  

정부는 1970~80년대 1000만호의 집을 지었다. 박정희 정권의 250만호 주택건설 10개년 계획, 전두환 정부의 주택 500만호 건설사업,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 수도권 5개 신도시 개발 사업 등을 야심차게 밀어부쳤지만 오히려 자가 점유율은 떨어졌고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낳고 있다. 1980년 58.6%였던 자가 점유율이 2015년에 56.8%로 오히려 1.8% 감소했다. 집을 가진 사람이 집을 샀기 때문이다. 2013~2016년 개인소유 주택증가분 23만2102호 가운데 무주택자 매입은 22.4%(5만2028호)에 그쳤고, 77.6%(18만74호)는 유주택자가 사들인 통계가 그걸 말한다.

국토교통부 장관에 지명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2007년 반짝 아이디어를 내놓은 적이 있다. 공공자가주택이란 개념의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이 그것이다. 최초 분양자가 건물에 대한 소유권만 갖고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공공이 갖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땅값이 빠진 만큼 저렴한 분양가에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환매조건부는 소유권을 최초 분양자에게 주되, 매도할 때 시장(전매)이 아닌 공공(환매)에만 되팔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세차익을 사회가 공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2006년 지방선거 때 반값 아파트로 등장한 환매조건부 주택은 군포 부곡지구에 시범도입 됐으나 청약 신청이 많지 않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지임대부 역시 이명박 정부 시절 서초 보금자리 주택에 1억원대로 공급했으나 현재 10억원대로 거래되고 있어 ‘로또 분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실패 사례로 회자된다. 

외국의 사례에서 의외로 쉽게 답을 구할 수 있다. 독일은 주거 형태가 대부분 임대주택으로 54.6%나 된다. 전세 제도가 없으며 모든 임대 방식은 월세이다. 한국처럼 2년에 한 번씩 계약을 연장하지도 않고 임대인 마음대로 집값을 올리지도 못한다. 독일은 세입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임대차 계약서에 임대 기간을 쓰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세입자가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거나 집을 파손하는 등의 위법 행동만 하지 않으면 계속 살 수 있고 언제 나가는지도 세입자가 결정한다. 월세 인상도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집주인이 올리려면 임대료 기준표나 은행자료, 전문가의 감정서 같은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아야 하고 인상률에도 제한이 따른다. 중요한 사실은 임대주택에 산다고 깔보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주택난 해소와 부동산 안정에는 주거문화의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답이다. 집은 더 이상 재테크 수단이 아닌 주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명제를 국민 모두가 깨달을 때까지 주택 경제 정책을 잘 펼치고 의식 교육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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