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줄도 몰랐는데”… 저온에 방심하다 화상 입어
“뜨거운 줄도 몰랐는데”… 저온에 방심하다 화상 입어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12.11 14:27
  • 호수 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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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화상 증상과 예방법

장시간 걸쳐 열 침투해 피부조직 괴사… 환자 80%가 3도 이상 중화상

전기장판 위에 담요 깔아야… 20~30분 가열한 후 스위치 끄고 취침을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이수한(62)씨는 최근 종아리 부분에 빨간 핏줄이 보여 병원을 찾았다가 저온화상으로 인해 피부조직이 괴사한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이씨는 하루 종일 발 앞쪽에 전기난로를 놓고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별다른 통증이 없어 화상을 입었는지도 몰랐다”며 황당해 했다.

전기장판·전기방석·온수매트 등 온열기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저온화상’ 환자가 늘고 있다. 저온화상은 장시간에 걸쳐 열이 서서히 침투하기 때문에 겉은 괜찮아 보여도 피부조직이 죽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고온에서만 화상을 입는다고 생각하지만 물이 끓는 온도인 100℃의 절반도 안 되는 48℃에서도 충분히 화상이 발생한다.

실제로 저온화상 환자 대부분이 일상생활에서 그저 따뜻하다고 느끼는 온열기기를 사용하던 중 화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병원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상태가 악화된 경우가 많았다. 

◇저온화상이란?

저온화상은 신체에 지속적으로 열이 가해짐으로써 발생하며 열이 가해진 강도, 접촉된 시간, 접촉한 생체 조직 열전도 능력에 따라 화상의 깊이와 정도가 결정된다. 

일반 화상은 외관상 심각해 보여 빨리 병원을 찾지만 저온화상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병원을 찾더라도 치료하기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별다른 통증이 없어 화상을 입었는지 몰라 며칠이 지난 뒤에야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저온화상을 입으면 피부 속에서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면서 표피와 진피는 물론이고 지방층까지 손상된다. 보통 엉덩이나 허벅지처럼 전기매트에 직접 접촉하는 부위에 잘 생긴다.

무엇보다 저온에 오랜 시간 노출되는 특성상 고온화상보다 상처 면적은 좁지만 깊이는 깊다. 이 때문에 저온화상 환자의 80%가 3도의 중화상 환자들이다. 3도 화상이란 피부의 표피는 물론 진피층까지 화상에 노출된 상황을 말한다.

특히 노인들은 피부가 얇아 열이 깊은 곳까지 전달될 가능성이 크며, 나이가 들수록 말초신경이 퇴화해 감각이 무뎌지는 경우가 많아 저온화상의 위험이 더 높다. 당뇨를 비롯해 내과적 만성 질환이 있으면 화상 상처가 깊어 잘 낫지 않아 수술을 통한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저온화상 증상과 치료법

주로 열성홍반, 색소 침착 현상 등이 나타나며 열에 노출되는 부위에 생긴 붉은 반점 모양의 열성홍반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다. 또한 감각둔화, 접촉 부위 가려움증, 물집 등이 생긴다. 

보통 엉덩이나 허벅지와 같이 전기매트에 접촉하는 부위에 잘 생기고 피부가 괴사해 하얀 색상을 띠기도 한다. 저온화상을 오랜 시간 방치할 경우 피부조직이 괴사해 치료과정이 길어진다. 

저온화상은 상처가 깊어 80% 이상이 피부이식수술을 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저온화상을 입었을 때는 스스로 취할 수 있는 응급처지가 거의 없다. 

◇온열기기별 저온화상 예방법

▶핫팩= 핫팩을 구매할 때에는 KC 마크와 안전확인신고번호가 있는 제품으로 구매해야 한다. 또한 사용할 때에는 피부에 직접 붙여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핫팩은 최고 온도가 70도까지 오르고 평균 온도는 40~70도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피부에 직접 붙여 사용하면 화상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심하게 비벼 사용하지도 말아야 한다. 핫팩 포장 부분이 파손되어 뜨거운 내용물이 누출돼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피부에 직접 닿는 온열제품인 만큼 온도가 서서히 오르는 것을 잘 지각하지 못하는 유아, 고령자, 피부가 약한 사람, 당뇨나 혈류 장애가 있는 사람은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전기·온수매트= 40도 정도의 열기는 보통의 따뜻함이나 후끈함 정도를 느낄 수 있으나 2시간 이상 한 부위에 지속적으로 열이 노출되면 피부 속 단백질 변성이 일어난다.

따라서 전기매트나 온수매트를 사용할 경우에는 장시간 사용 시 타이머를 설정하여 오랜 시간 열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매트 위에 이불을 깔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잠들기 전 20~30분간 온열기기를 사용해 잠자리를 따뜻하게 한 후, 온열기기 전원을 미리 차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전기난로= 다리 가까이에 난로를 놓고 장시간 사용하면 전기난로 열선 모양의 거뭇거뭇한 자국이 다리에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1m 이상 거리를 두고 사용하고, 피부가 열에 노출되는 부위에는 틈틈이 보습로션을 발라줘야 한다.

▶스마트 기기= 스마트폰에 닿는 얼굴 부분도 오래 통화를 하면 안면홍조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장시간 통화할 땐 마이크 기능이 포함된 이어폰을 사용해 피부가 기기에 직접 닿는 것을 피하는 게 유리하다.

◇저온화상 시 응급대처법

온열기기로 인해 화상을 입었다는 것을 인지한 후에는 바로 12도 정도의 생리식염수로 화상 부위를 씻어내야 한다. 생리식염수가 없을 경우 얼음물이나 얼음을 수건에 감싸 찜질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저온화상으로 인한 물집이 잡혔다면 피부 손상 정도가 심한 화상인 경우가 많다. 이때 물집을 건드리거나 일부러 터트리면 상처 부위로 2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깨끗한 수건 등으로 물집을 덮어 보호하는 것이 좋다.

알코올, 소주, 치약, 알로에, 감자와 같은 민간요법은 오히려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삼가야 한다. 증상을 인지한 후에는 방치하지 말고 화상외과를 찾아 저온화상 여부를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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