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으로 돌아온 만화영화… 검정고무신 신던 1960년대 ‘추억의 검정고무신’
극장판으로 돌아온 만화영화… 검정고무신 신던 1960년대 ‘추억의 검정고무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12.11 14:29
  • 호수 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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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전후를 배경으로 기영이와 기철이 형제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 큰 사랑을 받았던 만화영화 ‘검정고무신’이 극장판 ‘추억의 검정고무신’으로 돌아왔다. 사진은 극중 여동생 오덕이의 탄생 비화를 다룬 에피소드의 한장면. 뾰족머리가 극의 핵심인 기영이고 교복을 입은 남자아이가 또다른 주인공인 기철이다.
1960년대 전후를 배경으로 기영이와 기철이 형제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 큰 사랑을 받았던 만화영화 ‘검정고무신’이 극장판 ‘추억의 검정고무신’으로 돌아왔다. 사진은 극중 여동생 오덕이의 탄생 비화를 다룬 에피소드의 한장면. 뾰족머리가 극의 핵심인 기영이고 교복을 입은 남자아이가 또다른 주인공인 기철이다.

여동생 탄생 비화 다룬 ‘오덕이의 탄생 사연’ 등 7개 에피소드로 구성

딱지치기 하며 노는 아이들, 3대가 함께 사는 모습 통해 옛 향수 자극

[백세시대=배성호기자]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인기만화 잡지 ‘소년 챔프’에서 연재됐던 ‘검정고무신’. 뾰쪽한 머리가 인상적인 초등학생 기영이와 중학생 기철이를 중심으로 1950~60년대를 살아가던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웃음으로 전한 작품이다. 

1999년부터는 TV 만화영화(애니매이션)로도 제작됐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어렸을 적에 신으셨던 추억의 검정고무신”으로 시작하는 주제가는 현재 30대 전후 젊은이들이 대부분 알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런 검정고무신이 극장판 애니매이션 ‘추억의 검정고무신’으로 타이틀을 바꿔 돌아왔다. 12월 9일 현재 일부 극장에서 상영 중이며 코로나19로 극장에 가기 꺼려지는 사람들은 IPTV를 이용해 VOD로 시청할 수 있다.

이번 극장판은 그 시절 우리를 웃고 울린 기영·기철 형제 가족의 이야기를 다채로운 에피소드에 담았다. 막내 여동생 오덕이를 임신한 엄마와 가족 이야기를 담은 ‘오덕이의 탄생 사연’, 애지중지하던 운동화 때문에 우물에 빠지는 기영이 이야기를 그린 ‘기영이의 운동화’ 등 총 7개의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현재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이 대부분 3D로 제작되는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은 옛 향수와 그림의 맛을 느낄 수 있는 2D방식을 고수한다. 

또한 이번 작품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1960년대 전후 생활상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먼저 그때 그 시절의 물가를 알 수 있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현재는 1만원을 넘어선 영화관 입장료가 10원, 소 한 마리 5만원 등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이 신기하게 다가온다. 또 말이 끄는 마차가 시내 한복판을 돌아다니는가 하면 기영이네 어머니가 밥을 지을 때는 가마솥을 이용하는 등 자동차와 전기밥솥이 보편화된 지금의 생활상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 향수를 자극한다.

집집마다 TV가 있는 요즘과는 달리 라디오로 세상 소식을 전달받고 특히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장난감이 된 현재와 달리 온몸을 활용해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겹게 느껴진다. 주인공인 기영이와 친구들은 종이를 접어 하는 딱지치기를 비롯해 구슬치기, 굴렁쇠 놀이 등 주변에 흔한 물건을 놀이도구로 만들어 논다. 겨울에는 눈 쌓인 언덕에 올라가 비료 포대 또는 쌀 포대를 구해 눈썰매를 타는데 이때 기영이가 신나게 노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한다. 

현재는 찾아보기 힘든 옛 관습들도 인상적이다. 작품의 시작을 여는 ‘오덕이의 탄생 사연’ 에피소드에는 남아선호사상을 다른 이야기를 다룬다. 과거에는 아들이 대를 잇는다는 인식이 강해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를 선호했다. 이로 인해 한동안 산부인과에서 아들인지 딸인지 알려주는 것이 불법일 정도였다.

작품 속 기영의 할머니는 며느리가 임신하자 아들이기를 바란다. 기영이와 기철이 형제가 있음에도 또 아들을 바라는 할머니의 욕심은 이런 남아선호사상을 잘 보여준다.

반면 대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모습은 그리움을 자아낸다. 대가족이 거의 사라지고 핵가족 시대에 이어 1인가구 시대로 접어들면서 조부모와 손주가 함께 살며 끈끈한 정을 나누는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런 현실에서 기영이와 기철이 형제가 할머니에게 전래동화를 듣는 장면은 긴 여운을 남긴다.

가난을 소재로 한 ‘착한 가족’ 에피소드는 어르신들이 겪었던 아픔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외출을 나갔던 기영이의 어머니는 길가에 버려진 두 아이를 데려온다. 당시에는 전쟁 후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밥과 따뜻한 잠자리까지 제공한 기영이네 가족을 배신하고 값나가는 물건을 훔쳐 달아난다. 아이들의 아버지가 가난 때문에 도둑질을 시켰다는 점은 더욱 안타깝다. 아버지는 ‘미안하다’ 눈물을 흘리고, 아이들은 ‘괜찮다’며 도둑질을 이어나가는 장면은 씁쓸하면서 슬프게 다가온다.

기영 가족의 순수함은 이런 아픔 속에서 더 빛난다. 할아버지가 길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을 데려오자 어머니는 밥을 주고 하룻밤 자고 가라고 잠자리도 내어준다. 이런 기영 가족의 모습에서 가난해도 마음만은 나누고자 했던 어르신 세대의 따뜻한 정을 보여준다. 층간소음 등 각종 문제로 이웃간 갈등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는 현실에서 되새겨봐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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