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미 바이든 정부 출범과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정상화 / 서상목
[백세시대 금요칼럼] 미 바이든 정부 출범과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정상화 / 서상목
  •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 승인 2020.12.18 14:11
  • 호수 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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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와 달리

‘국제 질서의 정상화’ 약속

 

 이러한 변화를 활용해 

 한미동맹을 다시 공고히 하고

 균형잡힌 대북정책으로 전환을

필자는 올해 2월 초 UN 사회개발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했다. 호텔로 가는 택시에서 흑인 기사에게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는 민주당 힐러리 후보를 찍었으나 이번에는 공화당 트럼프 후보를 찍겠다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나는 그에게 트럼프 지지 이유를 물었더니,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경제’라고 답했다.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의 재선 성공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이 경제성적표라는 역사적 사실을 감안할 때 그의 대답은 매우 합리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압도적 승리였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성적표가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성적표가 적어도 코로나19 발생 전까지는 매우 양호했던 반면, 국제 분야에서 그의 업적은 거의 최악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트럼프의 핵심 정책은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였다. 그는 자유무역이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 등 우방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미국에 유리하게 재협상했고, 국제기후협약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를 탈퇴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또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여러 차례 만났으나, 실제로 북한 비핵화에 관해 얻은 것은 별로 없었다. 반면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공개적으로 나타내면서, 한국의 방위비 부담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집요하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 것은 우리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집권 기간 중 미국의 리더십 부재로 인해 흐트러진 국제 정치·경제 질서의 정상화가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나 홀로 미국(America Alone)’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는 미국의 역할을 강화하여 ‘국제 질서의 정상화’를 약속하고 있다. 바이든은 당선이 확정되자 한국을 포함한 핵심 동맹국 정상들과의 통화를 통해 “미국이 다시 돌아왔고, 미국은 당신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기고문을 통해 취임 첫해에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 개최를 통해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결집시켜 민주주의 체제를 강화하고, 이를 배척하는 국가들과 맞서며, 공통의 어젠다를 구축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또한, 바이든 당선인은 “부패와 인권 그리고 권위주의와의 싸움이 차기 미국 정부의 핵심주제가 될 것이다”라고 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세계 시스템에 편입 시켜 국제 규범과 규칙을 준수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을 만나기 위해선 핵 능력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바이든 당선인은 ‘가치 지향적’ 외교 노선을 추구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의 외교 전략이 트럼프에 비해 매우 안정적일 것으로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 외교의 핵심축인 국무장관과 대통령 안보 보좌관에 자신의 최측근이며 민주당 전통 외교전문가라고 알려진 안토니 블링컨(Anthony Blinken)과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을 지명한 사실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과 바이든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역임한 블링컨 신임 국무장관은 온화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하여 미국의 외교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창의적이면서 균형적 시각을 갖고 있어 민주당 정치지도자들의 총애를 받는 설리번 대통령 안보 보좌관 역시 블링컨 국무장관과 호흡을 맞추면서 외교 분야를 넘어 다양한 국내 현안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다음 세 가지 측면에 역점을 두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첫째, 전통적 동맹 관계의 회복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우리는 최근 다소 흔들리고 있는 한미동맹을 다시 공고히 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둘째, 심한 갈등을 보여온 일본과의 관계 역시 조속히 정상화함으로써 바이든 행정부의 ‘민주주의 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한국이 일본과 함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셋째는 북·미관계 정립 과정이 기존의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전환될 전망인바, 일방적으로 호의적인 대북정책 역시 균형된 방향으로 전환하여 한반도 비핵화 정책추진 과정에서 한국의 위상을 확고히 정립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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