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지혜를 쉽게 전달해주는 지식소매상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지혜를 쉽게 전달해주는 지식소매상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12.28 10:24
  • 호수 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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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장관을 지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화려한 언변과 통찰로도 유명하지만 작가로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지식소매상’이라 자처한다. 철학자 소크라테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 같이 새로운 지식을 발굴하거나 만든 사람들이 지식생산자 혹은 지식도매상이라면 자신은 이 지식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보급하는 소매상이라는 것이다. ‘역사의 역사’, ‘국가란 무엇인가’ 등 주요 저서에서 유 이사장은 유명 학자들의 지식을 간결하고 쉬운 언어로 설명해주며 ‘지식소매상’의 개념을 정착시켰다. 

교양서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의 저자 채사장도 대표 지식소매상이라 할 수 있다. 역사‧경제‧정치‧문화‧종교 등이 어떻게 생겨나 현재까지 오게 됐는지 요점만 간추려 정리한 그의 책들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더 나아가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들고 싶게 하는 욕구까지 심어준다.

그리고 대중들이 가장 잘 아는 지식소매상이 또 있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으로 유명한 스타강사 설민석 작가이다. 그는 지루한 조선왕조실록을 자신만의 이야기 전달 방법으로 재미를 더해 이를 잘 팔리는 콘텐츠로 만들었다. 과거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이다. 최근에는 세계사에도 눈을 돌려 역시 일반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역사에 접근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는 12월 19일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이집트 편이 방영된 후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세계 곳곳의 명소를 둘러보며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가 몰랐던 세계사를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프로그램이다. 헌데 한 고고학 전문가가 이날 방송에서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다. 이에 설 작가는 정확한 고증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즉각 사과했다. 

필자는 이 논란을 지켜보며 다소 안타까웠다. 해당 방송은 교양‧예능 프로그램이지 역사학회가 아니다. 이날 강의 또한 역사, 그중에서도 이집트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도 귀 기울일 내용이 아니었다. 그런데 강의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집트 관련 서적을 몇 권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흡입력이 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전혀 관심 없었던 분야를 들여다보게 했다. 이러한 공은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그를 거짓말쟁이라 비판하는 상황은 다소 아쉽다.

지식소매상 작가들은 쉽게 전달하다 보니 내용이 빈약하다거나 왜곡했다는 지적을 듣곤 한다. 하지만 그들의 저서와 강의는 정확성을 요구하는 논문이나 학회가 아니다. 그들의 저서와 강의는 어려운 지식을 재미있고 쉽게 전달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는데 그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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