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신축년 새해, 이렇게 행복을 만들어 보자
[백세시대 금요칼럼] 신축년 새해, 이렇게 행복을 만들어 보자
  •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 승인 2020.12.28 10:35
  • 호수 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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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노년에 노래 부를 기분도 아니고

웃거나 박수칠 일 없어도

노래하고 웃고 박수치다 보면

우울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행복감 느낄 수 있게 돼

코로나와 국내외 정치·경제 문제로 인한 환란의 경자년을 보내고 대망의 신축년을 맞는다. 인간의 생존이 위협받고 삶이 위축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행복한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언짢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건이 있다면 행복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노년기의 특징인 질환의 증가, 사회적 역할의 감소, 인간관계의 축소 같은 현상은 불행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그렇다고 노년기에 항상 불행감에 젖어 살 수만은 없다. 불행을 느끼기 쉬운 여건 속에서도 행복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여기에 행복하게 살려는 많은 사람들이 실행하고 있으며, 평소 내가 해보니 확실히 좋다고 생각되는 것 세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무슨 대단한 결심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늘상 하는 것들이지만 행복의 추구라는 관점에서 이를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노래다. 음악은 뇌를 자극해 기분 좋은 상태를 만들고, 정서를 안정시켜 치유의 효과가 있으며, 마음의 긴장을 풀어 생각하는 능력을 높인다. 노래는 슬플 때 위로를, 기쁠 때 희망을 준다. 요즘 많이 보급되어 있는 음악치료는 대상자에게 카타르시스(심리 정화)를 경험하게 하여 마음의 병을 고치기도 한다. 시시때때로 노래를 부르자. 혼자서 흥얼거리는 것도 좋고, 가수처럼 큰 소리로 불러도 좋다. 이왕이면 얼굴표정을 환하게 하고 손짓 몸짓하면서 노래를 부르면 더 신이 난다. 나는 40대 중반부터 20년 정도 교회 찬양대에 속해 있었는데 6~7년 쉬었다가 지난 봄부터 다시 어느 남성 중창단에 나가게 되었다. 매주 한 번 연습을 하고 가끔 공연을 하는데 연습하는 시간이 무척 즐겁고 힘이 재충전되는 느낌이다. 가사와 곡조가 주는 아름다움을 늘 벗 삼아 사는 기분이다.

둘째는 웃음이다. 나이 들수록 웃음이 줄어든다. 어른들은 하루에 웃는 횟수가 아이들의 1/1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노부부만 살거나 독거노인인 경우 한 번도 웃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에 의하면 노년기 특징인 무감동은 우울증의 다른 얼굴로서 건강염려증이나 신체화 장애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많이 웃으려면 격의 없는 친구들과 자주 만나거나 재미있는 모임에 많이 나가야 한다. 내가 참여했던 웃음치료 프로그램 중에 이런 것도 있었다, 몇 명이 둘러앉아 밑도 끝도 없이 그냥 크게 웃는다. 파안대소를 넘어 포복절도, 즉 배를 움켜쥔 채 숨이 끊어지고 몸이 넘어질 정도로 크게 웃는다. 눈과 입을 크게 벌리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땀이 날 만큼 웃다 보면 모든 스트레스는 다 날아가고 기분이 아주 상쾌해지며 즐거움이 배가된다. 서먹한 관계에 있던 사람과도 금세 친해진다. 

셋째는 박수다. 손에는 수많은 신경이 집중돼 있고 이 신경은 신체 여러 곳과 연결되어 있다. 박수 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모든 박수는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근육을 사용한다. 박수는 혈액순환을 돕고 내장 기능을 강화할 뿐 아니라 뇌를 자극하여 온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두뇌를 활성화하여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TV를 한 시간 보고 나면 박수를 1~2분 치자. 혼자 있을 때라도 생각날 때마다 쳐서 하루에 5분이라도 박수를 치면 만병통치라 한다. 축하의 박수는 축하하는 사람과 축하받는 사람과의 교감을 확대하여 긍정의 기운을 높인다. 나는 누가 박수를 치자고 제안하면 아끼지 않고 힘차게 그리고 제일 늦게까지 친다. 30초간 박수 치는 것이 10m 왕복 달리기와 같은 운동 효과를 낸다 하니….

그런데 문제는 노래, 웃음, 박수 같은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것은 인정하겠지만, 노래 부를 기분이 아니고, 웃거나 박수 칠 일도 없는데 뭐가 즐겁다고 그렇게 한단 말인가? 실없이 이상한 짓을 한다고 주위 사람들이 눈총을 주지 않을까 염려할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제안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보라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행복 만들기! 이것은 행동 치료(behavioral therapy)의 한 형태로서 원하는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사실이 아닐지라도 마치 진짜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내 감정을 통제한 후 그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위선인 것 같아도 일단 행동을 하면 그 행동이 만들어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행복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행동하니까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즉, 즐거워서 노래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를 부르면 즐거워지는 것이다. 완전히 동의를 못 하겠더라도 일단 행동해보라. 코로나 블루(우울)에 젖기 쉬운 요즈음 정말 행복감이 솟아나는지 실험해보라. 

우리 기분을 좋게 하는 것으로 술, 마약, 오락물 등이 있으나 이런 것들은 일시적 효과만 있을 뿐 오랫동안 즐기다 보면 중독되어 몸과 마음을 해친다. 노래, 웃음, 박수를 시간 날 때마다 해보자. 이것들에 중독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어쩌다 한 번 강하게 하는 것보다 여러 번에 걸쳐 자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런 작은 시도가 새해에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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