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1] 좋은 인품은 고난을 거쳐 완성된다
[채근담 다시 읽기 1] 좋은 인품은 고난을 거쳐 완성된다
  • 관리자
  • 승인 2021.01.04 09:42
  • 호수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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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새해부터 선인들이 정신의 수양을 위해 애독해온 ‘채근담(菜根譚)’ 연재를 시작합니다. 채근담은 명나라 홍응명이 지은 책으로 ‘사람이 항상 나물 뿌리를 씹을 수 있다면 세상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본지는 만해 한용운 선생이 1915년, 홍응명의 채근담을 정선(精選)해서 편집, 강의한 내용을 원본으로 사용합니다. 만해는 글에 제목을 붙이지 않았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목을 붙이고 현대어로 옮겼음을 밝힙니다.


좋은 인품은 고난을 거쳐 완성된다

순금이나 옥 같은 인품을 갖고 싶으면, 뜨거운 불 속에서 단련해야 하며, 천지를 뒤흔들 만큼 큰 공을 세우고자 하면, 모름지기 살얼음 위를 걷듯 조심해야 한다.

欲做精金美玉的人品,  定從烈火中煅來,

욕주정금미옥적인품,  정종열화중단래

思立掀天揭地的事功  須向薄氷上履過

사립흔천게지적사공  수향박빙상리과


◆만해 강의

순금이나 아름다운 옥은 뜨거운 불 속에서 높은 열의 단련을 받고, 거기에 갈고 닦는 정성과 수고를 들인 뒤에야 한 점의 흠도 없이 아름다운 보배로운 그릇이 된다. 

인격을 이루는 것도 이와 같다. 금과 옥같이 강직 명석하고 아름다운 품격을 갖추려면, 반드시 뜨거운 불과 같은 곤란과 위험한 역경 속에서 그 정신을 단련하고, 지기(志氣)를 갈고 닦아서, 나약하고 거친 마음의 때를 벗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아주 긴 세월 전해 내려오는 충렬과 절의는 날카로운 칼날을 밟고 뜨거운 피를 뿌리는 외롭고 괴로운 위험 속에서 나온다. 또한 세상에 드문 영웅과 당대에 없는 호걸은 위험한 지경을 간신히 벗어나고, 만 번의 실패를 거듭한 뒤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곤란한 역경을 피하고 안일한 순경(順境)만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갓 나약한 자, 비루한 자가 될 뿐이다. 이러고도 어떻게 정금미옥 같은 인품을 바랄 수 있겠는가. 

또 천지를 뒤흔드는 큰 공을 세우고자 하는 사람은 매사를 행함에 있어서 반드시 살얼음을 밟고 지나는 것과 같이 몹시 조심하며 삼가야 한다. 만일 일을 행할 때에 근신하지 않고 가벼이 경망스럽게 처신하면 하는 일에 실패하여 공을 세우지 못할 것이다.

◆한줄 생각

모나고 각진 돌이 산꼭대기에서 구르기 시작해 이 골짝 저 골짝을 지나면서 모난 부분이 깨지고 둥글둥글해지듯이, 거칠고 보잘 것 없는 성품이 오랜 세월을 견뎌 노년에 아름다운 덕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소식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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