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복합상영관, 이대로 몰락하나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복합상영관, 이대로 몰락하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1.04 10:06
  • 호수 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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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크리스마스 연휴, 필자는 매년 방문했던 극장을 찾지 않았다. 대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큰 인기를 끈 한국 대작 드라마 ‘킹덤’과 ‘스위트홈’을 보며 ‘집콕’ 생활을 즐겼다. 극장과 비교하면 화면은 작지만 55인치 UHD TV로 영화급 드라마를 즐기는 재미는 쏠쏠했다. 무엇보다 세상 편한 복장으로 드넓은 쇼파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안락함은 영화관이 절대 따라 올 수 없다. 

그래서였을까. 크리스마스 대목을 노리고 12월 23일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원더우먼 1984’는 개봉 8일 동안 30만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인한 여파도 있다고 하지만 100만명도 동원하지 못한 것은 충격적이다

“영화계에서는 극장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말 영화 관람료가 편당 1만2000원인데 이 돈이면 넷플릭스에서 한 달 내내 무제한으로 영화 및 각종 드라마를 즐길 수 있으니 소비자들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

필자는 2018년 8월 본 칼럼을 통해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당시 넷플릭스는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었고 영화 시장의 성장은 주춤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스크린에서 보는 매력 덕분에 넷플릭스의 공세를 잘 막아냈고 슬그머니 관람료도 인상했다. 필자 역시 영화관의 아성이 무너지는데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봤다. 코로나19와 맞닥뜨리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지난해 영화계는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넷플릭스를 앞세운 OTT(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시장은 급성장했다. 현 상황이 잠잠해지더라도 이 성장세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반면 영화관의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최소한의 인력으로만 운영하는 모습은 초라하기까지 하다. 

극장 개봉을 위해 제작한 작품들이 개봉을 미루지 못하고 최소한의 제작비라도 건지기 위해 속속 넷플릭스 행을 결정하고 있다. 또 이러한 작품들이 호평까지 받으면서 극장 개봉을 포기한 것을 잘한 선택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헌데 영화관은 아직도 사태 파악을 못했는지 또 한 번 자충수를 둔다. 지난해 11월 또다시 슬그머니 관람료를 1000원 인상한 것이다. 진짜 안타까운 점은, 아무도 극장을 가지 않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조차 많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복합상영관 3사는 압도적인 자본을 앞세워 동네극장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스크린수를 비약적으로 늘려 한국영화 시장을 성장시켰다는 공도 있지만 독과점으로 인한 많은 폐해를 낳기도 했다.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자신들이 밀어낸 동네극장들과 똑같은 처지가 됐다는 것을,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해야 하는 처지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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