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포노 사피엔스를 아시나요”
[백세시대 / 세상읽기] “포노 사피엔스를 아시나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1.04 10:39
  • 호수 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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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든 지하철에서든 심지어 안방에서 조차 사람들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 스마트폰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옷을 구입하고 연인과 가족, 친지들과 대화를 나눈다. 스마트폰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른바 ‘포노 사피엔스’라는 신인류에 편입(?)된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처음 쓴 용어로 스마트폰(smartphone)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지혜가 있는 인간)의 합성어이다. 휴대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슬기로운 세대를 뜻한다. 스마트폰을 계기로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한 예로 은행 갈 일이 없어졌다. 카카오뱅크와 같은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돈을 주고받는다. 카카오뱅크는 기존의 시중은행들처럼 지점 건물도 없다. 은행 옆이나 편의점에 있던 ATM(현금인출기)도 무용지물이 돼 간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이처럼 문명의 급작스런 변화와 코로나 사태와 같은 혼돈과 어려움의 시대에 사는 우리가 지혜롭게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가에 대해 9가지 코드를 제시했다. 

첫째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광범위한 의미가 함축돼 있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디지털로의 변환이다. 가령 나훈아 노래가 듣고 싶다면 스마트폰에서 유튜브를 통해 바로 들을 수 있다. 욕망에서 충족까지 수초의 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좋고 편리하면 그쪽으로 마음이 움직인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마음이 이동한다는 의미다. 디지털 플랫폼이란 전 세계인이 스마트폰, 앱스토어 등을 활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을 말한다. 따라서 모든 부(富)도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인류 문명의 표준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지각하는 것이다.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하며 자신의 학습 과정을 조절할 줄 아는 지능과 관련된 인식이다. 예를 들면 코로나 바이러스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코로나 맵을 개발한 이는 2000년생 대학생이다. 만약 정부 관료들이 그러한 지도를 만들겠다고 나선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아마 코로나가 끝날 때쯤 나올 것이다. 그 학생에게 비결을 묻자 “수학,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좋아해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많이 했다,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간단히 대답했다. 메타인지가 달라지면 상상력과 실력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세 번째는 상상력이다. 위에 언급한 메타인지가 발달하면 상상력도 풍부해진다. 

네 번째는 회복탄력성이다. 실패했을 경우 떨쳐 일어나 새롭게 도전하는 힘과 능력을 말한다.

다섯 번째는 팬덤이다. 팬(fan)과 영지, 나라를 뜻하는 덤(dom)의 합성어로 어떤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고 몰입해 빠져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중국의 한 의류업자가 콘테이너에 화장품 85만개를 쌓아놓고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단 43초만에 완판했다. 그 업자는 “물건을 고를 때마다 내 인생을 건다, 돈이 된다고 해서 팔지 않는다, 내가 써보고 좋다는 생각이 들 때”라고 대답했다. 팬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섯 번째는 다양성이다. ‘미스터트롯’ 임영웅은 방송국 PD나 음반사 사장이 시켜서 된 게 아니다. 그의 노래에 감동한 팬덤이 만들어준 것이다. 우리 마음속 팬덤을 만들 수 있는 불꽃을 일으켜주는 무언가가 있으면 모두가 폭발한다. 디지털 세상에는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다.

일곱 번째는 실력이다. 일본의 출판만화는 여전히 세계 1위지만 웹툰은 한국이 앞섰다. 스마트폰에서 보기 좋은 만화를 우리가 더 잘 그린다는 의미다. 

여덟 번째 휴머니티(humanity)와 마지막 아홉 번째 진정성은 서로 유기적인 것이다. 비록 비대면의 SNS(사회적 관계망 서비스) 상에서 소통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따듯한 마음을 담아 진정성 있게 대할 때 비로소 팬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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