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권 일우선박(주) 회장
서정권 일우선박(주) 회장
  • super
  • 승인 2006.08.16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0세 노모(老母)와 78세 아들의 휠체어 사랑

 

서정권 사장급속한 핵가족화와 개인주의, 경제난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효도관이 붕괴되어 문제라는 지적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런 세태 속에 지극한 효심으로 102세 어머니를 봉양하는 아들이 있어 주위에 칭찬이 자자하다.

 

일우선박(주)의 서정권 회장이 화제의 인물로, 그 역시 78세의 고령이지만 어머니를 대할 때만은 어린시절의 아들로 돌아간다.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큰 효도”라고 말하는 그를 만나 모자(母子)의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들어봤다.

 

부모 마음 헤아리려고 노력하는게 큰 효도

“우리 어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라고 말하는 아들과, “우리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라고 대답하는 어머니.

 

대화의 내용만 보면 젊은 어머니와 어린 아들의 대화라고 생각되지만, 이는 서정권 회장과 올해 102세 된 그의 어머니가 나누는 정겨운 대화다.

 

서 회장은 모친의 이야기에 환한 미소를 띄우며 “102세의 고령이지만 아직도 예쁘다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며 “몸이 늙는 것이지 마음이 늙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 회장 역시 올해 78세의 고령이지만 회사 경영에 직접 나서는 등 젊은사람 못지않은 열정적인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의 건강이 상할까 노모가 걱정을 한다며“이제는 마음 놓으실 만도 한데, 아직도 자식 걱정뿐인 어머니 덕분에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쓰고 있다”고 살짝 귀띔했다.

 

자식이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어도 부모에게는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항상 불안한 존재라는 말이 있듯이, 그 역시 어머니에게는 그런 존재일 것이다.


1974년 해군준장으로 예편한 서 회장은 군 생활 당시 보국훈장 광복장, 보국포장, 보국훈장 천수를 수상했으며, 예편 이후 시작한 사업에서도 뛰어난 수완과 성실함을 무기로 큰 성공을 이루었다.


일우선박주식회사를 설립해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한일친선협회 이사, 대한씨름협회 이사 등을 지냈고 현재 예우(예선업) 회장, 서울대학교정책발전과정2기 회장, 해군사관학교 총동창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등 소리 소문 없는 선행을 하며 활발한 사회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렇듯 사업과 여러 가지 활동으로 바쁜 나날이지만, 어머니와 함께 하는 일에는 주저 없이 시간을 낸다. 어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는 그는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함께 산책하며, 도란도란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휠체어를 밀며 한결 가벼워진 어머니를 느낄 때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그는 “효도라는 것이 큰 것이 아니다. 부모님과 자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짜 효도”라고 했다.

효(孝) 정신 흐려지는 세태 안타까워


102세 어머니를 비롯해 23살 손자까지 모두 77명의 대 가족을 자랑하는 집안의 5남 1녀 중 장남인 서 회장은 자손들에게 항상 부모님에 대한 효심을 강조한다.

 

그의 진심에서 우러나는 효심은 자연스럽게 다른 가족들에게도 옮아가 화목한 가정의 버팀목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 덕분인지 어머니는 희수(喜壽), 미수(米壽)에 이어 99세를 축하하는 백수(白壽)잔치 이후에도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부친은 90세에 작고했지만 건강한 노년을 보냈다고 서 회장은 전했다.

 

“지금까지 치른 잔치는 자손들이 모두 무탈해야 할 수 있는 것인데, 이는 모두 어머니의 복이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겸손해 했다.


그러면서 “당연한 도리에 대해 효자라고 불리는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고 쑥스러워하며 “효의 정신이 흐려져 가는 현 세태가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효도관은 갈수록 붕괴되는데, 노인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져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사회 변화에 걸맞은 효도관의 재정립과 노인 복지를 위한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이제는 노인문제에 대해 국가에서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특히 독거노인 등을 위해 실버타운이나 노인요양소 등의 확충이 시급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서 회장은 그러나 역시 “가장 좋은 것은 가족들의 사랑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버타운이나 요양원의 경우 가족이 함께하지 못한 체 임종을 맞을 수 있어, 그것은 부모나 자식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 가지의 바람을 펼쳐 보인다. 하나는 어머니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시는 것이고 또 하나는 어머니보다 조금이라도 오래 살면서 효도하는 것이다. “부모 앞에 먼저 가는 것만큼 큰 불효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자면 건강관리를 더욱 열심히 해야 겠다는 기자의 말에, 서 회장은 “왠만한 젊은사람과 팔씨름해도 아직 이길 자신이 있다”며 활짝 웃었다.


마지막으로 노년시대 창간과 관련해 축하의 말을 전하기도 했는데, “노인문제가 심각한 때에 시기적으로 적절하게 창간되었다”면서, 앞으로 노인들의 문제와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개선하는 데 주춧돌이 되는 신문이 되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박영선 기자 dreamsun@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