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위협하는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가짜 정보들, 고춧대차가 코로나 치료제?… “마시면 위험할 수도”
건강 위협하는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가짜 정보들, 고춧대차가 코로나 치료제?… “마시면 위험할 수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1.15 15:27
  • 호수 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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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은 한때 코로나 치료제로 사용됐지만 부작용이 심각해 현재는 미국과 유럽에서 모두    사용을 취소했다. 	그림=연합뉴스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은 한때 코로나 치료제로 사용됐지만 부작용이 심각해 현재는 미국과 유럽에서 모두 사용을 취소했다. 그림=연합뉴스

의학적 근거 없는 정보 떠돌아… 민간요법 퍼나르는 것도 자제해야

클로로퀸은 심장박동 이상 등 부작용으로 미국에서 긴급사용 취소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12월 22일 유튜브 A채널에 ‘코로나백신 고춧대차로 예방 및 증상개선’이라는 영상이 올라온다. 해당 영상에서 B목사는 코로나에 확진됐다가 고춧대차를 끓인 물을 마시고 극복했다고 말한다. 영상에서는 더 나아가 감기, 천식에도 고춧대차가 특효약이라고 설명했다.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대부분 “말도 안 된다”며 비판의 댓글을 남겼지만 일부는 “좋은 정보 알려줘서 고맙다”라며 맹신하는 모습도 보였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SNS를 중심으로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약과 민간요법이 코로나에 효과적이라는 가짜 정보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집중 거론되고 있는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항염증제 ‘덱사메타손’, 구충제 ‘이버멕틴’ 등의 경우 잘못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먼저 고춧대차의 경우 어르신들 사이에서 정보가 빠르게 돌자 복지부에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대추·천일염 등 일부는 그나마 식품이기 때문에 너무 지나치게 섭취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는 안전성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특히 민간요법 등을 너무 신뢰해서 정규 의료체계에서의 치료를 하지 않거나 그 의무를 소홀히 할 때는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또한 식약처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약국을 중심으로 클로로퀸·덱사메타손을 처방해달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심지어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의약품들을 해외에서 직접 구매해 밀반입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의 ‘게임 체인저’라고 극찬하며 한때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현재 클로로퀸은 별다른 치료·예방 효과가 없는 것으로 입증된 상태. 클로로퀸을 코로나 치료 목적으로 긴급사용 승인했던 미국식품의약국(FDA)도 지난해 6월 이를 취소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클로로퀸을 복용한 후 심장박동 이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간·신장 장애, 발작, 저혈당 등의 부작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15일 광화문 집회 전후로 ‘클로로퀸을 먹으면 코로나19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가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정부의 코로나19 검사를 믿지 않는 일부 집회 참석자들이 “클로로퀸으로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글을 공유하며 약 구입에 나섰다. 중소규모 의원이 일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처방’으로 집회 참석자들에게 클로로퀸을 처방해주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에는 해외 거주 한국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실제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되는 덱사메타손을 구해 먹고 나았다는 기사가 공유되면서 클로로퀸뿐만 아니라 덱사메타손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처방전이 없어 약품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한 해외 구매 정보까지 공유하고 있다.

항염증제로 잘 알려진 덱사메타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코로나19 치료제로 각광을 받았다. 실제로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 중증 환자에 효과를 보여 지금도 특정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대규모 임상을 통해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는 중증 환자의 사망 위험은 최대 40% 감소, 기타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최대 25% 감소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다만 덱사메타손 역시 잘못 썼을 때 부작용 위험이 있다.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고, 장기간 투여하면 당뇨병, 골다공증, 소화성 궤양 등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구충제 ‘이버멕틴’ 역시 코로나19 치사율을 최대 80%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지만, 세계적인 전문가들은 해당 임상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확실한 임상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반인은 물론 의료계 종사자들에게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클로로퀸은 치료 효과가 없음이 명백하게 밝혀졌고,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 치료에 쓰긴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흔한 약품으로 소진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잘못된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또 해외 직구 약품에 대해서도 “식약처를 통해 정식으로 들여오지 않는 약은 실제로 해당 성분이 맞는지도 믿기 어려워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절대 먹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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