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신박한 걱정 정리법 / 이호선
[백세시대 금요칼럼] 신박한 걱정 정리법 / 이호선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 승인 2021.01.22 14:08
  • 호수 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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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걱정으로 해결될 일 전혀 없는데 

온갖 걱정에 잠 못들기 일쑤

걱정의 목록을 종이에 적은 뒤

소용없는 고민 하나씩 지우고

과거‧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하자

걱정이 반찬이며 상다리가 부러질 지경이다. 걱정은 인지능력이 생겨나면서 시작하여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다. 어려서는 미래를 불안해하고 커서는 현실을 걱정하며 나이 들어서는 후회막급이다. 그래서인지 전 생애를 걱정과 함께 살아가며, 인간은 대부분 후천적 걱정 전문가이다. 지금과 같은 반복적이고 위협적인 정보가 많은 걱정 시대에는 옛말처럼 걱정이 태산이다, 걱정도 팔자다. 여러 속담이나 격언 중, 티벳 속담은 참으로 흥미롭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시간을 중심으로 과거는 후회를 남기고 현재는 걱정이 진행 중이며 미래는 불안하다. 후회는 대부분 죄책감과 연결되기 쉬운데, 이 과거 후회를 중심으로 하는 죄책감도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후유증도 없이 겸손하게 하며 유대관계를 넓히고 성장과 성숙의 재료가 되는 성장형 죄책감, 그리고 작은 실수에도 지나친 수치감과 고통을 불러오는 과장된 책임감이 있다. 그중 과장된 죄책감은 늘 중장년들에게 문뜩문뜩 올라오는 자동적 사고라 누르면 더 튀어 올라오는 배구공 같다. 

참으로 흥미로운 것은 한 연구에서 65세 이상의 노년들이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물었을 때, 대부분은 불륜이나 사업실패, 거대한 실수 등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1위는 ‘살아가면서 쓸데없는 걱정을 너무 많이 한 것’이었다. 돌아보면 참으로 쓸데없는 걱정, 해봐야 소용도 없는 걱정에 밤을 지새운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미래의 불안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들을 생각하는 경우인데, 더 안전한 방법과 행동을 모색하는 과정이라면 몰라도, 미래 상황과 시간을 통제할 수 없고 조금도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이는 후회와 다름없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사건에 대한 불안을 ‘예기 불안’이라고 하는데, 이런 예기 불안은 현재를 잡아먹고 미래의 길을 좁히기 쉽고, 사실상 현재의 대부분 노력은 미래의 불안을 막아낼 수 없다. 

대부분 이런 후회와 불안은 현재의 걱정과 마구잡이로 뒤섞여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후회나 걱정이나 불안 모두 전쟁처럼 갑작스럽게 쳐들어오고 나의 이성을 마비시키며 생각의 조직을 흩뜨려버리고야 만다. 걱정이 많은 분들이라면, 후회가 많은 사람이라면, 불안이 큰 경우라면, 신박한 걱정 정리가 필요하다. 

신박한 걱정 정리를 위해 먼저 종이와 볼펜을 준비하다. 준비한 종이 위에 볼펜으로 각종 걱정을 적어보자. 즉 먼저 걱정을 구체화해보자. 대부분 걱정을 적다 보면 10개 이상인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경우에 따라 한 장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시점을 구분해보자. 과거부터 이어온 걱정인지, 현재의 걱정인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걱정인지를 색깔 볼펜으로 나누어보자. 세 번째는 소용없는 고민 지우기다. 과거부터 꾸준히 해온 후회 중 돌이킬 수 없는 것에 굵은 사인펜 등으로 줄을 죽 그어보고, 현재 나의 노력과 외부 도움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걱정들도 지워보자. 해봐야 소용없겠다 싶은 미래의 불안 항목 역시 지워 없애보자. 마지막으로, 남은 걱정들을 따로 적어보자. 

남은 걱정들이 몇 개나 되는지 살펴보고, 이제 이 걱정들에 집중해보자. 다음으로 이 걱정들 중 하나가 해결되지도 않으면서 이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잠도 오지 않고 일상을 내리누르고 있다면, 운동이나 활동내용 변경 등으로 주위 분산을 위한 행동을 시작하자. 

후회와 불안을 비운 자리에 나머지 걱정이 더 큰 부피와 무게로 점령하지 않도록 하자. 동양화처럼 그 공간을 아예 비우겠노라 다짐하거나 서양화처럼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무엇인가로 채워 넣겠다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기억하라, 행동과 걱정은 동시에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을!  

지금 여기에 집중하자. 과거 후회나 미래 불안보다는 현재 걱정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이는 걱정 총량을 줄여 집중도를 높이고, 높아진 집중력으로 현재 문제 해결 가능성을 높여 자기효능감을 높인다. 이 과정은 미래에 다가올 문제 해결 가능성과 능력을 동시에 높인다. 그러니 걱정보다는 걱정 쓰기를 시작하자. 밤을 새울 거라면 걱정이 아니라 계획을 위해 밤을 새우자. 자 이제 종이와 펜을 준비하여 신박한 걱정 정리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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