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이름 붙은 거리들 종로에 송해 이름 딴 ‘송해길’… 어르신 즐길거리 많아
유명인 이름 붙은 거리들 종로에 송해 이름 딴 ‘송해길’… 어르신 즐길거리 많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1.22 14:45
  • 호수 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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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송해가 활동했던 거리… ‘김광석 거리’는 대구의 명물 문화거리로 

서귀포 ‘이중섭 거리’는 미술관 등 조성… 신해철 거리, 남진 야시장도 눈길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서울 세종로에서 을지로로 접어들어 충무로를 지나면 퇴계로에 다다른다. 우리역사에 훌륭한 치적을 남긴 세종대왕, 을지문덕, 이순신, 이황 등 선인들의 명성은 이처럼 도로명에 새겨져 오늘날에도 살아 숨쉰다.

최근에는 연예인 등 유명인의 이름을 딴 거리나 길이 전국 곳곳에 조성되고 있다. 어려운 이름보다 유명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지역 홍보와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인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의도도 있다. 가볼만한 유명인 이름의 거리와 길을 소개한다. 

서울 종로2가 ‘송해길’
서울 종로2가 ‘송해길’

◇종로 송해길

‘송해길’(수표로)은 종로2가 육의전빌딩부터 낙원상가에 이르는 240m 구간이다. 50년 전 종로구 낙원동에 ‘연예인 상록회’ 사무실을 열고 이 일대를 제2의 고향처럼 여기며 활동했던 방송인 송해를 기리기 위해 이름 붙여졌다. 

송해길은 종로문화원이 주축이 되어 종로구의회 김복동 의장과 김뻐꾹 예술단이 함께 ‘송해길’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지난 2016년 5월 23일 ‘도로명 주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송해의 공식 명예도로로 지정되면서 공식적으로 ‘송해길’로 불리게 됐다.

종로3가역 5번 출구로 나오면 거리의 상징인 송해 동상과 팻말을 바로 찾을 수 있으며, 그 명성답게 곳곳에 송해 캐리커처가 붙은 가게들이 눈에 띈다. 주변에 기원이 많고 실버극장이 있어 노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식당과 문화시설이 많다. 

이곳에 위치한 ‘추억을 파는 극장’에서는 55세 이상이면 2000원에 옛날 영화를 볼 수 있는데, 타 상영관에 비해 자막이 크고 곳곳에 손잡이를 설치해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를 배려했다. 또한 송해가 즐겨 찾는 맛집으로 유명한 60년 전통의 우거지국밥집에서는 2000원이면 한 끼 해결이 가능하다.

송해길 뒤에는 ‘락희 거리’가 있다. 탑골공원에서 낙원상가에 이르는 약 100m 구간에 형성된 곳으로 탑골공원, 종묘공원 등이 위치해 있다. 락희는 ‘러키’(lucky) 음을 빌려 우리말로 표기한 것으로, 노인들에게는 추억을 상기시키는 단어이기도 하다.

◇대구 김광석 거리

김광석 거리는 대구 대봉동에서 태어나 삼덕동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진 가객 고 김광석을 테마로 한 문화거리다. 방천시장 부근 김광석 벽화를 중심으로 350m에 이른다. 지난 2010년 우범지역으로 전락해가는 어두컴컴한 방천둑길에 문화를 입혀 사람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곳으로 변모시키자는 의도를 가지고 조성됐다. 

이곳에는 김광석의 노랫말을 스토리텔링한 벽화 43점과 김광석 동상 2점, 골목방송 스튜디오, 야외공연장, 스피커, 김광석의 홀로그램 영상을 볼 수 있는 스토리하우스 등이 설치돼 있다. 입구에 설치된 기타를 치는 동상은 이 거리의 상징물이다. 김광석 거리를 걷다 보면 이같은 작품들을 통해 짧았던 그의 생애를 돌아보고 스피커를 통해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와 노랫말을 음미할 수 있다. 

김광석 거리 조성 후 효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사람 발길이 뜸하던 방천시장까지 사람이 넘쳐나 주말에는 1000명이 넘게 이곳을 찾고 있다. 덩달아 방천시장에도 식당들이 들어서기 시작해 김광석 거리와 방천시장이 서로 밀고 끌어주며 대구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제주 서귀포에 조성된 '이중섭 문화거리'
제주 서귀포에 조성된 '이중섭 문화거리'

◇제주 이중섭 문화거리

불같은 예술혼을 사르다 40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화가 이중섭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서귀포시 서귀동의 거리이다. 이중섭은 전통의 아름다움과 현대적 감각이 잘 조화된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한국근대미술의 여명기를 연 인물로서 암울한 시대와 불우한 환경, 비극적 삶 속에서도 한국미술사에 빛나는 발자취를 남겼다.

이중섭 화가는 한국전쟁 당시 서귀포로 피난을 와 1년간 머물렀는데 1평 남짓한 방에 네 식구가 함께 살면서 ‘서귀포의 환상’, ‘게와 어린이’,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이에 서귀포시는 지난 1996년 화가 이중섭을 기념하기 위해 이중섭 거리를 조성했으며, 1997년에는 이중섭이 제주 생활 당시에 살았던 초가집을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2002년 12월에는 이중섭 미술관을 개관하고, 미술관 앞에 이중섭 공원을 조성했다. 

▶전남 목포 남진 야시장= 도로가 아닌 전통시장이지만 항구도시 목포 출신 가수 남진 이름을 따 지난 2015년 개장했다. 전남 목포 자유시장에 T자 형태의 시장통로 일부를 활용해 매대를 설치하고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한다. 약 30개의 먹거리 장터에선 각종 튀김·구이·볶음 말고도 남도 항구도시 야시장답게 홍어삼합·전복에서부터 문어·낙지·주꾸미구이까지 다양한 해산물 먹거리들을 판매한다. 

▶경기 성남 신해철 거리= 성남시와 팬들이 그를 추억할 수 있는 흔적과 마음을 모아 만든 곳으로, 성남시 분당구 발이봉로에 위치한 신해철 작업실 주변으로 160m 정도 이어진 거리다. 입구를 지나면 ‘신해철의 음악 작업실’ 표지판을 찾을 수 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건물의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신해철이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작업실을 만날 수 있다. 

▶경기 수원 나혜석 거리= 수원시 팔달구에 있으며, 근대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인 나혜석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됐다. 여성으로서의 차별을 딛고 많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던 나혜석의 삶을 기념하기 위한 장소다. 나혜석 거리에는 나혜석의 동상과 그가 썼던 글이 새겨진 비석들, 도로 내 춤을 추는 분수대 등이 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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