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취미생활 1] 김성보 경기 동두천시지회장의 ‘캠핑’… “캠핑카 여행은 가도 가도 늘 새롭고 설렙니다”
[슬기로운취미생활 1] 김성보 경기 동두천시지회장의 ‘캠핑’… “캠핑카 여행은 가도 가도 늘 새롭고 설렙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1.22 14:58
  • 호수 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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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보 동두천시지회장과 그가 직접 주문제작한 캠핑카. 김 지회장은 주말마다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고 직접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성보 동두천시지회장과 그가 직접 주문제작한 캠핑카. 김 지회장은 주말마다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고 직접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박람회 참가하며 1년간 준비… 지난해 7월부터 주말마다 아내와 여행 

부부간 금슬 좋아져… 캠핑카 타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여행하는 게 꿈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매서운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동검도’/ 한 해의 마지막 태양은/ 작열하는 노을빛 속으로 사라지고// (중략) 난 동안(童顔)의 밝은 일출을/ 한없이 그리워하며/ 그 속에 하나 된 걸음, 걸음으로/ 찬란한 새해 아침 햇빛을 등에 지고/ 원대함이 가득한 그런 시작을 해본다.”

김성보 경기 동두천시지회장(대한노인회 법제심의위원장)이 올해 1월 1일 ‘캠핑카’ 안에서 새해 일출을 보며 쓴 시다. 김 지회장은 지난해 7월부터 직접 주문 제작한 캠핑카를 타고 주말마다 전국을 여행 중이다. KBS에서 28년간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그는 여행지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고 이를 돌아본 소감을 개인 페이스북에 올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은퇴 후 두 가지 버킷리스트가 있었어요. 하나는 전원주택에서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캠핑카를 타고 아내와 함께 전국을 여행하는 것이었어요.”

첫 번째 버킷리스트는 금세 달성했다. 2000년대 초반 은퇴한 김 지회장은 40년 넘게 살던 서울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동두천 칠봉산 아래 풍경이 아름다운 개울가 옆 전원주택을 구입하며 오랜 꿈 중 하나를 이뤘다.   

동두천에서 인생 2막을 열며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었고 2014년부터는 지회장을 맡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됐다.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버킷리스트 달성 역시 조금씩 미뤄졌다. 더 늦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끼던 그때 김 지회장은 뜻이 통한 처남과 함께 캠핑카를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막상 캠핑카를 사려고 했더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캠핑카 정보를 얻기 위해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고 캠핑카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고 각종 박람회도 바삐 돌아다니면서 조금씩 감을 잡았다. 그렇게 1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해 6월 김 지회장 부부의 여행 스타일에 맞춘 캠핑카를 주문했다.     

“캠핑카는 완제품을 구매해도 되지만 원하는 대로 주문 제작도 가능해요. 날씨가 좋은 봄‧가을에는 실외에 테이블을 펴면 되지만 겨울에는 캠핑카 내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었고 이런 의견을 반영해 캠핑카를 주문제작했어요.”

그는 원활한 전력 사용을 위해 천장에는 태양광 패널을 달고 난방을 위해 무시동히터도 설치했다. 침대 자리를 언제든지 테이블 공간으로 변신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의 정성이 들어간 캠핑카는 지난해 7월 완성됐다. 떨리는 마음으로 그는 캠핑카 제작을 의뢰한 전남 장성으로 향했고 그날 첫 여행을 떠났다. 

김 지회장은 매주 금요일 지회 업무를 마무리하고 집에 오면 본격적인 캠핑 준비에 들어간다. 1박 2일간 먹을 음식 등은 아내가 준비하고 김 지회장은 캠핑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챙긴다. 운전 역시 김 지회장의 몫이다.

“캠핑을 떠나기 위해 운전대를 잡을 때 늘 설렙니다.”  

김 지회장은 ‘까도 까도 뽀얀 속살이 나오는 양파처럼 가도 가도 새롭고 설렘 가득한 것이 캠핑카 여행의 묘미’라고 말했다. 동해와 서해의 느낌이 다르고 어느 바다를 가도 똑같은 바다는 없다고 한다. 또 청량감 넘치는 산과 계곡은 계절마다 색색의 매력을 발산해 1년 내내 가도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고도 했다.

“캠핑카를 세워두고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한 주간의 스트레스가 눈녹듯이 사라졌고 캠핑카를 정비하는 등 여행 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력 역시 단단해졌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도 캠핑의 묘미라고 했다. 캠핑을 하다 보면 간혹 빠트리는 물건이 있는데 이웃 캠퍼에게 빌리고 보답으로 음식을 나눠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형님, 동생하는 사이가 된다는 것이다. 낯선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캠핑의 재미는 배가 됐고, 때로는 조언자로서 삶의 지혜도 전달해주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부부간의 금슬이 좋아지는 것을 캠핑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무뚝뚝한 성격이어서 아내와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좁은 캠핑카에서 짧게는 1박 2일간 단 둘이서만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신혼 때처럼 사이도 돈독해졌어요.”

캠핑카 여행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그는 젊은 시절부터 아내와 함께 전국 여행을 다녔다.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에서 고향인 경남 마산까지 여행한 적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오토바이에서 승용차로 이동 수단이 바뀌었을 뿐 평일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한주 동안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했다. 그리고 노후에는 캠핑카로 업그레이드해 누구보다도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김 지회장은 올해 두 가지 계획이 있다. 하나는 아내에게 맛있는 캠핑요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 번은 동해, 한번은 서해 라인으로’ 국도를 타고 바다를 보면서 일주일 씩 캠핑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요리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아내에게 근사한 한끼 캠핑요리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리고 그는 최근 버킷리스트를 하나 더 추가했다.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캠핑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캠핑카를 타고 임진각에 다녀왔는데 북녘땅을 바라보며 분단의 아픔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꼈어요. 아내와 함께 한라산에서부터 백두산까지 캠핑카를 타고 일주하는 그날이 꼭 왔으면 합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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