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 ‘묻지마’ 지방 발령…'갑질'에 거리로 나선 지점장들
롯데하이마트 ‘묻지마’ 지방 발령…'갑질'에 거리로 나선 지점장들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1.01.28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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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 지난해 11월 60명 발령 ‘시동’…최종 17명 ‘면직책’ 인사
매출 좋은데 왜?…노조 “온라인 강화, 롯데그룹 방침에 따라가는 것”

일방적 매장 폐점‧지방발령…기준도 예고도 없어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롯데하이마트의 원칙없는 ‘묻지마’ 인사조치로 전국 롯데하이마트 지점장들의 생존권이 위협 받고 있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롯데하이마트의 자진사직 종용과 부당발령으로 인해 한 지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관련 기사 : ‘만성 갑질’ 롯데하이마트, 지점장 부당발령에 숨져…'회사는 승승장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산하 롯데하이마트지회(노조)는 집단적인 부당발령 직전인 지난해 12월부터 부당한 인사 조치에 반대하는 1인 시위 및 집단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회사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노조는 집단적인 부당발령 직전인 지난해 12월부터 부당한 인사 조치에 반대하는 1인 시위 및 집단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회사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사진=제보자)
롯데하이마트 노조는 집단적인 부당발령 직전인 지난해 12월부터 부당한 인사 조치에 반대하는 1인 시위 및 집단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회사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사진=제보자)

“발령 이틀 전에 서울 근무하던 사람을 예고도 없이 대구로 내려가라고 하는 겁니다. ‘저성과자’ 낙인찍어서는 지점장 직책 떼어버리고 말단 사원처럼 물건 판매시켜요. 거처 구하라고 30만원 부쳐줍니다. 그만두라는 것 아닙니까.”

노조 관계자 A씨는 부당발령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 지점장 정 모씨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고인은 아내의 암 투병을 곁에서 보살피며 한 가정을 지키려한 가장이었고 회사의 부당발령은 모든 것을 깨뜨려버렸다. 이동우 전 사장(현 롯데지주 대표이사)에까지 사정해 수도권으로 올라올 수 있었지만 해당 매장은 곧 폐점됐고 발령 대기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처럼 A씨는 회사가 자진퇴사를 유도하는 부당발령 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 폐점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에도 더 많은 지점장이 피해를 입고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미 올해 8,9월에도 ‘면지점장’(지점장 면직책) 발령 계획이 잡혀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일괄적 구조조정 강제, 흔적 없는 인사 조치?

A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집단적인 발령 조치 직전인 12월 1일부터 총 4번의 1인 시위를 롯데하이마트 본사 앞에서 진행했다. 이후 지점장들은 면직책 발령이 내려진 지난 1월 4일 이후 단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7일에도 노조는 롯데하이마트의 지점장에 대한 희망퇴직과 자진퇴사 종용을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회사는 1년 치 실적만을 갖고 ‘저성과자’로 분류했습니다. 지난해 11월초부터 희망퇴직 상담을 진행했고요. 처음에는 60명 정도 였는데 12월초 30명으로 걸러 내더라고요.”

결국 회사의 권유로 희망 퇴직하는 인원이 발생했고 최종 16명이 ‘역량강화팀 교육파견’ 대상자로서 왕복 100km의 출퇴근거리에 있는 지점에 발령 됐다.

모두 고직급에 나이가 많은 지점장이었다. 회사는 역량강화 차원의 파견이라고 설명했지만 제대로 된 프로그램도 없었다고 한다. ‘면지점장’은 파견처에서 관리자로서의 교육이 아닌 일반적인 물건판매 업무를 하게 됐는데 목표 실적이 안 나오면 그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 롯데하이마트는 ‘면지점장’ 발령을 이번 집단 발령 이전인 과거에도 진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오전에는 제품에 대한 내용을 2시간 동안 영상으로 교육시키고, 오후에는 장사시킵니다. 다시 지점장으로 돌아올 확률은 없다고 보면 돼요. 역량강화는 회사 면피용 답변이고요.”

그러나 이러한 대대적인 인사 발령은 문서로 적힌 공문도 공지도 없다. 인사 조치에 대한 흔적이 없는 것이다. 회사는 매장 지점장에 대한 희망퇴직을 지사장 ‘미션’으로 수행하게 했다.

“지사장은 20여개 매장과 지점장을 관할하는 관리인입니다. 지사장들이 관리하고 있는 지점장을 만났고 직접 희망퇴직을 권유했습니다. 요즘에는 매장자체가 폐점되면서 지사장도 퇴사하는 시점에 왔고요.”

흑자행진 불구 구조조정 왜…온라인 키우려는 롯데그룹에 충성?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2015년 이동우 전 사장 체제 이후 매출 신장을 지속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은 1조47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5%, 영업이익은 560억원으로 67.3% 각각 증가했다. 지난 4분기 매출액도 9607억원, 영업이익 202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각각 전년동기대비 약 2.7%, 218% 증가한 기록이다.

A씨는 이런 대대적인 폐점과 퇴직 종용에 대해 롯데그룹의 경영방침을 근거로 들었다. 롯데그룹은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을 통해 온라인을 강화하고 있고 오프라인매장을 순차적으로 폐점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등이 실적이 좋지 않았는데 롯데그룹 구조조정이 매출 좋은 롯데하이마트에도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롯데마트도 롯데하이마트와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롯데하이마트 황영근 사장.(사진=롯데)
롯데하이마트 황영근 사장.(사진=롯데)

“작년에만 17개점이 폐점됐어요. 올해도 롯데하이마트는 15~17개가 폐점 예정에 있고, 롯데마트는 최소5개가 폐점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롯데하이마트 노조는 회사가 현재의 인사 조치를 수정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왕복 출퇴근 거리 100km 발령과 △관리자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사항이 관철되기 전까지 지속적인 집회 진행과 노동위원회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롯데하이마트 측은 노조의 집회와 반박에도 불구하고 기존 인사 조치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노조에 밝혔다.

회사는 노조에 “면직책 인사명령은 직책자에게 동일하고 명확한 기준을 세운 후 검토해 결정했으며 대상자에게 관련 내용을 안내 및 통보하였습니다. 인사발령 근거자료는 해당 부서 대외비 및 대상자 개인정보로 공유드리기 어렵습니다. 인사이동 사항은 노동조합과 합의 후 진행하도록 되어 있지 않으므로 어떤 노동조합과도 노사 협약서 등을 맺은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롯데하이마트는 현재까지도 언론 대응을 거부한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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