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무상급식 전면 시행될까
경로당 무상급식 전면 시행될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1.29 10:58
  • 호수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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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양곡비만 지원… “식사도우미 지원이 필수”
분홍앞치마를 입은 충북 단양군 식사도우미들이 식사 후 경로당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단양군은 농한기 관내 전 경로당에 부녀회원을 식사도우미로 배정해 호평받고 있다.
분홍앞치마를 입은 충북 단양군 식사도우미들이 식사 후 경로당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단양군은 농한기 관내 전 경로당에 부녀회원을 식사도우미로 배정해 호평받고 있다.

대한노인회 중앙회, 경로당 예산 증액 통한 전면실시 강력 추진

단양군, 공주시는 전 경로당서 점심 제공… “지역 실정에 맞춰야”

[백세시대=배성호기자] “경로당에 매달 운영비를 200만원씩 지원해 무상급식과 여가복지를 전면 실현해야 합니다.”

오제세 대한노인회 중앙회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진행된 연합회별 간담회와 올해 초 여야 주요 유력 정치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러한 의견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4월 서울시장 재보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유력 인사들이 이러한 주장을 공약으로 차용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경로당 무상급식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경로당에서 하루에 한끼 이상 식사를 하는 것은 어르신의 건강과도 직결된다. 정자용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이 2013∼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만 65세 이상 노인 4562명을 대상으로 동반 식사 횟수 등을 분석한 결과 하루 세끼 모두 혼자 식사하는 노인이 영양 불량에 빠질 위험은 하루 세끼 모두 배우자 등과 함께 식사하는 노인의 3.1배였다.

정 교수팀은 이를 근거로 “함께 식사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노인의 적절한 영양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경로당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경로당은 10곳 중 6곳이 채 안된다. 정순둘 이화여대 교수팀이 지난해 12월 전국 광역지자체 및 시‧군‧구 경로당 사업담당자, 대한노인회 전국 16개 연합회 경로당광역지원센터 및 245개 지회 경로당순회프로그램관리자(경로부장)를 대상으로 ‘경로당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경로당이 전체 6만7000여개소 중 2만8000여개소에 달했다. 

경로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해서다. 회원들이 고령화되다 보니 많게는 20명이 넘는 사람들의 식사를 맡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또 농촌경로당의 경우 농한기(12월~2월)를 제외하고는 경로당을 상시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곳이 대부분이다. 최근엔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식사도우미를 지원하면서 점차 중식을 제공하는 경로당이 많아지는 추세다. 공주시지회(지회장 박공규)의 경우 올해부터 모든 경로당에 식사도우미를 배정하는 예산을 확보했다. 50명이 넘는 경우 3명, 30명 이상은 2명 씩 배정해 모든 경로당에서 중식을 지원하도록 할 예정이다. 

공주시지회 관계자는 “경로당 사정으로 식사하지 않는 곳을 제외한 242개소 경로당에 식사도우미를 배정하고 추가로 희망하는 경로당에도 지속적으로 중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전체 경로당에 무상으로 중식을 제공해온 지역도 있다. 충북 단양군지회(지회장 이덕홍)가 대표적이다. 단양군은 류한우 군수가 취임한 2014년부터 전체 경로당에 식사도우미를 파견하고 있다. 

단양군 160여개 경로당은 농사를 짓는 3월부터 11월까지는 낮 시간대 경로당에 사람이 거의 방문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이 시기에는 경로당에서 중식을 먹지 않는다. 대신 농한기인 12월~2월에 집중적으로 경로당을 이용하는데 이때 경로당에 식사도우미를 지원한다. 또 어르신들이 많은 인원을 위한 식사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지역 부녀회원 중에 도우미를 선발하고 있다.

단양군지회 관계자는 “경로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밥을 먹는 것을 넘어서 서로의 안부를 챙기고 고독감을 줄이는 역할도 해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식사도우미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시지회(지회장 우종재)와 서울 강북구지회(지회장 한충현) 등도 식사를 만들어 먹기 희망하는 경로당에 대해서는 식사도우미를 최대한 배정하고 있다. 

일선 경로당 회장들은 식사도우미 배정이 보편화되는 것을 환영하면서도 무상급식 전면시행을 위해서는 양곡비 인상 등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식사도우미를 제공하는 상당수 지자체의 경우도 노인일자리와 연계해 주 3일만 식사도우미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다수 경로당이 양곡비 외 반찬을 구입할 비용이 모자라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것을 활용해 점심을 먹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도시경로당의 경우 번거롭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김밥 등을 주문해서 먹거나 외식을 하는 경향도 강해 단양군의 사례가 보여주듯 지역 특성을 반영한 무상급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 노인회 관계자는 “모든 경로당에서 하루 한끼를 제공하자는 움직임은 환영하지만 전수조사 등을 통해 지역 실정을 파악한 후 맞춤형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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