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반드시 처벌 받아야 할 거짓 루머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반드시 처벌 받아야 할 거짓 루머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1.29 14:07
  • 호수 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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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출근하려고 지하철을 탔을 때 벌어진 일이다. 개찰구를 막 지나쳐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 툭툭 건드렸다. 돌아보니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화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대뜸 “매일 횡단보도에서 매너없이 담배 피시던데 내일부터 피지마세요”라며 필자에게 항의했다.

필자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이 여성의 항의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것인지 단박에 안다. 필자는 흡연자였던 적이 없는 완벽한 비흡연자이기 때문이다. 너무 황당해서 즉각 “저 담배 안 피우는데요”라고 대응했지만 그 여성은 필자를 ‘일말의 양심도 없는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람들이 많았다면 필자는 영락없이 공공장소에서 민폐를 끼치며 담배를 피우는 인간으로 낙인 찍혔으리라. 한 번이라도 했을 법한 행동을 지적했다면 반성이라도 하겠는데 태어나서 전혀 해보지 않은 행동으로 지적을 당하니 며칠 간 억울해 미칠 노릇이었다.

본 칼럼을 통해 한 번 소개했던 개그맨 A씨와 그의 가족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최근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A씨 아내의 SNS에 아랫집 사는 여성이 층간소음을 항의했고 이에 대해 즉각 사과하면서 마무리되는 분위기였지만 해당 사건과 관련된 글에 다른 일화를 소개하는 댓글이 달리면서 논란이 재점화된 것이다.

그런데 이 댓글들은 하나 같이 증거가 없었다. 이런 식이다. “A씨 자식이 과자를 훔쳐먹고 그냥 갔다더라”, “A씨가 담배를 피려는데 라이터가 없어서 편의점에 들어와서는 담뱃불만 붙이고 라이터는 안 사가더라”, “A씨가 이사가면서 아이 원비를 안내고 그냥 갔다더라” 같은 증거 없는 이야기가 사실처럼 떠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허위사실은 진짜로 둔갑해 해당 연예인을 비난하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필자는 방송에 나와 루머 때문에 힘들다는 연예인들의 고백을 유명세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그림자라고 여겨 왔다. 그러다 황당한 비난을 당하고 나서야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필자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공포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특정 연예인을 선호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거짓 사실을 지어내 비난해선 안 된다.

악의적으로 배설한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은 처벌 받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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