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근 원장의 만성 소화기질환] 29. 만성 변비약의 허와 실, 치료법은?​
[김영근 원장의 만성 소화기질환] 29. 만성 변비약의 허와 실, 치료법은?​
  • 김영근 원장
  • 승인 2021.02.0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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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질환은 만성으로 되기 쉽다. 김영근 위맑음한의원장이 위장 등 소화기질환 극복법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습관은 두뇌나 근육의 반사적 운동이다. 습관을 통해 질병을 유추할 수도 있는 이유다. 근세에 유럽을 들었다 놨다 한 나폴레옹의 초상화에는 특징이 있다. 한쪽 손을 상의에 넣은 모습이다. 이 표현은 신체의 일부를 감추는 신비주의 등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가 오랜 기간 위장병을 앓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 답이 쉽게 풀린다.

속 쓰림, 복통, 복부팽만감 등 소화기질환이 있으면 저절로 손이 배로 간다. 손으로 아랫배를 살살 문지르면 어느 정도 아픔이 사라진다. 나폴레옹의 손은 자주 하복부에 가 있었다. 그 모습이 초상화에 담긴 것이다.

나폴레옹이 달고 산 소화불량은 위궤양, 변비, 치핵으로 악화되었다. 배변이 시원찮았던 그는 치핵이 심해 말을 탈 때 아편을 복용하기에 이른다. 나폴레옹은 재기를 꿈꾼 워털루 전투에서 영국군에 패한다. 심한 치핵 탓에 군사 지휘가 어려웠던 그가 전투 개시를 2시간 미룬 게 화근이었다. 만약 나폴레옹이 변비와 치핵에 시달리지 않았다면, 유럽의 역사는 바뀌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변비 인구는 10% 내외다. 여성이 남성 보다 서너 배 많고, 나이 들수록 증가한다. 여성은 임신, 생리, 다이어트 등의 특수 상황에 자주 놓인다. 여성의 변비가 많은 이유다. 또 성장기가 지나면 세포의 기능이 떨어진다. 일부 약물의 과다 복용과 궤양성 대장염 등도 대장 기능을 약화시킨다. 대장의 연동연하 운동력 저하와 불규칙한 배변이 이어진다.

이로 인해 변은 점점 굳어지고 배변은 더 어려워진다. 배변 때 무리한 힘을 가할 수밖에 없어서 치핵, 치열, 게실 질환도 나타날 수 있다. 만성변비는 소화불량을 심화시켜 밥맛을 떨어뜨린다. 변비가 더 심해지고, 신경을 날카롭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변비 완화법은 섬유소와 수분의 충분한 섭취, 아침을 포함한 하루 세 끼의 규칙적 식사, 복근강화와 심신 안정 운동 등이 있다. 양방의 응급조치로는 팽창성 하제, 삼투압성 하제, 자극성 하제, 위장관 운동 항진제 사용과 관장을 생각할 수 있다. 약물에 반응하지 않으면 수술을 하게 된다.

장을 강제로 자극해 배변시키는 하제는 오래 쓰면 장 기능 저하 부작용이 따른다. 단발성 등 짧게 끝나지 않으면 변비 악화, 다른 장 질환 유발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하제 복용은 최소화 하고, 대장기능을 정상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체내의 노폐물과 독소를 줄이고, 대장의 연동연하 운동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치료를 한다. 대장을 건강하게 해 자연스럽게 배변이 이뤄지게 한다. 체질에 따라 변비도 조금씩 양상이 다르다.

젊은 사람에게 많은 실증(實症)성 변비는 열(熱)과 연관이 깊다. 이때는 열을 내리는 처방이 포함돼야 한다. 노인이나 허약자에 많은 허증(虛症)성 변비는 몸의 진액(津液)을 보충해야 한다. 몸을 보(補)하는 약재가 포함된다.

나폴레옹의 변비도 한의학적 관점으로 접근했으면 쉽게 풀렸을 가능성이 있다. 정확히 진맥해 원인과 증상을 확인한 뒤 체질에 맞는 처방을 하면 고질인 변비도 해소되는 게 우리 의학의 우수성이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변비약 사용 대신, 장의 기능을 북돋는 인체 친화적 치료가 변비 등 소화기질환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글쓴이> 김영근

태원의학회 수석교수로 위맑음한의원장이다. 20년 넘는 기간 동안 만성 소화기질환 연구와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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