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지식 47] 가스라이팅 (Gaslighting)
[알아두면 좋은 지식 47] 가스라이팅 (Gaslighting)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2.05 13:42
  • 호수 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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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심리를 조작해 가해자 맘대로 조종하는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해자가 타인의 심리와 상황을 조작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무력화시킨 후 지배력을 행사하고 피해자를 파멸에 이르게 만드는 병리적 심리 현상을 말한다. 

이는 작가 패트릭 해밀턴이 1938년에 연출한 스릴러 연극 ‘가스라이트’(Gaslight)에서 유래한 말로, 이 연극에서 남편은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만들고는 부인이 집안이 어두워졌다고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아내를 탓한다. 이에 아내는 점차 자신의 현실인지능력을 의심하면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남편에게 의존하게 되는 내용이다. ‘가스등 효과’(Gaslight Effect)라는 심리학 용어는 여기에서 생겨났다.

이처럼 가스라이팅은 심리적 폭력이자 정신적 학대의 일종으로 가정, 학교, 군대, 직장 등 일상생활에서 많이 발생한다. 가스라이팅 가해자들은 상황 조작을 통해 상대방의 자아를 흔들어서 자신의 영향력을 증폭시킨다. 이를 통해 상대방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고 그 사람이 가진 재산 등을 탈취할 수도 있다. 

가스라이팅 피해자는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잃어가게 되고 결국에는 자존감이 없어진다. 일방적으로 의심받는 심리적 가학 행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가해자에게 맞추려 애를 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가스라이팅 학대 방법으로는 피해자의 의견을 거부하거나 이해하지 않는 ‘거부’와 피해자의 기억을 불신하는 ‘반박’, 피해자의 생각을 의심하는 ‘전환’, 피해자의 요구나 감정을 하찮게 여겨지게 만드는 ‘경시’, 가해자가 실제로 발생한 일을 잊은 척 하거나 부인하는 ‘망각’ 등이 있다.

이러한 행위가 점진적으로 이어지면 피해자는 자존감이 낮아지고 가해자의 생각에 동조하게 된다. 그렇다보니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들은 자신을 피해자로 인지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현실에서 겪는 모든 반응과 경험을 믿지 못하는 상태로 몰락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가스라이팅의 늪에 빠지는 가장 큰 실수는 ‘대화’ 때문이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입장을 듣고 이해하려고 하며, 자신을 증명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조종’하기 쉬운 상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끔찍한 가스라이팅의 덫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 내가 조금 더 참고 잘하면 이 관계를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고 믿게 된다. 하지만 절대로 대화로 해결하려고 해선 안 된다. 가해자의 이야기가 시작되려고 하면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차라리 회피가 낫다. 정면으로 부딪칠 수도, 부딪쳐서도 안 된다.

이럴 땐 반드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황에 대해 호소해야 한다. 누군가의 감정의 노예로 허우적대며 바보같이 사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서 숨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해결책은 단 하나, 단절뿐이다. 그리고 절대 뒤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가스라이팅이 존재하는 관계는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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