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코로나에 빼앗긴 2020년, 그래도 희망이 있다 / 김광일
[백세시대 금요칼럼] 코로나에 빼앗긴 2020년, 그래도 희망이 있다 / 김광일
  •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승인 2021.02.05 14:04
  • 호수 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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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팬데믹 1년 이내에 백신 개발은

 이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될 경우

‘부작용’ 뉴스에 현혹되지 말고 

 과학적 근거에 바탕, 접종 받아야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난 한 해였다.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본다면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마스크, 거리 두기, 그리고 타인에 대한 원망과 비난 등이 기억되는 매우 비정상적인 한 해로 남을 듯하다. 2020년을 지내면서 우리들 모두 가족 또는 친구와의 모임, 여행, 외식 등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고, 만남과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고 제한된 삶이 얼마나 단조롭고 지겨운지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다지 달라지지는 않았다. 매일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고, 식당에서도 같이 식사를 하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아무 말 없이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게 된다. 부모님을 찾아뵙고 싶어도 혹시나 하는 우려에 화상 전화로 대신하게 된다. 이전에 신종플루나 메르스 사태를 경험했지만, 코로나19는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절망 속에 지낼 필요는 없어졌다. 의학 및 과학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인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감염병의 대유행이 있고 1년 이내에 실제 임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증명된 백신이 개발된 것이다. 아직 모든 감염질환에 대한 예방접종이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 감염증의 원인 바이러스의 실체가 밝혀지고 나서 1년 이내에 예방접종이 가능한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아마도 올 한 해 계획대로 예방접종이 순차적으로 잘 이루어진다면,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가 되면 그토록 기다렸던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을 실제로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다시 건강한 삶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같이 노력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다. 

먼저, 백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꼭 필요한 접종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지난 겨울 독감 백신에 대한 우려로 인해 예년에 비해 독감 예방접종을 한 노인분들이 10%가량 줄어들었다고 한다. 다행히 모두 마스크를 쓰고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열심히 한 덕분에 독감 발생이 예년의 1/5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코로나 예방접종이 시작되었을 때 일부 백신과 관련된 부작용이 보도되면 취약계층의 접종률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무리 수만 명을 대상으로 했던 임상 연구에서 큰 부작용이 없었던 백신이라도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면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날 수는 있다.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백신의 예방접종과는 무관하더라도 많은 사람의 주목을 끌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기 전까지는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번 독감 예방접종과 관련된 우려도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있어 꼭 필요한 분들이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올해에 독감이 유행하였다면 매우 불행한 일들이 생길 수 있었다. 코로나 예방접종이 시작되면 백신과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은 부작용에 대한 뉴스가 관심을 끌겠지만, 이러한 뉴스에 현혹되지 말고 과학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 믿음을 가지고 예방접종을 꼭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두 번째로는 그동안 야외활동과 운동을 하지 못해서 운동능력이 저하되고 근감소증과 골다공증이 악화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다시 이전 건강 상태로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으로 투약 중인 노인분들의 경우 직접 진료를 받거나 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고 단순히 투약만 반복했던 경우도 많아 정기적인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와 반대로 사회 전체적으로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소식들이 많다 보니 정신적으로 우울과 불안 상태가 지속되면서 불필요한 염려로 몸의 이상을 걱정하여 여러 가지 검사를 원하는 환자분들도 있다. 특별한 몸의 이상이나 질병 관리를 위한 검사가 아니라 단지 불안해서 검사를 많이 하는 것은 환자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이 과도한 의료기관 이용이나 검사의 오남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지금까지 어려웠던 사회적 접촉과 만남이 가능해지고, 야외 활동이 가능해진다면 관심을 내부에서 외부로 돌리면서 불필요한 염려도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시간이 흐른 뒤 2020년을 되돌아볼 때 비록 좋은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어렵고 힘든 시기도 잘 견디어 내고 지독한 바이러스도 이겨냈다고 우리 모두 자부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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