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올림픽 이펙트’ 전, 63빌딩과 호돌이는 서울 풍경을 어떻게 바꿨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올림픽 이펙트’ 전, 63빌딩과 호돌이는 서울 풍경을 어떻게 바꿨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2.05 14:57
  • 호수 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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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88올림픽이 우리나라 건축과 디자인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재조명한다. 사진은 전시장의 모습.
이번 전시에서는 88올림픽이 우리나라 건축과 디자인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재조명한다. 사진은 전시장의 모습.

88올림픽 전후 건축‧디자인 변화 조명… 도면‧사진 등 자료 300여점

허스트윗 ‘올림픽 시티’ 연작, 김수근 ‘올림픽주경기장’ 모형도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1988년 9월 17일부터 10월 2일까지 열린 88올림픽은 우리나라 서울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세계 최대 스포츠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서울 도심에는 63빌딩(1985)을 비롯해 고층빌딩들이 들어섰고, 여의도와 잠실, 강남 일대에는 아파트들이 줄줄이 지어졌다. 또 삼태극 문양을 활용한 엠블럼과 마스코트 호돌이를 비롯해 포스터, 메달, 표지판 등 수많은 디자인이 탄생하면서 디자인 역사에도 한 획을 그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도 올림픽을 앞둔 1986년 지어졌다.

88올림픽 전후로 달라진 건축과 디자인을 조명하는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 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다. 4월 1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게리 허스트윗의 ‘올림픽 시티’ 연작 등의 작품과 올림픽 관련 시설의 도면, 청사진, 스케치, 영상, 사진 등 자료 300여점을 통해 올림픽 유산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중앙홀에 설치된 진달래&박우혁의 ‘마스터플랜: 화합과 전진’이 맨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육상경기장을 떠오르게 하는 트랙 라인과 스탠드 등을 설치해 88올림픽 전후의 사회와 문화를 아우르는 이미지와 건축, 디자인 패턴을 반복해 표현한 작품이다.

이어지는 1부 ‘올림픽 이펙트’는 88올림픽이 개최되던 당시의 건축물, 행사, 디자인 자료들을 소개하며 그 결과가 오늘날 어떤 모습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핀다. 이중 게리 허스트윗의 ‘올림픽 시티’를 주목할 만하다. 게리 허스트윗은 2008년부터 서울을 비롯 아테네, 바르셀로나, 베이징, 베를린, 런던 등 올림픽 개최 도시를 직접 방문해 당시 구축된 공간, 건축과 인공물이 어떻게 삶의 일부가 됐는지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도시 전체와 그 속에 살아가는 시민들이 겪은 변화를 보여준다.

개회식과 폐회식의 미술을 감독했던 이만익 미술감독의 아카이브(기록물)도 최초로 공개된다. 색채 계획, 공연 의상, 무대장치 등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적 정서와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자 했던 당시 고심의 과정이 담겨 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탄생한 예술과 건축의 기념비를 상징하는 백남준의 ‘다다익선’, 김수근의 ‘올림픽주경기장’ 모형도 전시된다. 

88올림픽 당시 디자이너 인터뷰도 소개

2부 ‘디자이너, 조직, 프로세스’에서는 올림픽 당시 삼성과 럭키금성(현 LG), KBS 등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이들의 영상 인터뷰와 관련 자료 등을 소개한다. 유명 건축가나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활동했던 이들이 디자인한 휴대전화와 청소기, TV, 전자레인지 등의 산업디자인과 자동차 디자인으로 옛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이어지는 3부 ‘시선과 입면’에서는 올림픽이 바꾼 도시의 스카이라인에 시선을 돌리게 한다. 모형제작사 기흥성이 제작한 63빌딩, 벽산빌딩, 올림픽주경기장, 무역센터 등의 모형이 전시됐다. 기흥성은 당대 최고의 모형제작사였고, 김수근 등 유명 건축가들이 그와 작업하기도 했다. 

또 최용준 작가는 성화봉송로 주변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사진으로 찍어 올림픽 특수를 기록하고 있고, 반면 구본창 작가가 올림픽 당시 찍은 사진들은 욕망에 들떠 가난하고 흉한 것은 가리고 감추려고 했던 화려한 축제의 이면을 들춰낸다.

4부 ‘도구와 기술’에서는 올림픽 전후 고도의 산업화 시대에 진입하며 한국 사회에 성큼 들어온 컴퓨터와 웹의 세계를 조망한다. 자와 컴퍼스 같은 아날로그 설계 도구들이 즐비한 사무실 풍경과 컴퓨터와 캐드(CAD) 프로그램 도입으로 미끈하게 변한 사무실 풍경을 실물과 모형을 통해 재현했다.

전시 말미를 장식하는 다이아거날 써츠의 영상작 ‘20201981: 장면의 뒤편’도 인상적이다. 88올림픽이 건축, 예술, 디자인 등 일상에 남긴 자취를 쫓는 실험 영상으로, 전시 맥락과 내용을 재구성, 상상 속에 존재할 것 같은 ‘올림픽 이펙트’의 시공간으로 안내한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운영되며, ‘올림픽 이펙트’가 열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예약을 통한 거리두기 관람이 무료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시 일정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www.mmc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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