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4] 선한 일을 하며 자랑하지 말라
[채근담 다시 읽기 4] 선한 일을 하며 자랑하지 말라
  • 백세시대
  • 승인 2021.02.19 13:39
  • 호수 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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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일을 하며 자랑하지 말라

선행을 하고서 잘난 척하고 남을 업신여기거나, 은혜를 베풀되 명예를 바라고 좋은 인연만 맺으려 하며, 업(業)을 닦되 세상을 놀라게 하고, 절의를 품지만 그것으로 기이함을 드러내려 할 수 있다. 그리하면, 이는 모두 선한 생각 속에 감추어진 창과 칼이요, 참된 도리 위에 놓인 가시이므로 소화불량을 가중시키기 쉽고 빼내 제거하기 가장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이 찌꺼기를 말끔히 씻어내고 싹을 잘라 없애야만 비로소 본래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爲善 而欲自高勝人 施恩 而欲要名結好

위선 이욕자고승인 시은 이욕요명결호

修業 而欲驚世駭俗 植節 而欲標異見奇

수업 이욕경세해속 식절 이욕표이견기

此皆是善念中戈矛 理路上荊棘 

차개시선념중과모 이로상형극

最易夾滯 最難拔除者也

최이협체 최난발제자야

須是滌盡渣滓 斬絶萌芽 纔見本來眞體

수시척진사재 참절맹아 재견본래진체


◆만해 강의

선을 행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나, 그 선을 빙자해서 스스로 높아져 남을 이기고자 한다면, 이는 자신의 위세와 명망을 얻으려 하는 사욕에 불과하다. 그 선행과 은혜를 이용하여 명예를 바라고 호의를 얻고자 하면, 이는 은혜를 팔아 명예와 호의를 사는 것이니 장사치의 영리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

덕을 쌓고 정진하는 것은 아름다우나 세상의 도리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행하지 아니하고, 세상을 놀라게 하는 기이한 일을 벌인다면, 이는 남에게 특별한 칭찬만 받고자 하는 명예욕일 뿐이다. 절개와 의리를 마음에 품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나 특이함과 기괴함을 드러내려고 하면, 이 또한 유명해지려는 사사로운 욕심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착한 일을 하는 것, 은혜를 베푸는 것, 정진하는 것, 절의를 품는 것은 다 선량한 생각이요 도리를 지향하는 길이지만, 스스로를 높이고 남을 이기려는 것, 명성을 얻기 위해 인연을 맺는 것,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 기이함을 드러내는 것은 모두 창과 칼 같이 선한 생각을 손상시키고 가시와 같이 도리를 방해하는 것이다. 이는 몰래 끼어들기는 쉽고, 뽑아 없애 버리기는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마땅히 그 찌꺼기를 깨끗이 씻어내고 싹을 잘라 없애야 비로소 순전히 선하고, 도리에 맞는 본래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한줄 생각

대가를 바라고 하는 선행은 아름답지 못하고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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