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치매극복 희망수기’ 우수 사례집… “치매로 잠 못자고 호흡곤란 겪던 엄마가 인지활동프로그램 참가 후 달라지셨어요”
복지부 ‘치매극복 희망수기’ 우수 사례집… “치매로 잠 못자고 호흡곤란 겪던 엄마가 인지활동프로그램 참가 후 달라지셨어요”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1.02.26 14:32
  • 호수 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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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아닌 섬망으로만 끝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엄마는 다음해 초봄 혈관성 치매,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다. 엄마는 과거 기억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루하루 드라마를 본다. 밤에도 드라마를 보고 낮에도 드라마를 보고, 잠이 들었다가도 드라마를 켠다. 

한걸음이라도 걷게 해보려는 나와 드라마 앞에서 움직이지 않으려 하는 엄마의 신경전이 자주 일어난다. 아침에는 베란다로 나가 죽을 듯 죽을 듯 살아있는 아버지의 난 화분을 치워 버리라고 소리를 지르시며, 호흡이 거칠어진다 …… 엄마와 밥을 같이 먹고 아침에 햇볕을 쬐게 하고 몇 걸음 걷게 하는 것이 나의 큰 일과가 되었다. 엄마한테 무언가가 정말 꼭 필요했다. 그러던 중 치매안심센터의 치매환자를 위한 인지재활프로그램인 쉼터사업을 알게 됐다 …… 그러나 가지 않으려 하는 엄마를 설득하는 게 큰 문제였다. 억지로 가다가 스트레스로 호흡이 나빠질까 봐 두려웠고, 엄마가 신체적으로 일주일 내내 견뎌낼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다. 이런 불안을 가득 안고 9월 입학을 했다. 

하루를 다녀오고 이틀째 가지 않으려 하는 엄마를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청력 저하로 내가 옆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전달해 주기도 하면서 나도 엄마 옆에서 어르신들과 같이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며, 교구 놀이도 하고 편 나눠 게임도 했다. 이주일이 지나면서 엄마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되었다. 

어르신 한 분 한 분에게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을 두는 선생님들에게 마음을 여는 듯했고, 수업 내용에도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문득 깨달은 것은 엄마가 밤에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엄마를 괴롭히던 불면과 호흡곤란의 악순환이 옅어져 가고 있음을 느꼈다. 과거 이야기도 더 이상 하지 않으시고 어쩌다 말을 하면 담백하게 표현하고 넘어가신다. 나는 이런 모든 변화가 정말 감사하다.

<2019년 이용자 부문 최우수상 이경애 씨 ‘아버지의 난초 화분’ 중에서>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가 제작해 배포한 ‘치매극복 희망수기 공모전 우수 사례집’에 실린 내용이다. 전국 치매안심센터(시군구 보건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치매를 극복하고 있는 치매환자와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사례집에는 치매안심센터에 설치된 치매환자쉼터의 인지활동프로그램에 참여해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되는 치매노인의 이야기, 치매환자 가족지지 프로그램을 통해 돌봄 부담 해소와 마음의 위로를 받은 치매가족의 이야기 등 13편과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해 봉사해 온 치매파트너(자원봉사자 등)의 수기 6편이 실려 있다.

사례집은 시·도와 256개 치매안심센터, 17개 광역치매센터 및 노인복지관 등에 책자로 배포되었으며, 중앙치매센터 홈페이지(nid.or.kr)에서 내용을 내려받을 수 있다.

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는 2018년부터 매년 치매안심센터 이용자와 종사자 및 치매파트너(2020년부터 포함)를 대상으로 치매안심센터를 통한 치매극복의 사례를 전 국민과 나누기 위해 치매극복 희망수기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유보영 복지부 치매정책과장은 “이번 사례집 발간을 통해 치매안심센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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