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끓는 물에 손넣어 승자 가리는 ‘열탕신판’
[211] 끓는 물에 손넣어 승자 가리는 ‘열탕신판’
  • 글‧그림=김성환
  • 승인 2021.03.05 14:32
  • 호수 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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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역사학자 겐그라의 ‘게르만의 법고사록(法古事錄)’에는 중세 때의 열탕신판(熱湯神判)에 대한 실례가 기록돼 있다. 성마리아 앙지에 수도원과 인근 귀족들 간에 포도 과수원 소유권을 둘러싸고 열탕신판이 열렸다.
먼저 사제의 미사로 시작해 피고가 된 귀족 헤르나르도스가 교회에서 내준 제복과 악마를 내쫓는 엑소시스트의 의복을 입는다.
그리고 십자가에 키스하고 성수를 마신 후 펄펄 끓는 가마솥에 손을 넣었다가 꺼낸 후 붕대를 감고 봉인했다.
귀족은 고통에 비명을 질러 됐고, 3일 후에 봉인을 뜯어본즉 부어올랐던 손은 화상으로 썩어있었다. 그래서 신의 힘에 의한 진리가 명백해져 포도원의 소유주는 수도원측으로 되돌아갔다는 기록이다.
열철신판(熱鐵神判)도 열탕신판과 거의 비슷한 순서로 진행됐지만 불에 달구어진 철판을 잡고 약 3m를 걸어간 후 역시 붕대를 감고 봉인했다가 3일 후에 풀어보아 곪는 피가 나오면 유죄요, 상처가 없으면 무죄가 됐다.
열철신판은 대체로 간통협의를 받은 여성이 무고를 증명하기 위해 많이 받았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마녀사냥’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진 화형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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