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 위드 그랜파’, 할아버지와 손자가 벌이는 귀여운 ‘내 방’ 쟁탈전
영화 ‘워 위드 그랜파’, 할아버지와 손자가 벌이는 귀여운 ‘내 방’ 쟁탈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3.12 14:12
  • 호수 7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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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할아버지와 손자의 귀여운 방 쟁탈전을 통해 가족애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사진은 극중 할아버지 ‘에드’(오른쪽)와 손자 ‘피터’가 트램펄린 피구 대결을 하기 전 비장한 표정으로 대치하는 모습.
이번 작품은 할아버지와 손자의 귀여운 방 쟁탈전을 통해 가족애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사진은 극중 할아버지 ‘에드’(오른쪽)와 손자 ‘피터’가 트램펄린 피구 대결을 하기 전 비장한 표정으로 대치하는 모습.

접착제를 면도크림으로 속이는 등 짓궂은 장난에 장난으로 보복 ‘폭소’

치열하게 공방 벌이면서 서로 성장… 인구절벽시대 가족의 의미 전달

[백세시대=배성호기자] 기분 좋게 면도를 하기 위해 얼굴에 크림을 바른 ‘에드’(로버트 드니로 분). 그는 면도칼을 얼굴에 댄 순간 이상함을 감지한다. 크림이 딱딱하게 굳은 것이다. 크림을 살펴본 그는 누군가 접착제 위에 면도크림 상표를 덧붙인 것을 알게 된다. 같은 시각 학교에 간 에드의 손자 ‘피터’는 방학 기간 있었던 일들을 발표한다. 헌데 누군가 그의 숙제를 고쳐 ‘방구’로 가득한 내용으로 채웠고 이를 그대로 발표해 망신을 당한다. 놀라운 점은 이렇게 귀여운 테러를 주고받은 것은 손자와 할아버지였다는 것이다.

방(房)을 쟁취하기 위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코믹한 전쟁을 그린 영화 ‘워 위드 그랜파’가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극장가에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두 사람이 벌이는 공방은 의외로 치열하게 펼쳐지지만 결국 따듯한 가족애로 마무리되며 훈훈한 감동도 전달한다. 

사건은 참전용사이자 건축가로도 뛰어난 업적을 남긴 에드가 딸 부부와 함께 살게 되면서 시작한다. 아내와 사별한 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에드는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킨다. 이에 아버지가 걱정된 샐리는 같이 살자고 권하고 에드는 못이기는 척 딸의 집으로 들어온다. 문제는 그의 등장으로 손자 피터가 졸지에 자신의 방을 빼앗기게 됐다는 것이다. 

갓 중학교에 진학한 피터는 선배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거기에 방까지 빼앗겨 박탈감은 더 컸다. 이에 피터는 자신의 공간을 되찾기 위해 할아버지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보통의 할아버지는 져줄 법도 하지만 에드는 그렇지 않았다. 피터가 자신을 공격해오면 바로  되받아치며 응수한 것. 이렇게 두 사람이 펼치는 전쟁은 예기치 못한 웃음을 자아낸다. 에드는 제리를 비롯해 자신의 친구들을 불러 피터와 그의 친구들과 대결을 펼친다. 대결의 하이라이트는 트램펄린에서 펼쳐지는 피구 대결이다. 노인들이 청소년들과 함께 트램펄린 위를 방방 뛰면서 서로를 맞추기 위해 분투하는 철없는 모습은 큰 웃음을 자아낸다.

이처럼 치열한 공격을 퍼붓고 난 뒤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는 두 사람의 모습은 유치하지만,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한다. 결국 두 사람은 귀여운 전쟁을 통해 서로를 성장시킨다.

에드는 마트의 셀프계산대부터 태블릿PC까지 첨단 기기들이 못마땅했다. 하지만 손자를 골탕 먹이려고 드론 조작법을 익히는 등 현대 문물에 눈뜨게 된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약골 소년 피터도 할아버지로부터 되갚아주는 법을 배우며 강인해진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을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웃음이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싸운다는 설정부터 이색적이다. 그간 철없는 할아버지 캐릭터는 많았지만, 손자의 공격에 반격을 가하는 할아버지는 드물었다.

이는 또 다른 감동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에드는 피터의 도발과 전쟁 선포를 철없는 어린아이의 치기 어린 장난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진지하게 혼을 내며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다. 되레 ‘교전 수칙’을 정하는 등 동등한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우해준다. 피터 역시 할아버지의 세계를 이해하려 한다. 무시하지 않고 인정하면서 상대를 존중한다. 두 사람은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실상은 인구절벽 시대 노인세대와 청소년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소통해야 하는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또 두 사람의 전쟁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면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 매력적이다. 에드가 피터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함께 낚시터로 향하는 장면이나, 피터의 동생 미아의 생일에 휴전을 제안하는 장면은 결국 가족이면서 서로를 사랑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는 손자와 할아버지의 전쟁을 일종의 놀이로 보이게 하면서도 동시에 노인과 청소년이 하나가 되는 과정을 부드럽게 담아낸 것이다.

무엇보다 두 주연배우의 호흡이 인상적이다 ‘에드’로 분한 로버트 드니로와 ‘피터’를 연기한 오크스 페글리는 실제 조부와 손자처럼 찰떡 호흡을 선보인다. 거장이자 전설적인 배우가 지극히 평범한 할아버지 역할을 맡아 떠오르는 신예 아역 배우와 함께 펼치는 유쾌한 연기는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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