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LH 직원 포함 외지인 농지 투기 극성… 농지 취득 자격 강화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LH 직원 포함 외지인 농지 투기 극성… 농지 취득 자격 강화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3.19 13:33
  • 호수 7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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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시흥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외 다수의 외지인이 ‘농지 투기’를 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달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한 의혹에 이어, 이번엔 민간의 투기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토지거래 가액과 대출 규모 추정치, 농지 소유자의 주소지와 국적 등을 조사해 투기 정황을 확인했다”면서 “이를 통해 투기 목적의 농지(전·답) 매입으로 추정되는 사례 30여 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와 민변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에서 2018년부터 올 2월까지 매매가 이뤄진 농지 131건 가운데 투기 목적의 농지 매입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37건에 달했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는 자기의 농업 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적시하고 있다. 농지는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자유전 원칙’은 간데없고 편법 투기가 횡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날 발표된 투기 사례의 경우, 거주지가 서울·경남·충남 등 취득 농지와 거리가 멀어 실제 농업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9건이었으며, 대출 비중이 과도해 농업 경영 목적이 의심되는 경우도 18건에 달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대규모 대출로 농지를 매입했다면 농업 경영보다는 투기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를 3%로만 계산해도 월 80만원 가량의 대출이자를 내야 하는 경우가 확인되는데 이를 주말농장 용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농지를 매입한 사례가 6건, 농지를 현재 영농에 활용하지 않고 고물상, 폐기물 처리장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례도 4건 확인됐다. 

심지어 과림동 농지를 소유한 사람 중에는 외국인이나 사회 초년생도 있었다. 공동 소유주에 외국인이 포함된 사례가 2건으로, 각각 중국인 1명과 캐나다인 1명이었다. 90년대 출생자는 최소 3명으로 파악됐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 부를 쌓은 경우도 있겠지만 대출금액이 10억원을 넘는 사례도 있어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며 “고위 공직자의 자녀일 가능성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수사를 통해 추후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토지 투기에서는 비농업인의 편법 농지 취득이 늘 문제가 돼왔다. 건성으로 묘목만 갖다 심어도 영농으로 취급되고, 그것을 보상까지 해주는 농지법과 보상제의 허점, 편법 취득 농지를 담보로 한 지역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대출, 개발 정보의 유출과 기획 부동산 등의 준동이 뒤엉켜 되레 토지 투기를 부르는 역효과를 낸 셈이다.

이처럼 농지법의 허점을 악용한 외지인의 농지 투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반인이 농지를 살 땐 농업경영계획서·자경확인서 등을 제출하지만, 서류심사에 불과해 허위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 별다른 입증 서류 없이 농지를 살 수 있는 예외 조항도 16개에 이른다. 

자격 위반이 확인돼 지자체가 강제 매각을 명령하는 경우도 드물다. LH 직원들 역시 허위 서류를 제출하거나 예외 조항을 이용해 농지를 샀다. 사실상 투기에 무방비 상태인 농지법을 서둘러 손봐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과거에는 이를 제재하기 위해 농지 소재지와 거주지 간 거리가 20㎞ 이내여야 한다는 통작 거리(농지와 농지 소유자 거주지와의 거리) 제한 규정과 외부인의 농지취득자격증명서 발급 확인 기구였던 농지관리위원회가 있었지만 현재는 없어진 상태다.

우선 농지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농지 취득 자격을 강화하고 투기 목적 매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농지법을 개정해야 한다. 농지 매입 때 금융기관에서 대출 심사를 엄격히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농지는 농작물을 생산하는 곳이지, 투기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는 현재 진행 중인 LH 등 공직자 투기 수사와 함께, 농지법 위반 투기 등 투기 유형별 수사를 병행해 투기 행위를 전반적으로 근절할 필요를 일깨운다. 더이상 농지 투기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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