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동 대한노인회 경기 포천시지회장 “공약은 정치인의 몫… 내 소임은 존경 받는 노인회 만드는 것”
김수동 대한노인회 경기 포천시지회장 “공약은 정치인의 몫… 내 소임은 존경 받는 노인회 만드는 것”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3.19 13:45
  • 호수 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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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국 포천시장, 노인회 전폭 지원…새 노인회관 5월 입주 

인구 비례면에서 전국서 가장 많은 9개 부설 노인대학 운영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지회가 건물 대부분을 쓰는 새 노인회관에 5월 중 입주 예정이다.”

3월 15일, 김수동(83) 대한노인회 경기 포천시지회장은 “노인회에 대한 시청 협조가 잘 되는지”라고 묻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신축 청사 조감도 앞으로 다가가 건물 전체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도·시비 35억원을 들여 완공을 눈앞에 둔 노인회관은 3층, 300여평 규모로 최근에 짓는 지자체 청사처럼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김 지회장은 “노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느냐”라면서 “박윤국 포천시장께서 정말로 노인복지에는 최선을 다하시는 분”이라고 칭찬의 목소리를 높였다.

포천시 신읍길에 위치한 다목적복지회관에서 김 지회장을 만나 남다른 지회 사업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김 지회장은 2019년 12월에 취임했다. 포천시 인구는 14만7400여명, 노인 인구 2만9000여명 중 대한노인회 회원은 1만4000여명이다. 포천시지회는 14개 읍·면·동 분회, 304개 경로당을 두었다.

-경로당 코로나 방역은 잘 되고 있는지.

“경로당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아직까지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시청, 보건소서 방역을 잘 해준 덕이다. 여기는 줄 서서 구입하는 마스크 대란 같은 현상은 없었다. 마스크 공장이 4~6곳이나 되고 시에서 일괄적으로 구입해 면 단위로 이장을 통해 지급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로당, 노인대학에 손소독제, 발열체크 체온계도 다 지급돼 있다.”

-코로나 사태로 경로당이 침체된 가운데도 활기가 넘친다. 

“오늘은 노인일자리 교육이 있는 날이다. 포천시는 노인일자리가 많다. 평년 700개 수준이었다가 재능나눔활동 부문이 줄어들어 올해는 540여개다. 예년 같았으면 두 번으로 교육을 끝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해 총 13회로  나눠 교육을 진행 중이다.”

-그때마다 똑같은 인사말을 하느라 힘들겠다.

“은빛사랑(289), 노노케어(116), 건강(20), 회계 (22), 실버(47), 다사랑(20) 등 크게 6개 일자리로 나뉜다. 인사말도 각기 다르다. 예를 들어 경로당, 학교에서 급식 보조 일(은빛사랑)을 하는 분들에게는 식품위생법을 정확히 따질 필요까지는 없지만 주방 환경을 비롯 음식 조리, 뒤처리를 청결하게 하시라는 말씀을 드린다. 어르신 말벗을 해주는 노노케어에도 같은 말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김수동 포천시지회장(왼쪽 네 번째)이 지회 현관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왼편이 최형수 사무국장.
김수동 포천시지회장(왼쪽 네 번째)이 지회 현관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왼편이 최형수 사무국장.

인터뷰 자리에 배석했던 최형수 사무국장은 “어르신 건강 증진을 위한 상식이나 체조 등을 가르치는 ‘건강’과 경로당 장부 정리 등을 교육하는 ‘회계’는 지금은 많은 지회들이 하고 있지만 우리지회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자리”라고 거들었다.

-민간취업은 어떤가.

“여기는 중소기업이 2600여개나 돼 취업 환경은 비교적 나은 편이다. 주로 공장 경비, 골프장 잔디관리, 인삼밭 경작 등이다. 작년에는 목표량의 약200%를 달성해 중앙회로부터 취업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회 부설 노인대학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읍·면에 총 9개 노인대학이 있다. 아마 인구 비례로 볼 때 전국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안다. 노인대학 한 곳 당 2000만원의 예산 지원을 받고 있다. 앞으로 노인대학원도 개설할 계획이다.”

-노인대학의 특징을 소개한다면.

“노인대학장들이 과거 교장, 부시장, 시청 국장 출신들로 똘똘 뭉쳐서 치매예방, 친목, 식생활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일사분란하게 학과를 운영한다는 사실이 자랑할 점이다.”

-지자체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한데.

“시청과 시의회가 노인 예산을 깎는 법이 거의 없다. 시의원이 예산을 깎기라도 하면 박 시장은 ‘어르신을 잘 못 모시는 의원은 일꾼이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다. 지회장 취임 선물이라며 지회 직원 한 명을 증원해주시기도 했다.”

또 다른 예가 경로당 양곡지원이다. 경로당에는 대부분 비축 정부미를 내보내는데 반해 포천시는 당해에 수확한 쌀을 배급하고 있다. 김 지회장은 “햅쌀로 인한 가격 인상으로 7포씩 주던 것을 6포로 줄이자는 말이 나왔지만 시장께서 ‘그러면 안 된다’며 오히려 한 포를 늘려 8포씩 배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천시지회의 특색 있는 사업이라면.

“타 지회에 비해 행사가 좀 많은 편이다. 동심으로 돌아가 제기도 차고 윷도 던지며 하루를 축제 분위기에서 보내는 민속축제를 10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특히 노인대학 체육대회 경우는 노인대학이 많은 우리만이 할 수 있는 행사이다. 그밖에 경로당 신임 회장 상견례를 겸한 노인지도자혁신교육을 전 경로당 회장을 대상으로 한다. 회장 등록증 전달식 때 경로당 운영규칙들을 알려주지만 어르신들이 잘 잊기 때문에 반복교육을 할 필요성이 있다.” 

김수동 지회장은 6·25전쟁 당시 피난 나와 서울에서 20년 넘게 직장(대한통운)생활을 했다. 포천에 들어온 지 40년 됐다. 영북농협 이사, 포천시요식업지부장 등을 지냈다. 마을 이장(16년)을 하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은 뒤 경로당 회장, 분회장, 지회 수석부회장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다양한 사회활동을 한 것 같다. 가장 잊지 못할 일은.

“과거에는 철원이 38선 이북 땅이었다. 영북면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6·25전쟁이 터져 경기도 신갈까지 피난 나오는 과정에 삶과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겪었다.”

-피난을 꼭 가야만 했나.

“공산당은 가진 이의 땅을 빼앗아 없는 이들에게 분배한다. 우리 집도 가진 걸 모두 몰수당했다. 거기까지는 이상적으로 들리겠지만 현물세라는 분배 방식이 문제다. 수확량의 30%를 가져가는 식인데 그것도 논 가운데 가장 잘된 곳을 기준 삼아서 실제로는 50% 이상을 빼앗아 가는 셈이다. 또 하나 이유는 작은아버지가 북에서 대한민국 우익단체에 관여하는 바람에 우리 가족은 늘 감시의 대상이었다.”

-노인회장 선거에 단독으로 추대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 자랑은 아니지만 지회장 선거 당시 단독으로 추대됐다. 일부에선 파벌 조성으로 갈등하고 다투지만 여기선 그런 걸 찾아볼 수 없다. 지회장 되겠다는 생각은 그 전에도 하지 않았고 수석부회장 시절에도 지회장을 돕는 보조 역할에만 충실했을 뿐이다. 지회장 유고로 직무대리를 할 때 분회장들이 찾아와 무조건 하라고 등 떠밀어 나선 것이다(웃음).”  

-그렇다면 선거 공약이 따로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맞는 말이다. 뭘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건 정치인에게나 어울리는 말이지 지자체에 의존하는 노인회 입장에선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노인이 나서려고만 하지 말고 어른다운 노릇을 할 때 존경 받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지회를 이끌어갈 뿐이다.”

김수동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임기 내 두 가지가 꼭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하나는 대한노인회의 법정단체화이고 다른 하나는 전 경로당이 간절하게 바라는 사안으로, 항목에 구애 받지 않는 경로당 보조금의 탄력적인 운영”이라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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