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젊은이들아, 자랑 한번 하련다! / 이호선
[백세시대 금요칼럼] 젊은이들아, 자랑 한번 하련다! / 이호선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21.03.19 14:24
  • 호수 7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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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

양지은에 김태연, 김다현까지

미스트롯 가수 노래 들으며

요즘 신나게 사는 중

젊은이들만 아이돌 있나

우리도 팬클럽 만드니 심장 뛰어

사랑을 하면 귀에 종소리가 들린다! 어린 시절 보았던 어떤 영화에서 나왔던 대사 같은데, 사실 그 종소리 언제 들어보았는지 모르겠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일 수도 있으나, 우리는 다시 언제 울릴지 모르는 종을 가슴에 품고 가족들을 먹여 살아왔다. 

우리는 사랑의 역사와 시대의 역사를 써가며 나이를 먹었다. 때로는 사랑에 심장이 두근댔고, 때로는 시대의 답답함에 가슴을 치기도 했다. 너무 두근대고 자주 가슴을 쳐서인지 나이 들어 심장질환이 생겨나고 부정맥으로 가슴은 몸부림을 치게 됐다.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것을 알고나니, 사랑이 늘 그립고 사람이 더 간절하다. 그리고 가끔은 너희 청춘이 부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불행한 건 아니다. 다들 나이를 먹으면 우울하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우리의 일상은 대부분 별일 없다. 가족도 있고, 가끔 친구도 만난다. 별 재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이야 같이 밥을 먹으니 덜 심심하고 어쩌다 밥도 한 끼 하며 안부를 물으니 친구도 고마울 뿐이다. 

너희 인생은 뭐 그리 대단하디? 허영만 선생의 ‘백반기행’ 보며 혼자 먹는 밥도 괜찮고, 묵혀놓았던 앨범의 먼지를 털어내고 세월을 거슬러 보는 재미도 나름 괜찮다. 그러니 다들 오해하지 마라, 우리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다! 

지금부터 잘 들어보기 바란다. 전문가들 얘기로는 나이가 들수록 취미가 중요하다는데, 요즘 우리는 제대로 빠져있다. 송가인에 양지은이며, 김태연에 김다현까지 들으며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 제대로 감동 중이다. 어디 그뿐인 줄 아는가? 임영웅에 홀딱 반해 정말 오랜만에 심장이 마구 두근댄다. 영탁이나 김호중, 장민호와 나태주까지 아주 하루를 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에는 너희들 전화만 기다리느라 목이 빠질 지경이었지만, 지금은 가끔 너희 전화가 귀찮기도 하다. 팬으로서 물건들을 사 모으는 재미 아니? 그게 홍보관 공짜 휴지보다 백배는 재미있고 신이 난다. 홍보관 휴지와 게르마늄 요는 감추기 바빴고 욕먹기 일쑤였는데, 이제 우리의 아이돌템들은 감추고 싶지도 않고 오히려 너희에게도 꼭 영상을 보라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다.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지만, 사실 가족 때문에 심장이 뛴다면 그건 대부분 큰일이 생겨서 뛰는 놀란 심장일 것이다. 밤에 전화벨이라도 울리면 우리 심장은 압력솥에 들어간 것 같다. 또한 우리 또래는 다들 경험한 것이겠지만, 친구를 만나 심장이 뛰었다면 그건 열이 받았거나 돈을 떼였을 가능성이 있다. 

속 터지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 떼인 돈으로 말하자면 할 말이 많다. 자식인 너희들은 모르는 그 돈이 있었다면 최소한 노후준비는 걱정 없었을 수도 있다.(이 말은 못들은 걸로 해라!) 

그러나 요즘 우리 귀에 울리는 종은 좀 다르다. 종소리 대신 음악 소리가 들린다. 이 글을 읽는 너희들 중에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보며 가슴이 뛰었다면 우리는 같은 팬이 맞다. 감칠나게 불러주는 그 멜로디는 우리 청춘기부터 들었던 멜로디고, 가슴마다 박이는 가사는 그렇게 외쳐보았던 젊은 날의 메아리기에 젊은 그들의 트로트는 젊은 세포를 일깨웠고, 이내 잠들어버렸던 청춘에 입을 맞추어 우리는 어느새 기쁨에 눈을 떴다!

즐거움에 흥이 나고, 기꺼이 응원하는 가수를 위해 번호를 누르고, 젊어서도 안 하던 팬클럽이라는 곳에 가입도 하고, 유튜브로 잠이 들 때까지 우리들의 아이돌 노래를 들으며 어느덧 우리는 나이를 잊었다. 드디어 사랑에 눈멀고 사랑에 귀먹은 그 사람만 보이고 그 목소리만 들리던 그 시절 그 나이로 시공간의 이동이 일어난듯하다. 다시금 우리 마음에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다시 내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제 다시 뛰기 시작한 이 심장을 멈추고 싶지 않다. 다시금 다른 리듬과 다른 멜로디로 심장의 비트를 재조정해볼 생각이다. 전에는 부끄러운 마음에 선뜻 나서지 못했지만, 한번 문지방을 넘어보니 이처럼 신나는 일이 없다. 

너희는 너희 멋에 살아라, 우리는 우리 멋에 살테니! 너희가 레트로라 부르는 바로 그 모든 것의 원조가 바로 우리인 걸 아니? 너희 심장이 우리의 핏줄로 이어져 뛰는 것이니, 음악은 너와 나의 연결고리 그건 우리 안의 소리! 

그러니 이제 자랑 좀 하자! 우리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처음 뛰는 너희 심장과 다시 뛰는 우리 심장이 어떻게 다를지 너희가 한번 상상해봐라. 그리고 말리지 마라. 우리는 이미 신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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