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시대에 다양한 ‘노인 배달일자리’, 시니어들 도서관 책‧편의점 물품 배달도
배달의 시대에 다양한 ‘노인 배달일자리’, 시니어들 도서관 책‧편의점 물품 배달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3.26 11:43
  • 호수 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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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의 시대, 배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노인배달일자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금정구 ‘시니어 북 딜리버리 참여자’ 어르신들이 배송해줄 책을 정리하는 모습.
비대면의 시대, 배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노인배달일자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금정구 ‘시니어 북 딜리버리 참여자’ 어르신들이 배송해줄 책을 정리하는 모습.

부산 금정구 등 ‘시니어 북 딜리버리’ 운영… 취약계층 독서 도와 호평

편의점 도보배달에 시니어 채용… 강원 공공빨래방 수거‧배달 참여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부산 금정구에 사는 유숙연 씨는 얼마 전부터 ‘배달의 기수’로 활동하고 있다. 금정구가 새로 도입한 ‘시니어 북 딜리버리’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면서 도서관에 방문해 책을 빌리기 어려운 동년배 노인과 장애인 가정에 책을 전달해주고 있다. 유 씨는 “여러 사정으로 도서관에 오지 못했던 분들에게 책을 배달하고 오면 기분도 좋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비대면 시대에 떠오르고 있는 배달일자리가 노인일자리로 각광받고 있다. 아파트 택배 등 기존 일자리에 더해 ‘시니어 북 딜리버리’ 등 신종 노인배달일자리가 점차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먼저 시니어 북 딜리버리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동네 ‘작은도서관’의 책을 신청자의 가정으로 배달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7월 부산시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손잡고 3개월간 시범적으로 진행한 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위축된 도서관 이용을 활성화하고 어르신,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세대에 책을 배달해주기 위해 도입됐다.

참여 어르신들은 매일 5시간씩 주 3일 또는 매일 3시간씩 주 5일, 월 60시간 정도 근무한다. 급여는 월 70만원 정도이며 연차수당은 별도다. 금정구는 올해까지는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으로 배송지역을 한정해 운영한 뒤 앞으로 관내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금정구 또는 금정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금정구 공립 작은도서관(13개관)과 금정도서관 소장 30만여권에 대한 배달 신청이 가능하며, 문 앞과 무인택배함 등 이용자가 원하는 곳으로 비대면 배달을 해준다. 도서 대출 기간은 14일이며, 1인당 월 3권까지 신청할 수 있다.

전북 완주군 등도 최근 시니어 북 딜리버리 사업을 시작했다. 도서관 회원증이 있는 완주군민을 대상으로 1일 선착순 10가구에게 도서를 배달하되, 노인‧장애인 등 독서취약계층을 우선 선발해 진행할 예정이다.

부산 금정구 관계자는 “어르신들을 위한 안전한 일자리 제공, 도서 대출 불안감 해소, 책 읽는 문화 확산 기여 등 1석 3조의 효과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기업도 배달 업무에 적극적으로 시니어들을 채용하고 있다. 전국에 1만여개 편의점 가맹점을 둔 GS리테일은 지난해 7월 지역주민 등을 배달원으로 활용하는 ‘우리동네 딜리버리’(이하 우딜)를 선보였다. 소비자가 배달앱을 통해 GS25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주문하면 우딜 어플을 설치한 ‘우친(우리동네 딜리버리 친구·배달자)들에게 연락이 가고 배달 희망자가 물건을 수령, 고객에게 도보로 배달하는 구조다.

배달 반경을 1.5km 이내로 한정

우친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을 한 군데 지정할 수 있고 서울의 경우 구 단위로 선택 가능하다. 배달 가능 반경은 도보 배달을 고려해 주문 상품을 픽업하는 해당 GS25로부터 1.5km 내 지역으로 한정된다. 배달 상품의 중량은 5kg을 넘지 않는 건에 대해 가능하다. 우친들은 배달 1건 당 2800원에서 3200원을 GS리테일로부터 받을 수 있다. 만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우친으로 참여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1호 우친으로 장영은(74) 어르신을 선정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주부 등 젊은 층이 많지만 5060대 이상 시니어가 전체 우친 중 15%에 달한다.

강원도는 전국 최초로 ‘공공 이불빨래방’을 운영하면서 빨래를 배달하는 인력을 노인일자리로 활용한다. 강원도가 복지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BGF리테일 등 5개 기업과 손잡고 진행하는 이번 사업은 강릉‧삼척‧홍천‧영월‧정선‧양구 등 6개 시‧군 65세 이상 노인 가구와 장애인‧한부모‧다문화‧소년소녀가정 등 취약계층의 이불빨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이 이불을 수거해 세탁한 뒤 다시 배달까지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삼척에서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라는 이름으로 시범 운영돼 156명이 혜택을 받았으며, 55명의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가 생겨났다.

강원도 관계자는 “이불빨래와 같은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있어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통합 생활복지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사업으로 향후 도내 모든 시·군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는 올해 46명을 선발을 해 지하철 택배원으로 활용하는 ‘동작 거북이’ 일자리를 신설했다. ‘동작 거북이’는 느리지만 성실하게 물품을 배달한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으로, 지하철 1·4·7·9호선이 지나는 지역의 교통편의성을 활용해 무료승차가 가능한 어르신들이 물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다. 참여자들은 월 6일 하루 4시간 근무로, 월 24만원을 받으며 희망시 추가 근무가 가능하고 개인의 실적에 따라 배송수당이 추가로 지급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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