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느려지고 얼굴 표정 없어지면 ‘파킨슨병’ 의심
걸음 느려지고 얼굴 표정 없어지면 ‘파킨슨병’ 의심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3.26 14:48
  • 호수 7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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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의 증상과 치료법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인 서동증은 행동이 느려지는 것으로 걸음걸이, 걸을 때 팔 움직임, 자세 변경 등은 물론 말도 느려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인 서동증은 행동이 느려지는 것으로 걸음걸이, 걸을 때 팔 움직임, 자세 변경 등은 물론 말도 느려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파민계 신경 소실돼 발생… 서동증·떨림·근육강직 등 운동장애 증상

도파민 보충하는 약물 치료… 근력 키우는 ‘운동 치료’도 꾸준히 해야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이성란(72) 어르신은 얼마 전부터 오른쪽 손이 조금씩 떨렸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가만히 있거나 걸어 다닐 땐 손 떨림 증상이 있었지만 물을 마시거나 손을 쓸 때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왼쪽 손마저 비슷한 증상이 생겨 가족들의 걱정이 커져만 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족들에 따르면, 이 어르신은 최근 말이 느려지고 목소리도 작아졌으며 전반적인 행동도 느려졌다. 또한 보폭이 좁아지고 감정 표현마저 없어졌다. 결국 이 어르신은 가족들의 요구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파킨슨병은 뇌 속의 여러 신경전달물질 중에서도 중뇌에 위치한 흑질이라는 특정 부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원인 모르게 서서히 소실돼 움직임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65세 이상 노령층의 1~2%에서 발병해 노년의 삶을 위협한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년~2019년) 파킨슨병 환자 수는 10만3674명(2015년)에서 12만5607명(2019년)으로 약 21.2% 증가했다. 특히 50대부터 환자 수가 급증해 70대 이상 고령 환자가 전체 환자의 약 75.7%를 차지했으며,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약 1.5배 많았다.

파킨슨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환경적·유전적 요인, 노화,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 불필요한 단백질을 처리하는 기능의 이상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뇌간의 중앙에 존재하는 뇌흑질의 도파민계 신경을 파괴하면 파킨슨병이 시작된다.

송인욱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도파민은 뇌의 기저핵에 작용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몸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신경전달계 물질”이라며 “파킨슨병에 걸리면 뇌흑질 치밀부의 도파민계 신경이 60~80% 가량 소실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의 대표적 증상

파킨슨병이 생기면 ‘서동증’, 떨림, 근육강직 등의 운동장애가 생긴다. ‘서동증’은 행동이 느려지는 것으로 걸음걸이, 걸을 때 팔 움직임, 자세 변경 등은 물론 말도 느려진다. 또한 얼굴 표정이 없어지며, 단추를 끼우거나 글씨를 쓰는 것, 세수, 옷 입기 등 일상생활의 여러 동작이 느려지고 둔해진다. 

특히 파킨슨병은 한쪽에서 먼저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걸을 때 한쪽 팔을 덜 흔드는 것이 관찰되는데 보통은 환자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하고 주위 사람에 의해 발견되는 경향이 있다.

‘떨림’은 눈에 가장 잘 띄는 증상이다. 편한 자세로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나타나고 손으로 물건을 잡거나 다리를 움직이면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안정 시 떨림’이라고도 한다. 근육이 뻣뻣해지는 ‘강직’은 관절 문제로 오인하기 쉬운데, 파킨슨병이 진행함에 따라 근육이 조이거나 땅기고 허리 통증, 두통, 다리 통증, 다리 저림 등이 나타난다.

병이 진행될수록 목, 허리, 팔꿈치, 무릎 관절이 구부정하게 구부러진 자세가 되거나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해 넘어지고, 걸을 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보행 동결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이 정도로 악화되면 환자의 심리적인 고통도 커져 우울, 불안, 충동조절장애 등 신경 정신 증상이 동반된다.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의 약 50%는 우울증을 겪으며, 전체 환자의 40%는 인지기능 저하를 보인다. 더불어 환시를 겪거나 인지기능 증상의 심한 기복 등 알츠하이머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파킨슨병의 진단과 치료

파킨슨병의 진단은 전문의의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특히 파킨슨병과 비슷한 듯 다른 파킨슨증후군, 이차성 파킨슨증 등과 구별하기 위해서는 뇌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 단층촬영(PET) 등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파킨슨병은 약물치료와 운동치료를 중심으로 환자의 일상생활 영위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특히 약물치료는 전문의의 지도 아래 증상의 정도나 다른 질환의 동반 등을 꼼꼼히 확인해 조절해야 한다. 

대표적인 치료 약물은 레보도파(levodopa)다. 레보도파는 위장관에서 흡수돼 뇌로 이동한 뒤 도파민으로 변환돼 파킨슨병 환자의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준다. 그러나 도파민 제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얼굴, 몸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상운동 증상과 약효 소진 현상(약물의 효과와 유지 기간이 처음 치료했을 때보다 짧아지는 현상)과 같은 후기 운동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이때에는 ‘뇌심부 자극술’이라는 수술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뇌심부 자극술은 뇌의 특정 부위에 전극을 삽입한 뒤 이를 체내에 이식된 전기자극기에 연결해 뇌의 특정 부위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치료법으로, 악화한 증상을 호전시키고 약물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운동치료는 근력 강화운동 위주로 시행한다. 고개가 앞으로 쏠리고, 어깨와 등이 둥글게 구부러지는 등 이미 변형된 자세를 완벽하게 되돌릴 수는 없지만 몸이 느려지고 뻣뻣해지더라도 이동성이나 기능을 유지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운동은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효과를 보인다고 방심하면 증상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송인욱 교수는 “파킨슨병은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하다 보니 쉽게 치료를 포기하고, 병의 진행이 천천히 진행된다는 특징 때문에 불치병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며 “정기적으로 신경과 전문의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증상의 정도에 따라 최적의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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