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국가 차원의 원로봉사단을 만들자 / 최성재
[백세시대 금요칼럼] 국가 차원의 원로봉사단을 만들자 / 최성재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1.04.03 21:11
  • 호수 7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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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고령자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인생의 경륜 활용할 수 있는 등 

자원봉사는 개인‧국가에 다 도움

자원봉사 발달된 미국처럼 국가 차원 시니어봉사단 지원을

은퇴자 또는 노인에게 가장 적합한 사회활동은 자원봉사로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60세 이상 고령자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OECD 국가들에 비해서도 아주 낮은 편이다. 65세 이상 경우는 3.9%(2017년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 60세 이상 경우는 3.2%(2019년 행정자치부 자원봉사 실태조사)에 그치고 있다.      

고령자들에게 개인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자원봉사활동을 가장 적합한 활동으로 인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고령자들의 욕구를 잘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 후반기 또는 노년기의 사람들이 가치 있고 보람 있게 생각하는 활동은 이웃과 사회에 의미 있고 유익한 무언가를 남기는 것과 무언가를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다. 자원봉사활동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가장 적합하다. 

둘째, 고령자들은 인생의 경륜을 통해 쌓아 온 지식과 기술, 지혜를 가진 귀중한 사회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60세 정년 이후 건강한 기간도 크게 연장되고 있어 고령자들 대부분은 70대 말까지는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 이들을 사회적으로 필요한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면 유능한 사회적 자원이 될 수 있다. 

셋째, 인생 후반기를 역할 없이 살아가게 되면 건강을 악화시켜 국가적 의료비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직업 활동이나 사회봉사 활동 참여는 건강을 유지하거나 증진해 국가적 의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넷째, 증가하는 국가 서비스에 따른 인건비 증가 문제를 크게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서비스 담당 인력은 복지를 포함한 국가적 서비스가 더욱 다양해지고 보편화되고 있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서비스 수행에 충분할 정도의 공무원을 충원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로 인력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현재도 국가 서비스 공무원이 부족해 사례를 제대로 발굴하지 못하거나 서비스 현장을 관찰하거나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고령 자원봉사자들을 공무원 보조 인력(도우미)으로 활용하면 인력 부족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고령자를 자원봉사활동에 적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고령자의 장점과 특성을 살리면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자를 자원봉사 인력으로 활용하는 데 국가적 관심이 아주 약하고 이들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인 자원봉사활동 관련 법률로 ‘자원봉사활동기본법’, ‘사회복지사업법’, ‘노인복지법’ 등이 있으나 고령자들의 장점 또는 특성에 적합하고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자원봉사활동을 개발하고 훈련해 수요처에 연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 전국 및 지역 단위로 원로봉사단을 조직해 시니어들의 장점과 특성을 살려 체계적으로 사회 봉사활동을 하는 미국의 시니어봉사단은 벤치마킹할만한 좋은 사례다. 미국의 시니어 자원봉사활동은 1965년 정부 지원의 ‘조손양연관계 서비스’(Foster Grandparent)로 시작됐다. 

이후에 ‘지역사회 시니어 동반자 프로그램’(Senior Companion)과 ‘퇴직자 및 시니어 자원봉사 프로그램’(RSVP)까지 포함하는 ‘시니어봉사단’(Senior Corps)으로 발전해 연방-주-지방 단위 조직까지 갖추고 있다. 봉사단 운영 행정업무의 대부분도 시니어 자원봉사자들이 맡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고령자들이 더 적합하고 의미 있고 다양한 영역에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봉사활동을 개발하고 훈련하면서 수요처를 개발해 배치하고 관리할 수 있는 ‘국가지원 시니어봉사단’을 전국 단위와 지역 단위로 조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0세 이상 시니어 1300만 시대를 맞아 다양한 지식과 경험과 지혜를 가진 사회적 자원을 국가발전과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고령자들이 참여하는 자원봉사활동은 특별한 전문지식과 기술이 필요 없어도 할 수 있는 단순한 노력 봉사활동이 대부분이었다. 

시니어들의 노력 봉사활동 참여도 계속 필요하지만, 이제는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활용한 전문적 자원봉사활동을 포함해 봉사활동의 수준과 영역이 크게 넓혀져야 할 것이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 대부분이 이미 60대의 고령층에 접어들었으므로 이들의 고학력과 전문성을 살려 국가 서비스 행정 도우미 봉사자로, 다양한 전문 자원봉사활동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유능한 사회적 자원이지만 사장되고 있는 시니어들의 능력을 사회의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시니어봉사단 구성과 활동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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