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가계부채, GDP 대비 100% 육박… 대출 연착륙 방안 서둘러 마련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가계부채, GDP 대비 100% 육박… 대출 연착륙 방안 서둘러 마련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4.09 13:18
  • 호수 7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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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육박해 전 세계 주요국 대비 유난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5일 발표한 ‘국가별 총부채 및 부문별 부채의 변화추이와 비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98.6%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인 63.7%, 선진국 평균인 75.3%보다 높은 수준이다.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2008년 이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7.6%p 증가했다. 전 세계 평균증가율 3.7%, 선진국 평균 -0.9%와 비교해 압도적인 격차를 보인다. 

게다가 부채의 질도 나쁘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단기(1년) 비중이 22.8%를 차지한다. 프랑스(2.3%), 독일(3.2%), 스페인(4.5%), 이탈리아(6.5%), 영국(11.9%) 등 유럽 주요국에 비해 크게 높다. 단기 비중이 높다는 것은 유동성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한국보다 단기 비중이 높은 주요국은 미국(31.6%)이 유일하다.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47.2%(2019년 기준)로 프랑스(30.0%), 영국(28.7%), 독일(28.3%), 미국(17.3%)보다 높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는 당장 유동화해서 갚을 수 있는 자산 대비 부채를 보는 지표로, 높을수록 부채 위험도가 크다.

가계 빚이 급증한 원인에는 소위 ‘영끌’과 ‘빚투’라고 불리는 젊은층의 투자를 꼽을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하자 불안해진 젊은 층이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 대출’까지 받아 집 마련에 나섰고, 최근에는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까지 가세했다. 

문제는 부채 규모가 크게 늘어난 현시점에서 금리 상승기에 진입하면 이자 부담이 증가해 취약계층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소비 여력까지 위축시켜 경기회복의 큰 걸림돌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가계 빚은 증가한 반면 벌이는 시원치 않다. 지난해 4분기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모두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가 줄고 자영업의 어려움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이는 세수 감소로 이어져 국가 전체가 부채의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할 정도다. 재정 당국과 금융권에선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 향후 경제의 잠재위험을 넘어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득 수준을 넘어선 가계의 건전성 상실은 시한폭탄으로 불러도 무리가 아니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 4차 대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등 위험 요인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순쯤 ‘가계부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으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률) 규제를 늘려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DSR은 연 소득 대비 전체 가계부채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계대출 안정화 방안을 내는데 방향은 총체적으로 총량을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두 단계에 걸쳐 총량을 안정화하려는데 DSR 규제를 확대해서 줄일 것”이라고 고 밝혔다. 여기에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도 모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런 와중에 여당은 싸늘한 부동산 민심을 돌려세우기 위해 생애 첫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를 실시하고 금융 규제를 완화하는 등 대출창구를 확대하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어 가계 부채를 더 늘릴 궁리만 하고 있다.

작금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빠른 시일 내에 늦추지 못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 등으로 자산 거품이 꺼지거나 대외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부채가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늦기 전에 잘못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대출 연착륙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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