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부산역 광장에 노래비 세우자 / 이동순
[백세시대 금요칼럼] 부산역 광장에 노래비 세우자 / 이동순
  • 이동순 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
  • 승인 2021.04.09 14:36
  • 호수 7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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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 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
이동순 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

감격과 피눈물 교차되던 부산은

대중음악사에서도 큰 비중 차지

대표 테마곡 ‘이별의 부산정거장’

노래비 부산역 광장에 세우면

국제도시 걸맞는 명물이 될 것

부산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제1의 무역항이다. 19세기 후반 개항 이래로 부산이 위치하고 있는 자연조건과 환경은 국내 경제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부산을 국제적으로 명성 높은 대표적 항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부산은 이처럼 남쪽으로 무한정 열린 공간이었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밀려 들어오는 거친 풍파를 그 어느 지역보다도 먼저 온몸으로 감당해야만 했던 시련의 아픈 역사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제국주의로 무장한 일본이 밀물처럼 치밀고 올라와 한반도를 마구잡이로 유린했던 상륙지이기 때문이다. 

일제강점하에서 부산항은 일본으로 가고 오는 조선인들에게 피눈물의 장소였다. 강제징용과 정신대란 이름으로 강압에 의해 끌려가던 이 나라 청년세대들의 아우성과 탄식을 세월이 지났다고 어찌 잊을 수 있을 것인가.

해방이 되고 조선에서 물러가는 일본인들의 한숨이 들리던 곳도 부산항이요, 일본 거주를 청산하고 돌아오는 귀환동포들의 감격의 웃음과 피눈물이 교차되던 곳도 부산항이었다. 

한국가요사에는 부산의 이러한 역사적 사연과 관련된 노래가 무수히 많다. ‘이별의 부산 정거장’(남인수), ‘추억의 부산부두’(고대원), ‘잘 있거라 부산항’(백야성), ‘부산의 하룻밤’(최갑석), ‘이별의 부산항’(손인호), ‘돌아와요 부산항에’(조용필) 등등…. 

우선 노래 제목에 부산이 들어가는 작품들만 검색해 볼 때 성큼 눈에 들어오는 숫자만으로도 족히 40편은 넘는다. 기타 부산의 구체적 지명을 다룬 노래들, 이를테면 남포동, 해운대, 영도, 사십 계단, 국제시장, 송도 따위가 가사에 등장하는 작품들까지 모두 찾아낸다면 그 숫자는 수백여 편 분량으로 늘어날 것이다. 

웬만한 항구 노래와 마도로스 노래들도 대개 부산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이러한 작품들을 모조리 찾아내어 그 귀중한 음반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 낼 수만 있다면, 필시 부산의 명물 대중음악박물관을 새로 하나쯤 오픈할 수도 있으리라. 

그 박물관에서는 하루 온종일 부산 테마 노래를 번갈아가며 틀어줘 관람객들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런 구상은 상상만 해도 가슴속에서 즐거움과 흥분이 저절로 끓어 넘친다. 이 얼마나 흐뭇하고 신나는 일인가. 

그런데 국제도시의 위상을 뽐내는 부산에는 현재 그런 대중음악박물관조차 하나 없다. 한국의 대중음악사에서 부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크고도 높다. 이제 부산은 나날이 발전하는 새로운 도시의 위상과 체격을 갖추어 가니, 장차 거기에 부합되는 노력을 부산 시민들과 기업인, 뜻있는 독지가들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시점이 되었다.

이러한 취지에서 나는 한 가지 중대한 제의를 하고자 한다. 그것은 부산역 광장에 ‘이별의 부산 정거장’ 노래비를 신속히 세우는 일이다. 이별의 부산 정거장 가사 내용은 애절하면서 곡진하다. 부산 이미지가 물씬 강렬하게 풍겨져 온다. 

낯선 부산 땅에서 피란살이를 마친 사람이 부산에서의 애달픈 추억을 간직한 채 환도 열차를 타고 부산을 떠난다. 배경은 부산 정거장, 즉 부산역이다. 그는 부산에서 정이 듬뿍 들었던 사람과 이별을 맞이한다. 이 노래는 바로 그 순간을 애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사 내용은 몸부림치며 이별하고 기적마저 슬피 운다. 하지만 노래의 곡조는 빠르고 경쾌하며 희망적인 분위기까지 감지하게 해준다. 이 노래는 대중의 감성과 정확히 공감대를 이룬 보기 드문 작품이다.

대전역 광장에는 ‘대전발 영시오십분’ 노래비가 세워져 관광명소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데, 부산역에서 열차를 내려 광장으로 빠져나오면 부산을 기념할 만한 아무런 기념조형물이 없다. 텅 비고 쓸쓸하다. 황량한 느낌마저 든다. 외지에서 부산을 찾은 방문객에겐 이 점이 너무나 아쉽고 허전하다. 

한국가요사를 통틀어 부산 테마를 대표하는 최고 절창 중 하나인 ‘이별의 부산 정거장’ 노래비를 부산역 광장에 세우는 일은 현재 부산 시민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라 하겠다. 마침 새로운 시장도 선출되는 시기라 이 간절한 요청을 관계자들이 귀담아듣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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