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태 대한노인회 대구 수성구지회장 “90세에 손수 운전으로 전 경로당 돌아…회원 안부 묻고 방역 점검”
전영태 대한노인회 대구 수성구지회장 “90세에 손수 운전으로 전 경로당 돌아…회원 안부 묻고 방역 점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4.16 13:32
  • 호수 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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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청장, 노인회 적극 협조…노인대학 증설·회관 신축 약속 

경로당 회장이자 동 대표, 지역봉사지도원에 임명…활동비 지급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지난 3월에 전 경로당을 한 바퀴 돌았다.”

4월 13일, 전영태 대한노인회 대구 수성구지회장의 이 같은 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경로당 문이 닫힌 가운데 각종 행사가 무기 연기되는 등 전반적으로 노인회 사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상상 이상의 열정적인 활동 때문이다. 

전 지회장은 이어 “경로당 회원들의 근황도 궁금하고 경로당 방역이나 청소가  잘 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라며 “손수 운전해 하루 10곳을 방문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전영태 지회장은 올해 90세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전 지회장에게 건강 비결과 함께 남다른 지회 운영에 대해 들었다. 전 지회장은 2018년 4월에 취임했다. 대구 수성구지회는 23개 동 대표(분회장), 247개 경로당, 1만여명의 회원을 두었다.

-경로당 방역은 잘 되고 있는지.

“경로당 방역이 잘 이루지고 있는 점에 대해 경로당 회장과 회원들께 고맙게 생각한다. 수시로 이분들께 전화로 안부를 묻고 위로와 격려를 하고 있다. 경로당 문을 개방할 것에 대비해 더욱 철저한 방역과 방역도우미 운영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혼자 경로당을 순회했다고.

“직원들은 각자 할 일이 있고 하루 종일 지회장과 다니면 힘도 들지 않겠나. 경로당 회장에게 전화로 미리 연락을 해놓고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해 갖고 찾아갔다. 회원 안부를 전해 듣고 돌아와선 아프거나 수술한 회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격려도 했다. 전화를 받은 회원들이 ‘어떻게 알았느냐’며 놀라면서도 무척 고마워하더라.”

-올해 90세이다. 힘들지 않았는지.

“전혀. 70세부터 이 시간까지 매일 아침 러닝머신을 30분씩 해오고 있다. 군 시절 아침마다 하루 10km씩 구보를 했는데 그게 체력의 밑바탕이 된 것 같기도 하다. 특별히 몸에 좋다고 하는 음식이나 음료 등은 입에 대지도 않는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여기는 아파트경로당이 대부분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187개 경로당 개보수를 잘해주고 있고 나머지 경로당은 구청에서 시설관리를 맡아주고 있다.”

-그 많은 경로당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분회장 격인 동 대표를 통해 경로당을 관리·운영한다. 수성구 23개 동의 경로당 회장 가운데 동 대표를 한 명씩 두었다. 마침 오후에 동 대표회의를 소집했다. 이분들 교육도 하고 지회 제반 상황도 전달하고 의논도 하고 그런다. 동 대표들과 이사 등 40명은 지역봉사지도원으로서 한 달 8회, 1회 2시간씩 지역의 청소년 선도, 환경정화 등의 봉사를 하며 활동비(5만원)를 받는다.”  

-취임 3년째이다. 그간의 성과라면.

“첫 번째 공약인 지회 회관 신축이 김대권 수성구청장의 적극적인 협조로 해결됐다. 현 지회 건물은 총회는 물론 노인대학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할 만큼 비좁다. 처음에 증축을 하려 했으나 지역에 노인복지관이 없는 점을 고려해 새로 5층 건물(연건평 1000평)을 짓기로 했다. 현재 120명인 노인대학도 한 반을 더 늘려 일주일에 2회 열기로 했다.”

새로 짓는 회관 건물 1층은 카페와 식당, 2층 사무실·소회의실, 3층 탁구장 등 프로그램실, 4층 다목적 홀, 5층 300석 규모의 극장식 대강당으로 구성된다. 올 하반기 착공, 내년 하반기 완공을 계획하고 있다. 

전 지회장은 “새 회관은 노인 회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누구나 와서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하고 차 마시고, 게임하고 취미생활 즐기다 저녁에 귀가하는 노인복지의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며 “노인을 위한 그런 장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공약은.

“경로당 회장에 대한 활동비를 약속했다. 그 부분도 구청장께서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했다. 그리고 작년에 7인승 산타페를 마련해줘 지회 업무가 훨씬 능률적이고 편리해졌다. 이번 경로당 순회 때도 그 차를 이용했다.”

대구 수성구지회는 남다른 사업을 몇 가지 해오고 있다. 2015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이어온 장학 사업이 그 중 하나다. 시교육청에 의뢰해 선발한 모범학생 10명에게 장학금 100만원씩 지급하는 사업으로 올해 총회에서도 장학금을 전달했다. 그리고 효인성교육사업이 있다. 경로당에서 인근 초등학생들을 데려다 효 인성을 배양하는 것이다. 

전영태 수성구지회장(왼쪽 두번째)이 지회 회관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전 지회장 오른편이 김영근 사무국장.
전영태 수성구지회장(왼쪽 두번째)이 지회 회관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전 지회장 오른편이 김영근 사무국장.

전 지회장은 “취임 이후부터 효 전문강사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경로당에서 2시간씩 효 인성교육을 하다가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초등학교를 찾아가 교육을 한다”며 “앞으로 이 사업을 관내 31개 초등학교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지회장도 대구의 효인성교육원에서 소정의 과정을 수료하고 2급 강사 자격을 획득한 뒤 경로당에서 2년여 효를 가르치기도 했다. 이밖에도 경로당 회장으로 하여금 구 보건소에서 치매강사 수료증을 받도록 해 경로당에서 수시로 치매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전영태 지회장은 대구 출신으로 홍익대 법대를 나와 육군 소령으로 예편했다. 동양상사 대표를 역임했다. 범물영남타운경로당 회장, 수성구지회 수석부회장을 지냈다.

-군 출신인데… 6·25는 어디서 치렀나.

“부산의 군 훈련소 조교로 남아 다행히 지금까지 살아남았다(웃음). 사병 복무를 끝냈지만 전쟁 중이라 전역을 못했고 다시 간부후보생이 돼 훈련소에 입소, 전쟁이 끝난 뒤인 1953년 9월에 소위로 임관했다. 강원도 양구의 20사단(일명 ‘펀치볼’)에서 복무하다 소령으로 예편했다.”

전 지회장은 사회에 나와 군 복무 시절 알고 지낸 인연으로 부산의 유지업체에서 7년여 근무했다. 이후 선박 하역용 케이블을 중국에 수출하는 무역회사를 설립해 3년여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제가 거주하는 범물1동영남타운경로당 회장의 안내로 70 넘어 경로당에 나갔다. 얼마 후 그분의 신상 변화로 회장직을 맡아 4년간 경로당을 이끌었다. 그 뒤 전임 지회장의 권유로 지회 수석부회장을 맡아 4년간 봉사하다 지회장 유고로 실시된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지회 운영 철학은.

“제가 경로당에 가면 항상 요구하는 사항이 있다. 첫째가 화목이다. 자기 주변을 잘 정리정돈하며 더불어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부탁한다. 다음으로 내 건강을 스스로 잘 지키며 봉사하는 삶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건강은 누가 지켜주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전영태 수성구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마을 통장을 경로당 회장이 맡도록 통장 자격 연령을 현행 63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도록 대한노인회 중앙회가 행정자치부에 건의했으면 좋겠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면 노인일자리 창출 효과는 물론 경로당 회장 판공비 문제도 일시에 해결된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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